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외국의 장애인 관련 사회복지사 제도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외국은 어떻게 실천가를 준비하는가
미국은 ‘재활상담사(CRC)’라는 국가공인 자격을 통해 심리상담, 직업재활, 통합적 사례관리까지 포괄한다. ‘재활상담학(Rehabilitation Counseling)’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을 부여받는다.
영국은 ‘Learning Disability Social Worker’ 같은 직무 특화 자격이 정식으로 제도화돼 있다. 지역사회 기반의 보건·복지 통합 실천에서 발달장애, 정신장애 대상 실천을 담당한다.
캐나다에서는 각 주별 등록 사회복지사(CASW)가 가족 중심 사례관리, 자립지원, 탈시설 서비스를 수행하며, 관련 전공으로는 ‘Inclusive Education’, ‘Community Living’ 등이 있다.
호주는 국가 차원에서 ‘NDIS(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라는 개별지원 체계를 운영하며, 사회복지사는 이 체계 안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계획 수립, 주거 지원, 위기 개입 등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북유럽 국가들 또한 장애인 실천 전문가 제도를 체계화하고 있다.
스웨덴은 ‘장애인복지사(specialist social worker in disability services)’가 지방정부 소속으로 활동하며, 자립생활계획과 주거지원, 개인보조인(Personal Assistant) 제도 설계에 깊이 관여한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실천가는 조력자로 기능한다.
덴마크에서는 개별 맞춤형 서비스(personalised support)를 중심으로 장애영역 실천가를 양성하며, 교육과정 내에 자립생활, 권익옹호, 탈시설 실천 등이 포함된다. 실천가는 권리 옹호자이자 계획가의 역할을 수행한다.
핀란드는 복지, 교육, 고용정책이 통합된 ‘웰페어 센터(Welfare Center)’ 체계를 통해 사회복지사가 장애인의 직업복귀와 사회참여를 위한 정책 조율자로 활동한다. 전문대학에서 장애학, 복지윤리, 당사자주의 실천 등을 이수한다.
이들 국가는 단순한 기능 중심이 아니라, 장애인의 삶 전반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통합적 실천가를 준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우리나라 단편적 자격제도와 장애 이해의 결핍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관련 다양한 자격제도가 있으나, 대부분 단편적이고 상호 연결되지 않은 상태다.
사회복지사: 국가자격제도이지만, 장애영역에 특화된 교육은 부재하다.
직업재활상담사: 고용노동부 주관 자격으로, 장애인의 직업 자립을 지원한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일상생활 보조 중심의 민간 자격.
장애인 동료상담사: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중심의 비공식 민간자격.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강사: 직업적 강의 중심이 강하며, 장애에 대한 구조적 접근은 부족하다.
의료사회복지사: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심리·사회적 지원을 담당하는 전문가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인증 민간자격. 병원 내 다학제 팀에서 활동하며, 장애인의 질병 이후의 삶과 재활과정에도 일정 부분 개입한다. 그러나 장애 특화 전문성과 권리 기반 접근이 중심에 서 있지는 않다.
이러한 제도들은 대부분 장애를 서비스 대상으로 보고 지원하는 실무적 틀에 머물러 있으며, 장애인의 권리와 삶의 조건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할 전문 사회복지사 제도는 없다.
또한, 현재 다수의 사회복지사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권리적 관점보다 ‘관리’ 혹은 ‘직무적 효율’을 우선하는 접근에 익숙하다. 장애를 가진 시민을 함께 살아갈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기보다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수동적 존재로 규정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왜 ‘장애인 전문 사회복지사’가 필요한가?
우리나라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복잡한 사례가 늘고, 장애인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탈시설, 자립생활, 활동지원, 권리옹호 등은 서로 단절된 실천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삶의 조건이다. 이 조건들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실천가는 필수적이다.
외국은 이미 장애영역 특화 사회복지사를 제도화하고 있으며, 당사자 중심의 실천과 팀 기반 실천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자격은 존재하지만, 이를 통합하고 권리 기반 실천으로 연결하는 ‘장애인 전문 사회복지사’ 제도는 부재하다.
장애인을 직업적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 삶의 전 과정에서 통합적 개입을 할 수 있는 실천가를 양성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복지정책의 진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우리나라의 장애 관련 자격제도는 수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여전히 장애인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연결된 삶 속에서 실천하려는 제도는 부재하다. 이는 장애인을 분절적으로 돕고, 관리하고, 교육하는 직업은 있어도 함께 살아가며 권리를 실현하는 실천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 전문 사회복지사’의 제도화는 이러한 공백을 채우는 시작점이다. 한국도 이제 복지국가로서, 직무를 넘은 정체성과 철학, 당사자성과 연대성을 바탕으로 한 실천가를 제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실천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지금 이 시대의 과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