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성과와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는 2011년부터 장애인시설 거주인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시설운영자 등의 인권의식을 높이기 위해 실시되고 있지만, 매년 비슷한 결과가 도출돼 조사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다.
올해 조사대상에 장애아동을 포함시키고 식사시간에 관찰조사를 실시하며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 변화를 주는 등 방법을 통해 유의미한 조사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외에는 비슷한 방식의 조사가 수년간 반복되다 보니 조사결과가 매년 비슷한 경향성을 보여 실태조사의 의미가 반감되고 있다는 것.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성과와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1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조사 결과 발표하는 장애학실천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 김나영 본부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 자립 위한 ‘자립지원팀 운영’ 절반 이하
장애학실천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 김나영 본부장은 ‘2024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중 장애영유아거주시설 2곳과 장애유형별거주시설 82곳 총 84개소의 장애인거주시설 시설운영 및 현경점검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조사결과 인권지킴이단은 장애인거주시설 내 인권침해를 감시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의무화됐으나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곳이 2개소, 외부단원 충종률을 지키지 않은 곳이 7개소로 인권지킴이단의 구성과 운영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거주인의 금전관리에 대한 조사에서는 3개소가 거주인에게 자산관리에 대한 동의서를 받지 않았으며 사전 동의서를 받은 시설 중 9개소에서 금전관리 위임장 필체가 획일적이거나 서명누락, 도장이나 지장으로 대체하는 등 거주인이아닌 다른 사람이 위임장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소자의 자립계획 및 퇴소 후 모니터링을 수행해야 하는 자립지원팀 운영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된 84개소 중 40개소만이 자립지원팀을 운영하고 있었고, 자립지원팀을 운영하더라도 구성원이 1명 이하인 경우도 4개소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조사 결과 발표하는 성공회대학교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이호선 외래교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거주시설 직원들, 모든 거주인이 자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성공회대학교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이호선 외래교수는 영유아 22명, 아동·청소년 328명, 성인 1,775명 총 2,125명의 거주인과 1,0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올해 조사에는 장애아동을 포함시키고 기획주제로 도전적 행동, 자립생활지원 등을 추가했으며 종사자의 질문지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는 설명이다.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인의 평균 입소기간은 12년 정도로 입소기간이 길었으며 거주인은 연고자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가족의 부담에 의해 시설 입소가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었고 거주인의 권리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영유아의 경우 예방접종 및 건강검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개월 수에 해당하는 예방접종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20.8%에 이르렀고 건강검진을 전혀 받지 않은 경우도 4.8%였다. 심화평가를 권고받은 7명 중 3명은 추가 검진 여부를 모르는 상황이었다.
또한 아동·청소년의 의사소통, 자기결정, 자기권리 옹호 능력 향상에 관련한 교육과 훈련을 위한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 내에서나 지역에서 의사소통, 자기결정, 자기권리 옹호와 관련된 교육과 훈련을 지원받은 지 조사한 결과 지원을 받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각각 12.8%, 17.4%, 12.3%였다.
직원 조사의 경우 올해에는 일상생활 및 활동지원에 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중요도와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실행도를 살펴봤다. 조사결과 중요도는 높으나 실행도는 낮은 중점개선 사항으로는 개인별 연령·장애특성·질병·알러지를 고려한 식사메뉴 제공과 거주인의 의견과 선호를 반영시킨 프로그램 계획이 있었다.
아울러 자립생활 인식에서도 직원들은 모든 거주인이 자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적 조치가 필요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분들은 우선순위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거주형태도 개별주택이나 그룹홈에 대한 응답이 높았지만, 소규모시설 응답도 20%로 나타나 거주인이 자립에 필요하다는 것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폭력과 학대에 대해서는 거주인의 응답은 강제노역 1.5%, 언어폭력 6.9%, 신체적 폭력 5.5%, 격리·감금 2.8%, 방임 2.3%, 성폭력 1.9%로 거주인과 직원의 조사결과가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거주인들이 경험했다는 응답이 조금 더 많았다.
