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사가 도뇨를 하게 된 경위

활동지원사가 하는 의료행위는 모두 불법이나, 보건복지부가 서비스 제공을 허락했던 것도 있다. 바로 도뇨행위다. 경위는 이렇다. 2013년 10월 한 척수장애인 당사자가 활동지원기관으로부터 활동지원사에게 넬라톤을 받는 것은 불법의료행위라는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다. 장애인당사자는 활동지원사로부터 넬라톤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응해 여러 장애인 단체가 참여한 '장애인제도개선솔류션'은 활동지원사의 넬라톤을 허용할 것을 복지부에 건의한다.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간의 간담회를 수차례 진행하였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별도의 보수교육을 받으면 활동지원사도 넬라톤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와 관련된 공문을 지자체에 발송하였다. 2014년 3월까지의 일이다. 활동지원사에게 ‘도뇨’를 지시하는 지침은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남아있다. 복지부 행정의 결과로 도뇨 보수교육을 받고 여전히 장애인에게 도뇨를 시행하는 활동지원사가 있다.

태도를 바꾼 보건복지부

2020년까지만 해도 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사 '도뇨'를 허용하였다고 국회에 서면답변 하였다. 그런데 2022년쯤부터 답변문서에서 "배뇨도움(도뇨)"옆에 "비의료행위"를 슬쩍 병기하기 시작하더니, 2023년부터는 면담 등에서 배뇨도움이 비의료적행위로 국한된다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활동지원사가 관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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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5일 복지부는 활동지원사에게 도뇨를 허용하고 있다고 대답하고 있다. ©전덕규

중요한 건 이 도뇨가 '의료적 행위'인지 '비의료적 행위'인지 판단 여부다. 의료적 행위지만 복지부가 허용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정부가 지면 될 일이다. 정부는 정부발의로 법률을 개정해 활동지원사의 도뇨를 합법화하여 책임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논의들이 있다. 도뇨를 허용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전문가인 의료인들의 의견 등.

이런 사회적 논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일까? 복지부는 활동지원사의 도뇨를 합법화하지 않았다. 수년 후 슬쩍 도뇨 중에서도 '비의료적 행위'로 한정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도뇨가 의료적 행위와 비의료적 행위로 나뉜다면, 그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해야 하지만 복지부는 그마저도 않고 있다. '도뇨'를 시행하고 있는 활동지원사들은 검경의 수사와 기소만 있으면 불법의료행위로 처벌받거나, 적어도 수사와 재판에 시달릴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다.

기관과 활동지원사의 고민, 생업지원 해도 될까?

2025년 4월 9일 활동지원사는 부수적인 업무의 경우 장애인의 생업지원을 해도 된다는 보건복지부 공문이 각급 지자체로 하달된다. 복지부가 허용한 생업지원의 범위는 "수급자를 보조하는 행위는 허용"이라며, 그 예로 "이동·식사 보조, 은행 업무, 수납, 영수증·바우처 관리 등"을 들고 있다. 또 기타부분을 명시하여 "적시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는 시군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하여 시군의 판단에 따른 허용 여지를 더 열어두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생업지원을 허용한 경위도, 도뇨를 허용했던 경위와 유사하다. 경기도 의정부시 장성일씨 사건이 있은 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대한안마사협회는 2024년 9월 24일 의사당대로 앞에서 '고 장성일 열사 추모 및 시각장애인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 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한안마사협회 단 두 단체 만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민관협의체에서 활동지원사에게 생업지원을 허용하도록 논의되었고, 복지부는 생업지원 공문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보건복지부는 불법이던 생업지원을 합법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16조 2항에서는 이용자가 제공을 요구하거나, 활동지원기관이 제공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나열하고 있는데, 그 행위 중에는 수급자 또는 그 가족의 직장 등에서 생업을 지원하는 행위가 있다.

법조문은 주된 행위이건 보조하는 행위이건 가리지 않는다. '보조하는 행위'일지라도 장애인이용자와 가족의 직장 등에서 생업을 지원하는 행위는 여전히 불법이다. '법률우선의 원칙'에 따라 여차하면 법률이 적용될 것이다. 경찰이 생업지원을 기소하면 활동지원기관과 활동지원사는 처벌받을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 생업지원관련 조문을 수정하는 법률개정안은 단 한 건도 상정되어 있지 않다.

관련 당사자 포함한 위원회 설립으로 정부 통제해야

도뇨와 생업지원 사례에서 복지부 행정의 어떤 패턴을 읽을 수 있다. 장애인에게 민원이 발생하면 활동지원사의 업무 범위를 불법이어도 확장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법률개정 등 책임 있는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추후 질의가 들어가면 슬쩍 자신들이 불법행위를 시킨 것은 아니라고 말을 바꾼다.

이러한 행정에 피해 보는 것은 서비스제공자다. 활동지원사의 업무범위는 꽤 민감한 사항이다. 업무범위에 포함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느냐 마느냐가 갈리는 중대한 사항이다. 활동지원기관과 활동지원사가 환수대상이 되는 것은 기본이다.

나는 활동지원사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하는지는 판단하기가 어렵고, 생업지원을 허용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이렇게 졸속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주도하고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민관협의 혹은 거버넌스로 치장되는 자의적 의견수렴 행정으로는 최소한의 자의성 배제의 원칙조차 관철되지 않는다. 관련자와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고 논의하는 장애인활동지원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여, 복지부의 자의적 행정을 통제할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