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30차 세션에서 위원회의 스웨덴 정부심의 전경. ⓒUNWebtv 동영상 캡처
지난 3월 4일에서 22일까지 있었던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제30차 회의에선 스웨덴, 코스타리카, 잠비아 등 7개 국가의 정부 보고서를 심의한 후 3월 하순에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이들 당사국의 장애인 권리의 현실에 대한 우려와 관련 권고, 촉구 사항 등을 담은 최종견해를 내렸다.
먼저 바레인의 경우 우려 사항으론 ▲정치적 의견 표현으로 종신형까지 선고받은 장애인이 많음,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는 장애여성 관련 정보의 부족 등이 있었다. 이에 대한 촉구 사항으로 ▲국내 폭력 방지법 검토를 통해 장애여성 및 소녀를 폭력으로부터 완전 보호할 것, ▲장애인의 표현의 자유 권리 존중 및 정치적 견해로 장애인 구속이 없도록 할 것 등이 있었다.
잠비아에선 ▲알비니즘이 있는 사람에 대한 공격과 유괴, 살인이 벌어지고 있음,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와 부정적 관념이 계속되는 것 등이 우려 사항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당사국 잠비아에 ▲장애인과 알비니즘이 있는 사람의 유괴, 살인 방지와 가해자들 모두의 심판을 위한 긴급하고 즉각적인 법적·정책적 조치를 취할 것, ▲장애인에 대한 편견 퇴치 및 인식 제고를 위한 국가적 전략 채택 등을 권고했다.
아제르바이잔의 경우엔 우려 사항으로 ▲장애인의 손상을 강조하며, 법과 정책에서 혐오 개념·용어의 지속적 사용, ▲정책·법령 개발 시 장애인의 활발한 참여 및 이들과의 긴밀한 협의 부재 등이 있었다. 관련해 해당 촉구 사항으론 ▲혐오적 개념·용어 사용하는 모든 법령·정책·규정의 철폐 과정 완료, ▲공공 의사결정 과정 시 장애인 대표단체를 통한 장애인의 활발한 참여와 이들과의 긴밀한 논의를 보장할 공식적 메커니즘 수립이 있었다.
카자흐스탄에선 ▲장애아동 및 성인의 시설화 및 이들과 지역사회 간 상호작용 부족, ▲결혼 가족 법전에서 나오는 지적/심리사회적 장애인의 결혼 제한, ▲아이 수와 아이를 갖는 간격에 대한 장벽 등이 우려 사항이었다. 이에 ▲모든 형태의 시설수용 종식 및 지역사회 지원에 접근할 권리 보장, ▲결혼할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폐지, ▲연령에 맞는 재생산 및 가족 구성 계획 교육 개발 및 정보 제공 등을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촉구했다.
복지국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웨덴의 경우엔 탈시설과 관련한 우려와 촉구가 최종견해에 담겼다. 활동지원과 관련해 66세 이상 장애인의 신청기회 부재 및 지자체별 예산 차이는 물론, 장애아동과 성인의 시설화 비율 증가가 우려 사항이었으며, 촉구 사항으로는 66세 이상 장애인 포함한 모든 장애인에게 활동 지원과 지원에 대한 지속적 접근 보장 및 전국적 차원의 탈시설화 전략 개발, 이를 이행하기 위한 즉각적 조치의 실시 등을 최종견해에 실었다.
지난 3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30차 세션 코스타리카 정부심의 당시 정부 대표단의 협약 이행성과 설명 장면. ⓒUNWebtv 동영상 캡처
코스타리카에선 장애인의 실업률이 높고 장애인 고용 활성화 목적의 민간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정보 부족이 우려 사항으로 나왔다. 그래서 ▲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보장할 효과적 조치 채택, ▲일자리 공고와 채용 과정 시 차별에 대항하는 것, ▲민간고용시장에서 장애인 통합을 촉진할 특수 장려책 수립, ▲공공부문에서 장애인의 통합을 위한 의무고용률 5% 준수 모니터링 메커니즘 수립 등을 당사국 코스타리카에 권고한 거다.
마지막으로 니카라과의 경우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선 심의에 참여할 정부 대표단 미파견과 제기된 이슈와 질의 목록에 대한 서면 답변 미제공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위원회에선 절차에 따라 심의를 진행, ▲여성 권리 관련한 212개 이상 시민사회 조직 강제폐쇄, ▲당사국에 대해 시위한 장애여성 포함한 여성 인권 옹호인에 대해 7천여 건 공격한 것 등을 우려했다.
이에, ▲인권옹호인 단체의 법인격 회복 및 정치적 견해에 기반해 차별하는 법령 폐지, ▲인권옹호인을 보호하는 조치 및 이들이 효과적인 권리 구체책에 접근하도록 보장할 것 등을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니카라과 정부에 촉구했다.
