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함께하는 장애청년 해외연수 프로그램 ‘2023년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를 끝마쳤다.

장애청년드림팀은 지난 2005년 시작된 국내 최초의 장애청년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연수 비용을 전액 지원하며, 지금까지 996명의 청년들이 참여해 37개국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국내에 전하는 전도사 역할을 수행해왔다.

올해로 1,000번째 도전자를 맞이한 장애청년드림팀은 이제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디지털IT 기술을 모두가 누리고 삶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해외사례를 조사해 청년의 인식을 확대하고 국내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Digital IT for Humanity!’를 대주제로 선정한 뒤 6개 팀이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6개 팀 중 장애청년과 비장애청년 각 1명이 팀을 이루어 도전하고픈 해외 장애 이슈로 연수를 떠난 자유연수 3팀의 기고를 연재한다. 두 번째는 특수교사와 3D모델러라는 서로의 꿈을 지지하기 위해 지난 8월 6일부터 11일까지 일본 오사카 연수를 마친 ‘지영오팀’(지선이와 주영이의 꿈을 향해 오사카로 떠나다)이다.

신한은행의 지속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2023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프로그램이 재개되었다. 1000번째 도전자로 참여하게 되어 매우 감사한 마음으로 사전 준비와 탐방을 수행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성공적인 탐방을 위해 사전 계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도움을 주었고, 탐방기간 동안 지영오팀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맡아주셨다.

우리 팀은 일본의 특수교육과 예술을 탐방하는 “지영오” 팀으로 청각장애 대학생과 비장애 대학생 그리고 신한은행 소속 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이룬 자유 연수 팀이다.

3D모델러와 특수교사를 꿈꾸는 우리는 다소 이질적인 진로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에서 IT와 예술을 경험하고 서로의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하나의 목표 아래 한 팀이 되었다.

우리 팀의 해외 탐방의 포문을 연 기관은 “Gifu Prefectural School For The Deaf(이하 Deaf school)”이다.

Deaf school은 일본 기후현에 있는 공립 청각장애인 학교이다. 1931년에 설립된 역사 깊은 학교는 19명의 아동으로 첫 출발을 했지만 현재 유치부 9명, 초등부 31명, 중학부 13명, 고등부 9명으로 총 6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전공과 과정도 있지만 이수 중인 학생은 없다.

Deaf school은 청각장애 학생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을 교육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언어 활동, 수화, 지화 등 총체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학생을 지도하는 것을 지도 정책으로 하고 있다.

공립 교육 기관은 연수 준비 때부터 섭외에 어려움 있던 기관인 만큼 궁금증이 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공립 학교 또한 외부인이 탐방을 위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Deaf school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Gifu 대학의 스즈키 요시타카(Suzuki Yoshitaka) 교수님의 도움으로 팀원 모두 신원을 증명하고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 안에서 일본 현직 교사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인터뷰 당시 일본의 학교는 방학 기간이라 학생이 없어 주로 수학을 가르치고 계시는 현직 일본 교사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통역으로는 Gifu 대학에서 교환 학기를 보내고 있는 전예은 학생의 도움을 받아 소통에 어려움이 없었다.

Deaf school에서 우리 팀이 얻고자 했던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한-일 공동 메타버스 수업에 대한 가능성, 둘째는 일본의 IT 교육 현황, 셋째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에서 일본의 사전대비 유무이다.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교수님과 함께 학교로 들어갔다. 슬리퍼로 신발을 갈아 신고 우리와 인터뷰를 진행할 일본 교사와 간단히 인사하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팀원들은 교사에게 명함을 건네주며 인사를 나눴다. 회의실 책상은 ㅁ모양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청각장애 팀원이 속기사 없이 인터뷰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입 모양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착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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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자 모양에 착석해있는 지영오팀. 좌측부터 통역 전예은, 전현혜 행정요원, 송주영, 허지선 팀원이 자리에 앉아 일본 교사와 마주보고 있다. ©허지선

인터뷰가 시작되고 일본 교사는 준비해온 IT를 이용한 수업 영상을 보여주며 청각장애 학생들이 Deaf school에서 IT를 활용하여 어떻게 수업받고 있는지를 보여주셨다. 동영상에 교사와 아이들의 얼굴이 들어가 있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고 메모를 하며 교사의 설명을 받아 적었다.

수학 수업 영상을 보았는데 학생 모두 교과서가 아닌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문제를 풀었다. 학생들의 아이패드는 칠판과 연동되어 있어서 답을 적으면 교사가 실시간으로 확인하여 모든 학생들의 답을 보고 피드백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또한 빔 프로젝터를 사용하여 칠판에 화면을 띄워 사용하였는데 빔 화면 가장 상단 부분에 실시간 자막이 생성되어 청각장애 학생들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기능으로 교사는 수화뿐만 아니라 구어로 청각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영상을 보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Q: 학생들이 사용하는 아이패드는 무료로 제공되나요?

