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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1일 ‘미디어가 장애 혐오의 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좌담회를 개최했다. ⓒ유튜브 캡쳐

최근 용인 장애학생 학대신고 사건과 관련해 언론은 사건의 이유와 해결방법을 보도하는 것이 아닌 흑백을 가르고 누군가를 낙인찍는 쉽지만 잔인한 방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실은 기사 트래픽에 따라 수익이 나는 언론사의 수익구조 속에서 기자들이 빠르고 자극적으로 기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언론사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과 감수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언론사 자체의 자정 노력과 장애 인권에 대한 교육과 가이드라인, 철저한 데스킹 과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1일 ‘미디어가 장애 혐오의 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좌담회를 개최했다.

21일 개최된 ‘미디어가 장애 혐오의 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좌담회에서 발제하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승섭 교수. ⓒ유튜브 캡쳐
21일 개최된 ‘미디어가 장애 혐오의 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좌담회에서 발제하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승섭 교수. ⓒ유튜브 캡쳐

자폐아동을 사라져야 할 존재로 만드는 언론

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승섭 교수는 “유명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용인 장애학생 학대신고 사건과 관련해 한국 사회가 발달장애 아동 부모에게 던진 메시지는 80여 년 전 미국 사회가 발달장애 아동의 존재를 그들의 삶에서 지웠던 당시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특수학교에 보내든지, 홈스쿨링을 시키든지. 아니면 외국으로 가세요’라는 말은 어디로 가면 된다고 방향을 제시하는 말이 아니다. 내 눈앞에서,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사라지라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용인 장애학생 학대신고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김 교수는 “언론의 속성상, 더 눈길을 끌 수 있는 사건의 내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모르지 않다. 그럼에도 발달장애 아동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 보도할 때 넘지 않아야 하는 최소한의 선이라는 게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당 장애학생 대해 지금까지 언론이 보도한 기사들은 ‘폭력을 행사하고 선정적인 행동을 일삼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10살 자폐 아동을 한국의 언론 기사들은 마치 이 세계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처럼 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사들의 가장 지적해야 할 점은 한국 사회가 문제 해결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사건을 둘러싼 역사와 시스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비난해도 저항하지 못하는 가장 약한 존재를 희생양으로 삼아 그 분노의 에너지를 쏟아붓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1일 개최된 ‘미디어가 장애 혐오의 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좌담회에서 토론하는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유튜브 캡쳐
21일 개최된 ‘미디어가 장애 혐오의 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좌담회에서 토론하는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유튜브 캡쳐

‘장애·인권’ 개인의 노력과 감수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는 장애혐오를 양산하는 미디어와 꾸준한 문제제기에도 나아지지 않는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윤유경 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제3장에서 장애인 인권에 대한 보도 준칙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서 장애에 의한 과잉 행동 등 장애 학생의 특성을 무시한 채 자극적 내용만 뽑아낸 악의적 언론보도는 장애 학생이 처한 현실을 왜곡시키며 혐오를 부추긴다”고 꼬집었다.

또 “한국기자협회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은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할 때 아동이 특정되지 않아야 하며, 음성은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언론사들은 웹툰 작가의 아동학대 신고 정황과 전후 배경, 당시 상황을 생중계 하는 것처럼 보도했다”고 덧붙였다.

윤유경 기자는 “언론은 왜 최소한의 고민도 하지 않은 채 자극성에 매몰돼 보도하는가”라며 “이러한 기사를 쓴 기자들을 만나봤지만 보도 가치에 대한 판단 없이,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수없이 많은 기사를 생산해내는 걸 언론의 공적 역할이라고 보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부에선 특종을 해야하고, 홍보팀에선 살을 붙여 홍보를 잘해야하고, 온라인뉴스팀은 어뷰징 기사를 생산하고 자극적으로 뉴스를 인용해야하는 것이 언론사의 변하지 않는 현실”이라며 “기사 트래픽에 따라 수익이 나는 구조에서 기자들은 빠르게, 베껴 써서, 취재 없이, 자극적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언론사 내부의 구조적 문제 속에서 장애, 성평등, 인권 등에 관련해 필요한 언론보도가 언론사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과 공부, 감수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언론사 자체의 자정 노력과 함께 장애 인권에 대한 교육과 가이드라인, 철저한 데스킹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1일 개최된 ‘미디어가 장애 혐오의 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좌담회에서 토론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 ⓒ유튜브 캡쳐
21일 개최된 ‘미디어가 장애 혐오의 장이 되지 않게 하려면’ 좌담회에서 토론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 ⓒ유튜브 캡쳐

보도해야할 것을 하지 않고 보도하지 말아야할 것을 알리는 언론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 언론이 보도해야할 것과 보도해야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발표했다.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 “언론이 보도해야 할 것은 사건에 대한 이유와 맥락, 앞으로의 방안이며 보도하지 말아야할 것은 불필요한 사생활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하지만 용인 장애아동 학대 신고 사건은 맥락 없이 이사 장소와 전학 가는 학교 등 가족과 장애학생에 대한 불필요한 사생활이 너무나도 많이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발달장애 어린이들의 행동 특성은 어떠한지, 한 아이의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의 특성이라면 그동안 한국의 통합교육에서는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다루어왔는지, 특수교사의 수는 충분한지 처우는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는 기사를 통해 접하기 어려웠다는 것.

또한 시민들은 장애의 특성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장애-비장애 통합교육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우리 사회는 어떻게 개선되어나가야 하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