7개 당사국에 대한 우려 사항과 촉구 사항, 권고를 보면서 전 세계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게 정말 힘듦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정치적 견해 때문에, 장애인을 구속하는 바레인과 니카라과의 경우를 보면, 장애, 정치에 대한 의견 등의 다양성이 상당 수준으로 많이 말살됐음은 물론 다양성을 존중할 기반이 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부재 현실 등을 짐작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윤석열 정부 들어서 초반에 정치적 의견 잘못 냈다간 구속되거나 검열을 당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그런 게 전에 비해 줄어든 느낌은 든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개신교 단체에서 동성애 조장이라는 이유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제동이 걸려있는 현실이 여전한 것엔 솔직히 답답할 지경이다. 동성애 하는 사람들을 차별할 권리는 없음에도 말이다.
더군다나 필자로선 탈시설과 장애인 고용, 장애 혐오 및 가족구성권 등과 관련한 우려와 권고 내용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먼저 스웨덴의 경우 활동 지원서비스와 관련해 66세 이상 장애인의 신청기회 부재를 우려 사항으로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선정한 것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나라 경우도, 65세 이상의 장애인과 65세 이전에 활동 지원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두 가지 경우에, 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다.
장애인의 자립 생활 일환 중의 하나가 활동 지원서비스인데, 이런 두 경우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면 이에 해당하는 이들에겐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기반이 위협받게 되는 거니 말이다. 여기에 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 자격을 심사하는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의 경우, 장애인의 욕구, 선호, 의지보단 기능 제한을 더 중시하는 등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다.
장애인의 전동휠체어에 ‘장애인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하라’가 쓰인 종이가 붙어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2021년 8월엔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것도 최종결과가 소규모 시설로의 개편 등 탈시설을 궁극적 목표로 삼은 게 아니다. 더구나 작년과 올해를 거치며, 서울시에선 시설을 선택이라고 하는 식으로 탈시설 왜곡 입장을 내보였고, 올해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행태를 저질렀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전제조건으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를 선택한다는 내용이라,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뺏어 자립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시설을 선택이라 함은 당연히 말이 안 됨에도 말이다.
이러면,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은 더욱 요원한 건 자명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시설 거주자 중 탈시설 희망하는 사람에 대한 시책을 추진한다고 하나,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나 시설 종사자들은 시설에 계속 있으라고 당사자에게 종용할 여지가 커, 이들에게 탈시설을 할지의 여부를 물어본다는 게 어이없는 거다. 그리고 강력하게 국가 주도로 탈시설을 추진한 서구 국가들의 역사를 보면 당사자에게 탈시설 여부 묻기는 더욱 말이 안 되는 거다.
결국, 전국적 차원의 탈시설 전략 개발을 하라고 스웨덴에게 권고를 내린 건 우리나라에도 역시 해당된다. 아울러 활동지원 서비스와 관련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장애인의 욕구, 선호 등을 중시하고 장애인 존엄성을 증진하는 방향의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기반하도록 전면개정하고, 탈시설 논란을 그만하고, 탈시설을 어떻게 할까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사회의 태도 전환이 시급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잠비아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와 부정적 관념이 계속되는데 우려를 표하며, 장애인 관련한 편견 퇴치 및 인식 제고를 위한 국가적 전략 채택을 권고한 것도 주시할 만한 하다. 우리나라도 자폐성 장애인에 대해 폐쇄적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사회 전반에 뿌리 깊다. 그러다 보니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상대편을 공격하기 위해 ‘자폐적’이라는 용어를 부지불식간에 사용한 것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장애인식 제고와 관련해 ‘장애인식개선교육’이란 것이 있지만, 이것조차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왜곡한다. 법원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편견에 기반한 차별을 공적 문제가 아닌 사적 문제로 보기에, 장애인을 차별한 국회의원에게 처벌을 제대로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런 편견 퇴치 및 장애인식 제고를 위한 실질적 국가 전략은 사실상 부재하다.
그러기에, 편견 퇴치 및 장애인식 제고를 위한 실질적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장애로 인한 손상과 사회적 장벽 및 차별과의 상호작용으로 보는 관점을 반영하는 등 장애인식개선교육의 교육내용을 장애인권리협약의 관점과 정신이 반영된 내용으로 바꾸고, 법원이 장애 비하·혐오 발언을 공적 문제로 보도록 법원에 훈련 수준으로 협약을 교육하는 것 등이 포함된 실질적 국가전략 개발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단 말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 표준강의안에서 자폐성 장애에 관해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고용에 관련해선 코스타리카의 우려와 권고 사항을 주목할 만하다. 장애인의 실업률이 심하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특히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에겐 고용장벽이 심하다. 성년후견을 받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이나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경우 변호사,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식의 결격 조항이 아직도 여러 법에 존재한다.
