먼저 양성증상에 대해서 좀 써볼까 해요.

제가 처음 발병한 건 겨울이었어요. 제방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교회 여자친구가 갑자기 나타나 ‘나가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 라고 외쳐라’라는 환청과 환시가 있었죠. 너무나 생생해서 저는 환청, 환시라고 생각지 못했죠.

그래서 정말 나가서 외치려고 했죠. 그런데 너무 이상한거에요. 지금은 예수님이 살았던 시대가 아닌데. 그래서 부엌에 우두커니 10분 정도 서 있었죠. 여동생이 이상하게 지켜보다가 방으로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 왔지만 그다음부터 계속 환청과 환시가 있었죠.

사촌 동생 둘이 나타나 저를 한강다리 위로 데려가고 거기서 환시들이 한강으로 뛰어내리면서 저 역시 뛰어내리라고 했죠. 그래서 뛰어내리려고 했지만 밑을 쳐다봤고 너무나 무서워 그냥 거기서 30분 동안 땀만 뻘뻘 흘리다가 내려왔죠.

그리고 제가 방에 누워있는데 아버지께서 저한테 부엌칼을 던지는 환시도 있었어요.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어서 그냥 웃어넘겼는데, 그다음에는 큰매형이 아버지 목을 혁대에 매서 질질 끌고 다니는 환시가 보이더군요. 광분해서(완전 미친거죠.) 경찰에 신고하고 끝내 큰매형의 배를 부엌칼로 찌르는 일도 저지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큰매형이 칼을 팔목으로 막아내게 되고, 너무나 인자했던 큰매형은 팔목에 피가 철철 흐르는 데도 저를 걱정하면서 편히 쉬라며 저를 택시를 태워서 집까지 데려다줍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저는 제자신에 대한 병식이 생겼어요. 왜 내가 사랑하는 큰매형을 ‘칼로 찔러야하나’ 하는 생각에 환청과 환시라고 네이버 검색창에 쳐보게 되고 제가 정신분열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고등학교 친구와 교회 친구 중에 의사가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문의하니 서대전 네거리 정신과를 추천해서 가서 의사 선생님께 상담하고 약을 먹었죠. 그랬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환청과 환시가 사라지더군요. 양성증상은 약물로 잡아야 해요. 의지로 되지 않습니다.

발병 초기에 아버지께서 저보고 정신병원을 가자고 하셨죠. 하지만 전 제가 왜 정신병원을 가야 하냐며 거절했습니다. 병식이 없었던 거죠.

하지만 아버지께선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죠. 계속 아침마다 저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강제로 입원시키지도 않으셨어요. 저를 끝까지 믿어주시고 저를 하나님 아버지께 맡기셨습니다.

그리고 가족들도 저를 강제로 입원시키거나 잔소리하지 않았어요. 항상 옆에서 저를 위해 기도해주고 옆에서 바라봐주고 마음 따뜻하게 저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줬습니다. 그게 제겐 큰 응원이자 치료제였어요.

저는 양성증상이 굉장히 심했어요. 환청과 환시, 발바닥을 면도날로 긋는 듯한 환촉도 있었어요. 처음에 약을 굉장히 세게 먹었어요. 아침에 5알, 저녁에 5알. 약 먹기 전에는 24시간 환청, 환시가 있었어요. 골목길을 걸어가면 마주 오던 사람이 저에게 욕하고 소리치고 그랬죠. 정말 그런게 아니라 환청, 환시였죠. 하지만 저는 그걸 몰랐고, 사람 만나는 걸 두려워하고 혼자 방에서 씻지도 않은 채 환청, 환시에 시달리며 땀을 엄청흘렸죠.

하도 환청이 심하니 고흐처럼 귀를 잘라버리고 싶더군요. 하지만 이젠 환청, 환시, 환촉 다 없어요.

저는 지금 리스펜정 2mg 두 알과 자나팜정 1알 먹고 있어요. 그렇게 3알 먹죠. 약을 꾸준히 줄여왔어요. 2년에 1알 정도 줄인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병원에 간게 2003년이니 저도 약 먹은지 20년째네요. 제가 임의로 줄인 것이 아닌 의사와의 상담하에 줄여왔어요.

줄인 이후 약간 환청과 환시가 늘어나네요. 아주 조금. 하지만 약을 세게 먹어도 환청과 환시는 조금씩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일상생활에 방해만 않되면 환청, 환시가 조금 있어도 그냥 지냅니다. 저는 과대망상증과 피해망상도 있었어요. 환청, 환시가 그렇게 저를 조종하더군요.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지구를 정복해”라던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저를 향해 욕을 하고 고함을 치는 등의 피해망상도 있었어요. 이런 류의 망상은 약물로 잡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의지로 극복되는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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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과 우울증은 모두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pixabay

조현병의 음성증상의 대표적인 것은 바로 무기력, 무흥미입니다. 무기력, 무흥미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좌절과 절망’ 때문입니다.

처음 조현병에 걸리면 뭐가 뭔지 모릅니다. 환청, 환시 때문에 혼란과 멘붕에 빠지죠. 하지만 약물로 양성증상이 사라지면 그다음에는 바로 좌절과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불치의 병에 걸렸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약물의 각종 부작용 등이 나타나는 거죠.

