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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에 칼부림 사고가 일어나 부상자 14명이 발생했다고 앵커가 보도하는 모습. ⓒSBS 뉴스 Youtube 동영상 캡처

올해 여름 ‘온열 손상’, ‘일광화상’ 당한 외국 청소년들이 적지 않아 영국·미국 등은 ‘안전 미비’를 사유로, 현장에서 철수하는 등 정부 차원의 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은 전 세계의 망신을 초래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스트레스 겪었는데,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의 정신적 장애인들도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에 관한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 먼저 양해를 구하겠다.

먼저 6월에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정유정 사건 분석 시 자폐성 장애와 범죄를 연관시키려는 내용을 방영해 자폐성 장애인과 정신장애인 혐오 분위기를 부추긴 일이 있었는데 이는 한두 달 전에 논의했기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이 일에 이어 8월 3일 오후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백화점에서 20대 남성이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시민 14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특정 집단이 자신을 괴롭히고 죽이려 해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시키고 싶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범인이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 자퇴 후 분열성 성격장애(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게 특징)로 진단받은 걸 확인하고,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행으로 보고 수사했다. 이게 알려지자, 언론들은 범인의 정신질환을 범행과 엮어 사실도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자극적으로 보도했다.

기사에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관시키지 말라고 권고한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을 지키지 않는 작태는 주류언론에선 밥먹듯이 저지를 정도다. 자극적인 보도를 접하는 네티즌들은 정신장애인을 격리하거나 사형시켜야 한다는 등의 댓글들을 쏟아내며 정신장애인 차별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혐오 분위기가 만연했고, 이는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대검찰청 통계에서도 정신장애인은 신경전형인(비장애인)보다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15배 낮다고 밝히고 있고, 범행에서 사용된 흉기를 범인이 미리 구입하고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의 범죄는 정신질환에서 기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정신장애인을 악마화하는 언론들이 부지기수다.

권력자들이 사기를 치고도 이를 합당하게 법으로 응징하지 못하는 현실, 권력자들의 도덕적 마비 등이 판을 치는 이 사회에 좌절감을 느껴 범행한 것일 수 있다. 물론 범행을 저지른 것을 두둔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걸 정신질환으로 연결해 과도하게 일반화하려는 시도는 다른 정신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 특성을 드러내지 않고, 마스킹하도록 조장하는 역할까지 한다.

그렇게 정신장애인을 혐오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격리가 마치 해결책인 것처럼 호도하는 이런 분위기에서 정신장애인은 정신요양시설, 정신병원, 치료감호소 등에 수용된다. 거기서 강제투약에 온갖 구타와 폭력을 당한다는 보고가 계속 들어온다. 강제투약은 아예 유엔에서 화학적 강간이라고 원색적으로 표현할 정도로 대표적인 인권침해로 본다. 그곳에서 정신장애인들은 인권침해를 당하며 굴욕감과 수치심에 오늘도 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강남구에 소재한 서이초등학교 주변에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화환이 걸려있는 모습들. ⓒ이원무
강남구에 소재한 서이초등학교 주변에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화환이 걸려있는 모습들. ⓒ이원무

7월 18일엔 교육계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다. 강남구에 소재한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교 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고인이 학교폭력이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를 맡았고, 학교폭력과 관련해 교육지원청을 방문하는 일이 없었으며, 올해 고인의 해당 학급에서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인은 사망하기 전 고인의 어머니에게 힘들다고 카톡으로 울먹이는 등 학급 학생지도에 힘들어했다고 서울시 교사노조에선 밝혔다. 교사노조에선 고인의 학급에서 가해 학생이 뒤에 앉아있던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고, 이에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교무실에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어떻게 하냐며, 교사 자격이 없다면서 강하게 항의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유족 측에선 학급 소통 앱인 하이톡에서 학부모 26명 중 10명의 학부모가 ‘우리 아이가 놀림이나 폭행을 당하고 있어 살펴 달라’는 민원이 들어 있었던 내용을 공개했다. 이를 보며 학교폭력이 중고등학교 등 중등교육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까지 퍼져 있는 현실에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학생 인권도 중요하나, 최소한의 교권도 보장하지 못한 진보 교육감으로 인해 공교육이 망가지고 있다는 등 정치권에선 학생 인권 조례를 손봐야 한다며 이 사태에 대해 해결하기는커녕 정치질하는데 바빴다. 조례 폐지를 주장했던 수구세력들과 보수진영들은 서이초 사태 같은 게 벌어지길 속으로 바랬겠지. 물론 인권에는 예외가 없다며 학생, 교사 등의 인권을 다 보호해야 한다며 정치질하지 말라고 하는 정치인들과 지식인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서이초 사태에 관해 SNS상에서도 논의가 있었는데 호주에 거주하는 한 페친은 교사가 학교에서 학부모 민원 전화를 받는 일이 없고, 행정실 직원 또는 교장이 민원을 교사에게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호주에선 행정실이나 교장이 부모와 먼저 소통하고, 만약 부모가 교사와 소통하고프면 교사의 공적인 이메일로 그 내용을 보낸단다. 학부모와 교사와의 상담이 길어지는 경우엔 별도로 긴 상담을 요청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교장·교감이 상담에 참석할 때도 있다.

