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달려라 허동구"한 장면. ⓒ 왓챠피디아
“해가 언제 뜰까? 학교 가야 하는데.”
‘허사장 통닭’집 외아들 동구는 초등학교 4학년. 학교를 너무 좋아해서 새벽에 눈을 떠도 해가떴는지부터 확인하는 아이다. 수업시간에는 다른 친구 흉내내느라 정신이 없지만, 선생님한테 혼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학교에 있는 것 자체가 즐겁다.
무엇보다 동구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점심시간이다. 종이 울리면 주전자를 들고 누구보다 빠르게 복도를 질주한다. 다른 반 아이들은 동구의 뒤를 따라 길게 줄을 선다. 물을 퍼오고, 친구들에게 물을 따라주는 일. 동구는 이 역할이 무척 자랑스럽다. 반 친구들은 “야, 주전자!”라고 불러도 동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웃는다. 늘 웃는다.
짝꿍은 공부는 잘하지만 체육시간에는 늘 빠지는 약한 몸을 가진 아이. 동구는 그 짝이 참 좋다. 짝은 가끔 짜증을 낸다. “따라오지 마! 뭐가 좋다고 맨날 웃어?” 하면서 성을 내도, 동구는 짝을 따라 부르며 또 웃는다. 어딘가 못 미더운 듯 보이지만,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
어느 날, 주전자 물을 마시려던 아이가 비명을 지른다. 주전자 안에 개구리가 개구리 헤엄을 치고 있었다.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고, 선생님은 동구를 나무란다. 동구는 아무 말 없이 히히 웃는다.
하지만 그 일을 벌인 건 동구가 아니다. 짝이다. 반 아이들이 동구를 놀리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동구가 너무 해맑게 웃는 것이 못마땅해서. 짝의 복잡한 감정은 개구리 한 마리로 표출됐다.

영화 "달려라 허동구"한 장면. ⓒ 왓챠피디아
결국 동구의 아빠는 학교에 불려와 무릎을 꿇는다. 교장은 특수학교 전학을 권유한다. “애가 특수하지도 않은데 왜 전학을 가야 합니까? 이 학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아버지는 절박했지만, 동구는 변함없이 환하게 웃는다.
그 다음 날, 동구가 교실에 도착했을 때, 주전자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냉온수기가 놓여 있다. 다른 반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은 동구는 그날 하루 내내 입을 꾹 다문 채 책상에 앉아 있었다.
모두가 돌아간 오후, 동구는 냉온수기를 째려봤다. 내 할 일을 빼앗아 간. 얄미운 녀석. 동구는 그 냉온수기와 ‘몸싸움’을 벌인다. 쓰러진 냉온수기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놀란 동구는 급히 집으로 돌아가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나 싸웠어. 걔 피나…”
음악시간, 아이들이 피리를 부는 동안 동구는 피리의 구멍 난 하단부로 운동장을 바라본다. 그때 운동장 한가운데 놓인 주전자 하나를 발견한다. 유레카!
야구부다. 야구부는 여전히 주전자로 물을 떠다 마신다. 동구는 야구부. 단원 중 끙끙 대며 주전자를 들고 가는 물 당번을 졸졸 따라다니며 묻는다.
“주전자 좋아?”

영화 "달려라 허동구"한 장면. ⓒ 왓챠피디아
그날 야구부 당번이 전학을 간다. 대회를 앞두고 인원 부족에 시달리던 감독은 동구에게 입단을 제안한다. "오케바리?"묻는 감독님에게 물론 동구는 "오케바리". 아빠는 야구복 부터 사러 가자고.
그날 이후 야구부의 물 걱정은 줄었지만, 감독의 고민은 시작됐다. 동구를 어떻게 야구선수로 만들지.
그래도 감독에게 한마디 귀띔하고 싶다. “감독님, 동구 달리기는 정말 빨라요.”
영화〈달려라 동구〉는 발달장애를 가진 한 아이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단지 ‘장애’를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다. 동구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하며, 누구도 미워할 줄 모른다. 모든 것을 좋아한다.

영화 "달려라 허동구"한 장면. ⓒ 왓챠피디아
지금 여기, 모두가 각자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며 서로 응원해주는 세상. 그건 꿈에서만 가능한 걸까?

영화 "달려라 허동구" 포스터. ⓒ 왓챠피디아
영화 "날아라 허동구"
2007년 개봉. 대한만국 영화
감독: 박규태
주연: 허동구- 최우혁
아빠- 정진영
영화보기 : 티빙. 웨이브.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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