1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조사 결과 발표하는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동석 교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기적 전수조사보다 주제별 조사·기획조사 방식으로의 전환 필요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동석 교수는 ‘2024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에 대해 “2011년부터의 결과가 아니라 한국장총이 복지부로부터 위탁받은 최근 4년간의 결과를 보면 인권상황을 모니터링해 인권의식을 높이자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계점도 명확한데 4년간의 조사결과를 봐도 비슷한 조사결과 동향이 나타나 앞으로도 실태조사가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실태조사는 현 상황을 몰라 파악하고 정책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인데 매년 비슷한 데이터를 보인다고 한다면 이제는 지금까지 해왔던 비슷한 방식의 조사를 그만두고 다른 방식의 조사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면담을 주로 하지만 관찰을 도입한 ‘1모형 : 인권침해사례 발굴 모형’ ▲약물복용·병원 입원·자립지원 실태 등 연도별로 기획 주제를 정해 조사하는 ‘2모형 : 주제별 실태조사중심 모리터링 모형’ ▲학대·인권침해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제3모형 : 학대·인권침해 감시중심 모니터링 모형’ ▲제 3모형에 컨설팅이 추가된 ‘제4모형 : 학대·인권침해 컨설팅 중심 모니터링 모형’을 제안했다.
이동석 교수는 “이미 10년 동안 보건복지부 전수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지방자치단체 및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 등을 통해 지원 및 거주인들이 조사에 대해 학습이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거주인과 직원들은 이미 질문 내용을 예상하고 답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반복 조사에 따라 피로감이 생기고 조사에 둔감해지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매년 정기적인 전수조사보다는 기획조사가 바람직할 수 있다. 시설이 위치한 지역과 규모를 특정하고 이전의 학대 발생 경험 등을 토대로 조사시설을 선정한 후에 심도 있는 조사를 실시하거나, 약물복용 등과 같이 특정 주제에 한정해 조사하거나, 탈시설 진행 과정을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1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하는 한국수어통역사협회 한은희 전문상담사(왼쪽)와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종미 사무처장(오른쪽).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실태조사가 유의미한 조사가 될 수 있도록 방식이 개진돼야”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에 2011년부터 현재까지 참여하고 있는 한국수어통역사협회 한은희 전문상담사는 “연구진들이 발표한 의견을 잘 들었다. 현장에서 일해 온 사람으로서 공감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실태조사가 유의미한 조사가 될 수 있도록 방식이 개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동석 교수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이미 기존의 실태조사방식은 유사해 의미가 없다고 보여 지고 각각 특성에 맞춰진 기획조사 등의 조사형태의 변화를 추구해 실제적으로 유의미한 조사결과를 가지고 정책 및 제도 개선 등에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종미 사무처장은 “올해는 새롭게 관찰조사가 도입돼 거주인들의 식사시간을 점검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시설 내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식사지원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고 종사자들이 거주인들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관찰조사를 실시한다고 연락을 받았기에 더 식단과 지원방식에 신경을 쓴 듯한 느낌이라는 조사원들의 의견이 있었고, 관찰조사의 영역이 식사 지원에 그쳐 거주인 전반적인 생활 환경을 살피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는 시설에 대한 평가나 지적이 아닌 인권증진이다. 하지만 몇몇 시설의 경우 조사에 대한 오해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조사에 비협조나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조사원들의 경우에도 조사의 목적에 따른 조사보다는 시설의 인권침해 사례를 적발하는 것에 취중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에 보다 전문적이고 철저한 조사원 교육 및 선발 과정과 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1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하는 법무법인 DLG 공익인권센터 김강원 부센터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10여 년간 분명히 보고되고 있는 실태조사결과, 왜 현실은 그대로인가”
법무법인 DLG 공익인권센터 김강원 부센터장은 “지금까지 조사결과에 대해 공론화를 해오지 않아서 조사결과가 궁금하기도 하고 실제로 바뀌었는지 궁금했는데 조사결과에 통계로 너무나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인권침해 사실들이 있어 그 결과를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조사결과를 통해 재산관리 서명도 대리로 하고 학대들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는 길게 이어져왔고 그 과정에서 제언도 매번 있었을 것이다. 또한 분명 조사결과가 보고가 된 것인데 정부에서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왜 알면서도 바꾸지 않는지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제안해 주신 인권실태조사에 대한 다양한 조사방식의 전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제는 제언을 넘어 실제로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궁금해서 하는 실태조사가 아니라면, 그저 사건이 터져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조사 결과가 정책이나 개별시설을 개선하는데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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