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익환 칼럼니스트】청소년들의 ‘나다움’을 지지하며, 미디어 교육을 통해 차별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표현하도록 돕는 유스보이스. 2002년 다음세대재단의 지원 사업으로 시작해, 2020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독립한 유스보이스는 청소년들이 세상에 나아갈 힘을 키워주고 있다. 2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스보이스는 어떻게 청소년들의 ‘나다움’을 지켜 왔을까? 그 중심에는 유스보이스의 항상 존중하는 자세로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온 김재순 대표가 있다. 이번 “당신의 일”에서는 김재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진로 탐색의 힌트를 얻어 보려 한다.

청소년들이 ‘나다움’을 찾아가는 활동을 지원하는 유스보이스 김재순 대표. ©박은경
대표님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저는 청소년들이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환경을 지원하고 있는 유스보이스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김재순이라고 합니다.
유스보이스 청소년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세요.
유스보이스는 기회나 경험의 불평등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주로 만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학교 밖 청소년이라든지, 비수도권이나 소외계층, 소외 지역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요. 그들이 더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미디어나 예술 등의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는 비중을 늘리고 있어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습관을 형성시켜 주는 ‘한끝 루틴’이라는 사업을 하고 있고, 이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도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네트워킹도 지원하고, 나아가 그들을 응원하는 학교 밖 출신의 어른들을 만날 수 있는 모임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청소년들이 자아 탐색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지원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익환 님 나이 때 지금 일하고 있는 유스보이스 활동에 참여하며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그때 경험이 너무 좋아서 청년이 돼서도 계속 활동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유스보이스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서 함께하게 되었어요. 제가 청소년기에 받았던 좋은 기회와 경험을 지금의 청소년들한테도 주고 싶어서 계속 유스보이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 어떤 공부나 경험, 준비를 하셨나요?
유스보이스에서 일할 때 특별한 공부나 필요한 자격증은 없어요. 오히려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유스보이스 안에서 청소년들이 자기를 표현하는 도구로 미디어나 예술을 활용하는 교육이나 지원 사업이 많다 보니, 예전에 제가 미디어나 예술을 공부했던 경험들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청소년들을 만날 때는 무엇보다 내가 내 스스로 했던 일, 프로젝트, 건강한 습관, 건강한 삶, 여행 등이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경험이 힘이 되지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 일을 시작한 지 14년 정도 됐어요. 그동안 청소년들을 꾸준히 만나 왔는데, 그분들이 지금은 이제 20대, 30대가 되었죠. 그분들이 저를 찾아오거나, 연락을 해오거나, 유스보이스에 기부나 후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때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뜻 깊고 행복한 순간입니다.

일하면서 느꼈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는 김재순 대표. ©박은경
유스보이스에서 만난 청소년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지 얼마 안 되어 유스보이스 활동에 참여한 분이 있었어요. 익환 님도 지금 경험하고 있겠지만, 학교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잖아요. 학교를 나온 많은 청소년들이 방황을 하고 ‘나 이제 뭘 해야 되지?’ 하는 고민에 빠집니다. 이분도 그런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때 유스보이스를 만나서 TMI 프로젝트라는 자아 탐색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면서 자서전을 썼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 자기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해요. 그러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성숙해지면서 꿈을 갖게 되었고, 대학까지 가게 되었어요.
나중에 이분의 자서전을 한 학교 선생님이 좀 보시고 학교 안에 있는 학생들 중에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이 많다고, 그 아이들에게도 이런 프로젝트를 경험시켜 주고 싶다고 해서 그 학교 안에서 유스보이스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 자서전은 나중에 책으로 나왔고, 그 소중한 결과물이 지방 소도시에 전달되어 많은 청소년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나다움을 찾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어 선한 영향력의 결실을 보았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청소년들을 학교 밖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학교 밖 청소년의 상당수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유스보이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나름 도전의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데, 그럴 만한 환경을 갖기 힘든 것 같아요. 프로그램 입장에서 보면 모집이 쉽지 않은 거죠. 그럼에도 한 명 한 명 계속 만나다 보면 그 한 명이 두세 명의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게 돼서 유스보이스를 찾아오기도 하죠. 지금도 힘든 순간들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프로그램 참여자 중 장애인이나 소수자 등 어려움이 있는 청소년도 있었나요?
저희 프로그램에 장애를 가진 분이나 소수자 분이 참여한 적도 있어요. 희귀질환을 갖고 있는 청소년이나 청년들도 만나고요. 이런 핸디캡을 가진 분들도 누구나 나답게 하고 싶은 일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경험들을 같이 찾아가는 지원을 했었죠. 하지만 아직은 그리 많지 않아요. 더 많은 접점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이 일을 하는 데 가장 힘이 되는 분은 누구인가요?
많죠. 유스보이스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있고요, 유스보이스를 응원해 주시는 후원자들도 계시고, 유스보이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해 주신 이사님들, 유스보이스에 참여했던 청소년들 모두 지금도 응원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이 시간이 지난 뒤에도 좋았던 경험들을 주변에 알려주시는 게 가장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하시는 일에 대한 가족이나 친구, 주변의 평가는 어떤가요?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 때 제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저를 응원해 주는 분이 많고, “좋은 일 하고 있다”고 평가해 주십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하는 청년들이 많지 않다보니 이 정도면 일로서 만족할 만한 것 같아요.
이 일을 할 때 지켜야 할 나와의 약속은 무엇인가요?
청소년들을 대할 때 최대한 존중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한 약속입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쉽고 편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하나의 인격체로 같이 존중하는 자세를 지켜 가려고 해요. 저희는 청소년들 호칭을 “익환 님” 하는 식으로 부르고, 그분들도 저한테도 “재순 님” 이렇게 많이 불러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얘기도 편하게 나누고요. 유스보이스 동료들이나 교육자들 모두 이런 문화를 지키고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대표님의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가 좌우명이에요. 익환 님하고 인터뷰를 할 때는 인터뷰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왜냐하면 내년에는 뭘 해야지, 5년 뒤에는 뭘 해야지 하고 계획을 짜도 그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요즘은 모든 면에서 변화가 너무 빠르고, 제가 노력해도 안 되는 일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나 결과들이 또 다른 일이나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 하는 일에 정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합니다.
나중에 이런 일을 하고 싶은 청소년은 지금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저는 청소년들이 미래의 삶보다는 지금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줄 알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자기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나중에 유스보이스 같은 일을 할 때 정말 큰 자산이 될 것 같고요. 지금 본인의 삶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결정해 보고 선택해 보는 경험들이 가장 중요한 자격이자 기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진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뭐… 성인 돼서도 뭐 할지 잘 몰랐는걸요. 성인이 된 뒤에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어요. 특히 청소년기 때는 더더욱 그렇고요. 저는 청소년들이 진로를 정하는 과정에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질문해 보고, 또 궁금한 게 있으면 경험해 보고 하는, 좀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학업도 너무나 중요하지요. 그런데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되는지 자기만의 이유를 잘 찾는 게 진로 설정에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작은 팁을 하나 드리자면, 하루에 5분 정도라도 나 스스로와 질문하고 답하는 사유의 시간을 갖는 게 좋습니다. 진로 설정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인터뷰 중인 유스보이스 김재순 대표와 필자. ©박은경
김재순 대표는 ‘청소년기부터 차별 없이 누구나 나다울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받는 사회’를 꿈꾼다. 그는 유스보이스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나다움’을 발견하고,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나도 스스로 ‘나다운 게 뭘까?’ 하는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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