아동 간 따돌림이나 폭력 등의 사안은 교장 등의 관리자와 교사가 함께 참석하는데, 대한민국처럼 학부모가 따지듯이 달려들면 학교 측에선 상담을 중지시키며 진정될 때 상담하자며 다시 날을 잡자고 학부모에게 제안한다. 이렇게 호주에선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의 전문성을 존중하게끔 하는 체계를 만들어, 서로 간의 체계적·합리적인 소통의 채널과 방법을 마련했던 거다.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이 많이 붙여진 서이초 주변 게시판 모습. ⓒ이원무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이 많이 붙여진 서이초 주변 게시판 모습. ⓒ이원무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와 사적으로 소통하는 걸 비전문적이라 보는 문화이기에, 호주에선 교사의 전문적 바운더리 및 사적인 경계가 침해당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선, 이런 방법을 마련하지 않은 채 학부모가 교사에게 사적으로 전화하는 일이 심심치 않으며, 교사의 사적인 바운더리, 전문성은 침해당한다. 여기에 교장, 교감과 학교 행정실 등과 교육청, 교육부 등은 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행위가 사실상 부재했다.

사실 학부모가 이렇게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건 아니다. 학부모가 20~30년 전이었을 땐 학생이었을 거다. 이 당시의 학생들은 장애, 성적 지향 등의 다양성 존중을 배우기보단 학교의 두발 규제 등 반인권적 문화와 체벌, 야간자율학습 등 수능과 입시 위주의 교육문화를 경험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쌓인 스트레스를 힘이 약한 학생들을 상대로 해소했고 심지어 학교폭력은 더욱 악화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에도 변함없다. 이런 자신들의 경험을 자녀들은 최대한 겪게 하고 싶지 않고, 만약 자녀들에게 폭력을 겪는 경험이라도 들리면 자녀들을 보호하고픈 마음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교사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체계를 학교와 교육 당국이 만들지 않은 상황에서, 학부모가 민원을 자주 많이 제기하다 보니 이를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교사 입장에선 너무도 힘겹고 벅차 결국엔 극단적 경우까지 가게 된 거다.

그리고 지금은 놀 권리도 박탈당한 채 학교와 입시학원 등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초등학생들도 많다. 다름에 대한 존중 등 정말로 중요한 인권교육은 등한시되고 아이들이 거의 자유롭게 놀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초등학생은 다른 학생의 인권이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애당초 그런 건 불가능하고, 스트레스 쌓이면 힘이 약한 동료에게 폭력으로 스트레스를 풀 여지가 높다.

게다가 학생과 교사의 인권은 상치되는 듯이 말하는 정치권의 말엔 어이가 없다. 모두의 인권은 소중하고 함께 가야 하며, 인권엔 누구도 예외가 있어선 안 되기에 그렇다. 학생의 인권이 침해당하면, 교사의 인권도 침해당하게 돼 있다. 놀 권리와 존중받을 권리를 교사로부터 침해당하는 학생이 교사를 존중하기란 쉽지 않다. 교사에겐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음에도 말이다.

결국, 교사, 학생, 학부모 간의 갈등 등 학교 내 민원에 대해 학교 당국과 교육청, 교육부 등의 교육 당국이 해결책임을 회피·외면한 것, 여기에 다양성 존중이 부재한 상태에서 수능 등 입시 위주의 교육체계를 계속 진행했던 것 등이 결국 이런 사단을 부추긴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 교육과 행정 당국에선 문제해결은커녕 학생인권조례 손질을 통해 교권을 보호하자고 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손질이 자칫 잘못하면 교사의 과도한 체벌로 인한 인권침해를 부추기고 장애 학생, 특히 자폐성·정신 장애 학생의 경우엔 인권침해를 당할 우려가 크다. 나중엔 학생들이 보복할 우려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어찌 외면하려 하는가?