A: 무료로 제공됩니다.

Q: 교육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선정 기준이 있습니까?

A: 수업 영상에서는 Metamoji 프로그램을 사용했습니다. 여러 회사들이 수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고 그것을 씁니다.

Q: 영상에서 학생에게 가르치는 수학 교육과정은 학교 자체 교육과정입니까?

A: 아닙니다. 공립 교육과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해 세부적인 질문을 하고 싶었으나 영상이 재생 중이었고, 영상에 대한 설명을 계속해주셨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게 대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한국의 경우 교사의 교육과정 해석과 재구성이 역량으로 강조되는데 이러한 교사의 자율성을 일본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여 자료를 준비해 갔는데 보여드릴 시간이 없어서 매우 아쉬움이 남았다.

동영상에 대한 일본 교사의 설명이 20분 정도 진행되었고 그 후에 본격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었다.

Q: Deaf school 학생은 몇 학년부터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관련 교육을 받나요?

A: 초등학교 1학년부터 아이패드를 사용합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엔트리 등 프로그램을 통해 코딩 교육을 받습니다.

Q: 기억에 남는 IT 기술을 활용한 수업이 있습니까?

A: 여러 기술을 활용합니다. 동영상에서처럼 아이들의 답을 한눈에 보고 피드백을 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아이패드의 캡처 기능을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한자 따라 쓰기 연습을 시킵니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모르는 한자를 스스로 써보고 직접 검색하여 뜻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철자와 언어교육에 아주 많은 도움을 줍니다. 수업의 연장선으로 숙제를 내주는데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집으로 가져가 과목별로 저장된 학습지를 풀고 저장하면 교사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코로나19 이후 IT 교육이 발전했습니까?

A: 맞습니다. 코로나19 발생 후 기계와 시스템 모두 부족하여 한 달간 휴교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화상수업을 하였고 1년이 지나고 나서야 시스템이 안정되었습니다.

Q: 코로나19 때 수업을 제공하기 어려웠던 과목이 있습니까?

A: 라디오 체조와 음악 수업입니다. 청각장애 학생이기 때문에 수업이 어려웠습니다.

일본 교사의 답변을 들으며 추가로 궁금한 질문과 사전에 준비한 질문이 있었는데 인터뷰로 예정된 시간은 1시간으로 학교 탐방도 그 시간 안에 진행해야 했다. 따라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회의실에서 나와 학교의 내부시설을 탐방했다.

청력 검사실, 각 급에 따른 학급, 직업 교육실, 도서관 등으로 탐방하며 남은 질문 중 가장 중요한 질문인 한-일 공동 메타버스 수업에 대한 의사를 물었다.

Q: Jepeto와 같은 메타버스에서 일본과 한국의 특수아동이 만나 함께 작품을 만들거나 전시하여 감상하는 미술 수업을 진행하거나 가상의 공간에서 언어와 시간의 장벽을 넘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으신가요?

A: 당연히 참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일본 교육과 학교 교칙에서 그것이 허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 협회에서 준비한 답례품 증정을 하고 일본 교사의 배웅을 받으며 학교 인터뷰를 끝냈다.

팀원들의 나이가 훨씬 어린데도 90도로 공손히 인사하며 배웅하는 일본 선생님의 모습에 일본 사람들이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강조하는 일본인의 삶의 태도는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유별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재 교육 현장의 상황에 서로에 대한 배려는 중요한 키워드로 강조되어야 함을 느꼈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와 탐방이 너무 짧게 느껴져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일본의 공립 특수교육기관을 직접 탐방해 보는 일은 귀한 경험이니 진로에 있어서 값을 매기지 못할 만큼 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방학 기간이라 다소 차분한 학교와 일본 선생님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학생들의 배움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의 노고와 고민을 짧은 인터뷰에서도 느낄 수 있었고, 현재 초등학생부터 아이패드를 이용하지만 향후에는 유치원생이나 그보다 훨씬 어린아이들에게도 IT 교육이 필요한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 학교에서 IT 기술은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고 기술을 활용하는 교사의 역량이 곧 수업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양한 기술 속에서 적절한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도 교사의 능력이다. 메타버스에서 시공간, 언어의 장벽을 초월하는 수업 공동체에 대한 일본 교사의 긍정적 입장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연수에서 나는 특수교사라는 꿈을 이루고 난 뒤에 한-일 메타버스 수업에 도전하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Deaf school에서 얻은 경험과 가치를 바탕으로 꿈을 향해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