약물의 부작용은 계속 잠이 오게 된다 던지 밤낮이 바뀌게 되는 등을 말하는 거죠. 약을 계속 먹는 자신의 모습과 그렇게 약을 먹어도 재발 되는 과정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릴적부터 많은 시련과 고통을 겪었었지만, 조현병이라는 시련은 결코 만만한 시련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고 싶어도 어려운 경제 현실과 장애인이라는 낙인은 취업이 쉽지 않게 하고, 이로 인한 기초수급자가 되는 현실은 좌절과 절망감을 더욱 키웁니다. 그래서 그 좌절과 절망감은 현실에 대한 무기력과 무흥미, 무관심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살기 싫고, 일하기 싫고, 주위 사람들에게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함에, 나를 불쌍히 여겨주지 않고, 자꾸 잔소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만 쌓여가는 거죠.

무기력은 외로움을 부릅니다. 주위 환경에 대한 무관심은 사람들과의 단절을 부르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외로움과 지루함과의 싸움이 시작되죠.

이런 음성증상을 극복한 것은 바로 ‘인내’와 ‘신앙심’입니다. 조현병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틀린 겁니다. 조현병은 극복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버티는 겁니다. 모든 시련과 고난은 극복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참고 버티는 겁니다. 인내하는 거죠.

성경에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게 함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환난이 우리의 삶을 덮치면 그걸 그냥 인내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 인내를 통해 우리는 연단되고, 돌이 마모되듯, 우리의 성품이, 우리의 능력이 연단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병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신앙심'입니다. 저는 신앙심이 없다면 조현병을 이겨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약을 먹으면 잠이 계속와요. 밤낮이 바뀝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항상 아침 8시에 아버지께서 저를 깨우셨죠. 그럼 저도 일어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눈이 않떠져요. 그럼 몇번 일어나려고 시도하다가 그냥 잠이 듭니다.

그러면 한 10시쯤 깨어나죠. 일어나 배가 고파 부엌에 가면 아버지께서 차려놓은 아침상이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는 몇 번씩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아버지께서 이렇게 날 사랑하는데, 아버지의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데, 난 뭐하고 있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간단한 일도 못하나? 아버지께 너무 죄송하고, 지리한 병마의 싸움에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제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아버지는 지금도 절 위해 기도하시고 계시고, 저를 위대한 하나님의 종이 되길 기도하고 계시는데, 늦잠 자고 방에서 나오는 저를 보면서 한심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칭찬하면서 ‘우리 성훈이 하나님의 위대한 종이 될거야’라고 하시는데. 아침밥상을 앞에 놓고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아버지께 너무 죄송해서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하지만 이런 무기력을 벗어 날 수 있었던 건 ‘신앙심’이었습니다.

한때 저 역시 삶을 포기했습니다. 너무나 힘들기만 한 병마와의 싸움은 제게 모든 것을 앗아가더군요. 외로움에, 지루함에, 아무도 저를 찾지 않고, 하루종일 TV를 보며 멍하니 지내는 나날들에 답답해서 그냥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죠.

그러다가 저는 습관적을 성경을 읽었는데,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이 저를 꾸중하시더군요. 성경에 병든 아들을 둔 아버지가 나와 예수님께 자신의 아들을 고쳐주시길 구합니다. 예수님은 그 아버지를 혼을 냅니다.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겐 능치 못함이 없느니라’

그 예수님의 꾸중이 저를 향한 것 같더군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잠만 자던 저에게 강하게 질책하시는 것 같았어요. 할 수 없다, 난 못한다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제게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너는 왜 못한다는 말만 반복하는 거냐? 하나님 아버지와 나를 믿고, 너를 믿고, 할 수 있다 믿고 도전하라’라고 말씀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 엄중한 꾸중에 제자신이 너무 부끄럽더군요. 환경에 지배되어, 병마에 지배되어 나도 모르게 포기하며 좌절하던 시간들, 그로 인한 무기력증. 이젠 주님의 말씀을 읽으며 세상에 도전하며 나아갑니다. 할 수 있다고 믿으며 나아갑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하나님과 사람을 믿으며, 소망을 가지고, 꿈을 가지고, 그리고 하나님과 사람을 사랑하며 나가갑니다. 소망이 있으면, 꿈이 있으면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현실이 고단하면 눈을 감고 제 미래를 그려봅니다. 아파하는 사람들을 돕는 제 모습, 사랑하며 섬기는 제 모습,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는 제 모습을 그려봅니다. 그러다 보면, 힘이 납니다. 현실은 힘들지만, 가슴 아픈 일이 많지만, 내 미래는 희망찬 미래로 가득찰거야라는 확신이 듭니다.

밝은 미래, 사랑하는 삶으로 가득찬 소망은 저에게 힘을 줍니다. ‘범사에 좋은 것을 헤아려라'’라는 성경 말씀은 제게 이제는 슬픔과 아픔, 좌절과 절망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기쁨의 순간들, 밝은 미래에 대한 소망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젠 아프지 않을거야, 이젠 슬프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전 사랑하니까요. 이게 제가 음성증상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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