채용 공고에서도 주로 시·청각 장애인, 지체장애인 등에 치중되어 있고, 업무에 중심을 둔 것이 아니기에 장애인 차별의 소지가 있는 자기소개서, 면접 시 지적·자폐성 장애를 밝히면 말은 그렇게 하지 않지만, 채용에서 탈락시키는 등의 기업 내 암묵적 차별 관행 등이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안 지키는 30대 대기업들이 대다수다. 이건 장애인은 일을 잘하지 못할 거란 편견에 장애인을 미고용할 시 내야 하는 고용부담금이 기껏해야 최저임금이 최대일 정도라 차라리 고용부담금을 내는 게 유리하다는 기업 판단이 작용하는 등이 있어 그렇다. 고용장려금도 10여 년간 고용부담금 및 최저임금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등 장애인 고용 유인에 턱없이 부족하다. 공공기관에서의 장애인 증원과 관련해선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가 증원 이유로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고용장려금을 최저임금과 고용부담금 인상에 맞춰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를 공공기관 등의 증원 사유로 인정하는 등 민간고용시장에서의 장애인 통합을 촉진할 특수 장려책 수립 및 공공부문에서의 장애인의 통합을 위한 의무고용률의 준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의무고용률의 준수와 관련한 모니터링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시청각 장애인과 지체장애인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채용 공고상의 차별을 철폐하고, 자기소개서 및 면접 시 암암리에 이뤄지는 장애인 차별 요소를 제거함은 물론 채용 과정 시 각 장애 유형에 맞는 합리적 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코스타리카 당국에 내렸던 ▲일자리 공고와 채용 과정 시 차별에 대항하는 것, ▲민간고용시장에서 장애인 통합을 촉진할 특수 장려책 수립, ▲공공부문에서 장애인의 통합을 위한 의무고용률 5% 준수 모니터링 메커니즘 수립 등의 권고 사항은 우리나라와도 연관 있는 것이라 본다.
장애인 고용을 담당하는 축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건물 전경. ⓒ이원무
카자흐스탄에서의 결혼 가족 법전에서 나오는 지적/심리사회적 장애인의 결혼 제한 현실도 우리나라의 현실과 어느 정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의 결혼 가족 법전에서는 법적으로 무능력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결혼이나 아동 입양을 금지하는 조항이 나온다. 그 사람의 경우는 성년후견을 받거나 약한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이다. 따라서 결혼할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의 폐지를 촉구했고 여기에 결혼과 가족 관계 시 지원 의사결정체계 수립 내용까지 덧붙여 카자흐스탄 당국에 권고를 내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성년후견을 받는 피성년후견인의 경우, 민법 제808조에 따라 성년후견인 동의 없을 시 혼인을 하지 못한다. 이혼과 입양도 각각 민법 제835조와 제873조에 따라 성년후견인 동의 없으면 하지 못한다.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성년후견을 받는 비율이 높고, 성년후견 받는 이들은 결혼, 입양, 이혼 등의 가족 구성권을 박탈당한다.
그러니 장애인권리위원회가 2년 전 우리나라 정부에 장애인의 결혼할 권리 및 친권 등 가족 구성권을 인정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내렸고 이는 카자흐스탄의 경우와 관련 있고 비슷한 거다. 이걸 이행하려면 성년후견 폐지에 결혼, 입양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 시 지원 의사결정체계 수립의 법적 근거를 만들고 이를 실행해야 하니 말이다.
이외에도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정책·법령 개발 시 장애인의 활발한 참여 및 이들과의 긴밀한 협의 부재라는 우려를 아제르바이젠 당사국에게 전한 것도 우리나라의 현실과 많이 연관되기는 하다.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 당사자의 경우엔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게획 논의 자리에도 초대받지 못하고, 정부가 사실상 이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걸 보면 작년에 나온 그 계획이 특히 정신적 장애인이 보기엔 제공자 중심의 정책이라고 느끼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이렇게 7개 당사국의 우려와 권고를 대략 보면서, 필자로선 탈시설, 장애인 고용, 장애 인식 등과 관련된 권리 현실이 우리나라와 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 권리 증진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세계 장애인계는 관련 권고 사항을 확인하며 모니터링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음 심의 때까지 8년이란 시간이 남았는데, 최종견해 이행엔 그리 길지는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최종견해 이행 의지가 없기에 오히려 장애인 삶의 질이 후퇴될까 여전히 걱정된다. 지금부터라도 국가와 지자체에서 협약 이행에 대한 의지를 갖고 이에 대한 청사진과 국가 행동전략을 수립하는 건 물론 독립적 모니터링 체계를 갖도록 장애인계에서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반목과 대립을 끝내고, 논의와 협력 속에 이들을 향해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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