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눈물 외면하는 장애등록 절차 개선하라’ 손피켓을 든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한국이 장애인 등록을 의료적 손상 중심으로 운영하는 반면, 미국은 실질적인 일상생활능력과 직업 수행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애판정 체계를 운영한다. 또한 교육·교통·고용·복지 등 영역에 따라 장애판정을 별도로 하고 있다.

이처럼 단순히 의학적 기준에만 의존하지 않는 미국의 포괄적 장애판정 체계와 유연한 서비스 지원 기준은 한국의 장애인 판정 기준과 지원 정책에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제사회보장리뷰에는 최근 ‘미국의 장애인 지원체계와 대상자 선정 방법’(연구책임자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이 게재됐다.

미국의 교육·교통·고용·복지 영역에 따른 별도의 장애판정

미국의 장애인 정책은 기본적으로 1973년에 제정된 재활법과 1990년에 제정된 미국장애인법에 근거한다.

미국은 전 범위에 해당하는 복지수급자격인 장애인 등록제도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 소득보장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자격 기준으로 연방 차원의 통일된 장애판정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사회보장청의 장애판정은 주요한 삶의 활동과 실질적인/상당한 제약을 기준으로 한다. 즉 장애판정 시 의학적 기준과 직업적 기준, 실질적인 소득활동이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가를 살피기 때문에 장애인의 범위가 넓고, 인구 대비 서비스 대상 규모가 크다.

지원체계의 경우 주정부의 장애판정 기준에 따라 사회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부분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연방정부격인 사회보장청의 판정 기준에 따라 소득보장 급여의 자격이 결정된다.

연방정부의 소득보장급여로는 생활보조금(기초소득보장)과 사회보장 장애연금이 있다. 특징은 사회보장청의 기준과 상관없이 교육부, 보건복지부, 노동부는 각자의 장애판정 기준이 있기 때문에 사회보장청의 기준에 부합하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각 부처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장애인 지원부처 및 서비스 전달체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국 장애인 지원부처 및 서비스 전달체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포괄적 손상 평가·직업능력 고려·장애평가사 제도’ 시사점

이러한 미국의 장애인 판정 기준과 지원체계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먼저 미국의 장애판정은 손상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적인 판정체계를 위주로 장애인 등록을 하고 있는 한국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철저한 장애판정과 서비스 적격성 심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손상 자체만을 평가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손상이 업무 수행능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손상을 기준으로 하는 의료적 기준 범위 또한 한국이 15가지 종류로 영역을 구분한 것에 비해 훨씬 포괄적이다.

아울러 주정부마다 연방정부인 사회보장청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장애판정서비스 기관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판정 기관에서는 서비스 대상자의 직업을 포함한 삶의 영역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종합 판단하는 사람으로 ‘장애평가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손상 정도, 잔존기능, 연령, 교육 수준, 과거의 직업력 등을 모두 고려해 사회보장 수급자격을 사정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직업재활과 같은 개별 서비스의 적격 기준을 정하고 있는 체계를 보면 사회보장청의 기준과 구별되는 개별 서비스의 적격성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한국에서도 의료적 기준 이외의 별도 서비스 종합 판정도구를 적용해 나가는 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의 장애평가사와 같은 전문가의 필요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행 장애인 등록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애인 할인 감면체계는 그대로 두고 직업재활이나 돌봄 및 자립지원, 소득보장제도 등에 대해서는 개별법에 따른 유연한 서비스 적격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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