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 탐방체험 프로그램 모습.ⓒ에이블뉴스DB
고지대 탐방체험 프로그램 모습.ⓒ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장애인 대상 여가 정책이 기존의 분리형 접근을 넘어 포용적 지역사회 생태계 구축을 통한 통합적 접근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장애인 가구에서 가족과 함께하거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여가활동이 개인 중심 여가보다 더 높은 만족도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 내 돌봄 부담이 큰 경우 가족동반여가의 긍정적 효과가 감소해 돌봄 지원 확대와 지역사회 기반 여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에는 최근 ‘장애인 가구의 여가동반유형에 따른 여가만족도 변화궤적’(연구책임자 서울시립대학교 유상민)이 게재됐다.

‘유대와 부담 사이의 이중성’ 장애인 가족의 여가 현실

여가활동은 개인에게 심리적 안녕감과 자율성 회복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을 통해 고립감을 해소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하지만 장애인 가구는 이러한 여가의 혜택에서 소외되기 쉽다.

실제로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지난 1주일간 취미·자기계발 활동 참여율은 5.5%로 나타났다. 물리적·인지적 제약과 사회적 낙인은 여전히 이들의 여가 참여를 가로막는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 가족에게 여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닌 돌봄의 연장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는 유대감의 장이 될 수 있지만, 돌봄 관계가 중첩된 경우 또 다른 의무가 되어 오히려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기존의 정책적 대응은 주로 분리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가족에게 쉼을 제공하기 위해 장애 당사자를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은 단기적 해법은 될 수 있으나 가족이 함께 여가를 즐기는 경험의 가치를 간과하고 장애인 가구를 지역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이번 연구는 개별 지원과 분리형 접근을 넘어 장애인 가구가 지역사회 안에서 당연한 주체로서 함께 여가를 향유할 수 있는 포용적 환경의 중요성을 실증적 데이터로 뒷받침하고 여가 동반자 유형과 돌봄 부담이 여가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했다.

시간에 따른 장애 당사자와 가구원의 여가생활만족도 변화 궤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시간에 따른 장애 당사자와 가구원의 여가생활만족도 변화 궤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동반여가 및 사회적 여가’ 개별여가보다 만족도 높아

연구결과 장애 당사자의 여가 만족도는 가구원보다 높게 나타났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격차는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의 배경은 장애인 정책 개선 및 코로나19 이후 가족 중심 여가활동 증가가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9년 장애등급제 폐지와 활동지원 확대가 가구원의 실질적인 돌봄 부담을 줄이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가 의무나 부담이 아닌 휴식과 유대 형성의 시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여가동반자 유형별 분석에서는 가족동반여가와 사회적여가가 개별여가보다 더 높은 여가생활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가활동 과정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만족도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돌봄 부담이 있는 경우 사회적 여가가 여가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는 유지됐지만, 가족동반여가의 여가생활 만족도 증진 효과는 감소했다.

이는 가족 내 돌봄 부담이 상당한 경우 가족동반여가는 오히려 돌봄 부담을 가중하는 활동으로 인식돼 여가 만족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사회적여가는 돌봄 관계에서 벗어난 여가 경험을 제공해 가족에게는 쉼의 기회를, 장애인에겐 사회적 상호작용을 제공해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장애인 여가정책, 분리형 지원 넘어 장애인 포용 생태계 구축해야

보고서는 “기존 정책에서는 장애 당사자와 가구원 간 관계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주로 둘을 별개의 단위로 인식·지원하는 분리형 접근을 취해왔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개별 가구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전반에 장애인 포용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여가시설의 물리적 접근성, 프로그램 접근성, 사회적 접근성 등 누구나 접근 가능한 포용적 설계는 장애인뿐 아니라 돌봄 부담 및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해 가족 전체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또한 단순히 물리적 환경의 장벽을 낮추는 것을 넘어 그 공간이 온전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재고하는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돌봄 부담이 높은 장애인 가구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외부 사회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사회적 여가활동을 활성화하는 정책 지원이 중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여가 정책이 모든 장애 유형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신체장애인에게는 이동수단 및 편의시설을, 감각장애인에게는 의사소통 조력자 및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를 지원하는 등 장애 특성별 맞춤형 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실질적 참여를 위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