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과정에 제기되는 장애인에 대한 내용은 의료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료적 모델은 장애를 비극적으로 바라보는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관점으로 장애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개인적인 문제로 고려한다. 사회적 모델에 따르면 장애는 사회 구조를 구성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 가치, 문화 등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부적절한 물리적 환경,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태도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기고문에서는 한국의 교육과정에서 나타나는 내용과 삽화를 분석한 결과를 논의한다.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교육과정: “장애인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지”

장애의 의료적 모델은 장애를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장애인을 억압받는 집단으로 보는 사회모델의 접근과 반대되는 것이다. 장애인의 모습은 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음으로써 고쳐야 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인물들은 대개 표정이 밝지 않은 아픈 모습을 하고 있거나, 뒷모습만을 제시하면서 표정을 확인할 수 없는 모습으로 제시된다. 또한, 장애인 옆에 보조 도구를 등장시킴으로써 개인이 가진 ‘다름’을 뚜렷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여기에서 의료 모델이 장애를 개인적인 비극으로 보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장애 문제를 개인에게 내재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기능의 제한 그리고 심리적인 상실감까지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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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교육(2023) 고등학교 생명과학Ⅰ 145쪽. 알비노증인 아기(좌). ©천재교육

사회적 모델에 기반한 교육과정: “인간다운 삶 위한 기본권 보장받아야” 하는 장애인

사회적 모델에 근거한 장애인관은 장애를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한다. 이러한 장애인관은 장애를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보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2007년 시행된 특수교육법의 근간이 되고 있는 관점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장애와 관련한 주제는 인권, 헌법, 인간, 행복, 민주주의, 정의와 관련한 교과내용에 등장한다. 이러한 결과는 장애에 대한 지원을 수혜가 아닌 권리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보행이 어려운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계단의 필요성과 우리 사회 구조의 물리적 접근의 어려움을 지적한 사례들은 장애인의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사회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와 관련한 정치적인 측면에 관해 언제나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지는 않는다고 보인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요구되는 장소에 설치된 장애인에 대한 삽화가 등장하는데, 그 삽화는 붕대를 감고 목발이 제시되고, ‘장애’라는 단어를 첨가함으로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지시한다. 장애(disability)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장애인은 일을 할 수 없는 인간으로 정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장애를 사회적 지원의 부족으로 인한 결과가 아닌, 개인이 ‘극복’하지 못한 삶의 결과인 ‘무능력’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여전히 장애차별적인 지식이 전달되고 있지만, 장애를 동정이 아닌 권리로 제시하는 장애인관이 2015년 개정 교과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평등의 관점에서 장애를 해석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과 갈등에 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애인을 실제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한계를 가진다.

현재의 교육과정에는 장애인이 가지는 평범한 삶의 경험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실제적인 갈등에 대한 지식이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장애 문화가 교과과정을 통해 전달됨으로써 적극적으로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적 억압 이론을 기반으로 사회가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로 인한 문제 해결은 개인이 다루어야 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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