웹툰작가 주호민(좌측), 아동학대 신고 논란으로 인해 주호민 씨가 입장문을 밝힌 것 중의 일부(우측). ⓒ주호민 Instagram
웹툰작가 주호민(좌측), 아동학대 신고 논란으로 인해 주호민 씨가 입장문을 밝힌 것 중의 일부(우측). ⓒ주호민 Instagram

한편, 최근엔 작년 9월 웹툰작가 주호민 씨가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단 소식을 접했다. 그의 아들에겐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데, 아들이 동급생 앞에서 바지를 내렸기에 학교폭력으로 접수돼 통합학급에서 쫓겨나 특수학급에서 분리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아들은 등교를 거부했고, 이에 주호민 부분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설치했단다.

‘다시는 친구를 사귀지 못할 것’ 등 특수교사 발언을 들은 주호민 씨는 녹취록을 바탕으로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를 고소했다. 검찰은 녹취록 검토 후 해당 교사의 직위를 해제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는데, 교사 등 당사자 동의 없는 녹음이라, 불법녹음 등의 논란이 있었고, 이에 대해 주호민 씨는 발달장애 특성상 정확한 의사소통이 어려워 녹음기를 사용했으며, 정서적 학대의 경우 교육청 자체의 판단으로 교사 교체가 어렵다는 답변을 전문가들로부터 받았기에 교사를 고소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서이초 교사 죽음을 통한 교권 침해 문제가 화두로 됐었던지라, 주호민 씨가 무리하게 고소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해당 특수교사 측 변호인은 ‘고약하다’ 등의 부정적인 내용만 추려 교사와 주씨 아들 간의 긴 대화 내용을 요약했다고 말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서일까? 주호민 씨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해당 교사에 대해 선처해달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발표하기 전엔 직위 해제된 해당 교사가 경기도 교육감에 의해 복직되었다.

이 소식을 접하며,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장애학생이 바지를 내리며 성기를 보이는 식의 돌발행동을 하면 학교는 교육청에 즉각 보고해야 한다. 그러면 인권지원단과 함께 논의한 후 교육청에서 개입해 그 학생에게 성교육 등을 실시해 학생이 통합학급에서 계속 지내도록 하면 문제 해결이 된다. 그런데 교육청의 조기 개입 상황이 보이지 않았고 이게 문제를 키웠던 커다. 조기 개입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합심해 제때 제대로 역할만 했어도 소송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더군다나 장애학생 행동으로 특수학급으로 쫓아냈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인 통합교육이 부재함을 다시금 보여주는 거라 착잡하다. 학습자료를 쉬운 내용의 자료로 바꾸는 등의 교수적 수정을 하고 장애학생의 정서와 행동 지원의 역할 등을 하는 게 특수교사인데, 이런 특수교사가 법정 정원 미달로 인해 통합학급에 미배치된 경우가 많다.

또한, 특수교사와 통합 담임교사 간의 관계는 동등한 파트너십에 기반한 게 아니다. 특수교사는 통합 담임교사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보조역할에 머무르고, 특수교사와 통합 담임교사가 공동수업하는 장치가 부재하다. 교사들이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 및 대응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실질적인 통합교육의 부재로 인해 주호민 사태가 벌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산세계장애인대회 첫날에 통합교육 논의를 위해 나온 패널들 모습. ⓒ이원무
부산세계장애인대회 첫날에 통합교육 논의를 위해 나온 패널들 모습. ⓒ이원무

특수교사 수를 법정 정원 이상이 되도록 증원하고, 장애학생 인권과 교육권, 장애인권리협약 내용을 특수교사 포함해 교사에게 교육·훈련하고, 장애 유형별 개별화된 지원을 제공하도록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건 물론 통합교육 예산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렇게 실질적인 통합교육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꾸준히 실행할 때 주호민 사태를 통한 대중들의 장애 학생 분리 교육 목소리는 점차 사그라들 것으로 본다.

그러나, 통합교육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교육부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서 심각한 문제행동(없어져야 할 말)을 보이는 학생의 경우 개별화 교육계획에 따른 행동 중재지원과 자·타해의 우려가 있을 경우 보호자 동의를 받아 장애학생 등에 보호장구를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장애학생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가 없이 보호자 동의만으로 보호장구를 착용해 학생의 인신을 구속한다면, 이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4조의 개인의 자유와 안전이란 조항들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장애 학생 관리 목적으로 묶어두던 ‘결박 의자’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자폐성 장애인 등 장애인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인권침해의 우려가 다분히 큰 것이다.

통합교육 예산과 인력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보호장구 착용이 비용 면에서는 저렴하기에 이런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의 권리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에서 천명하고 있는 거다. 이를 위해 국가는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 교육부의 대책은 이를 무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책임을 유기한다면 앞으로도 장애학생이 돌발행동을 보일 때 특히 돌봄 요구가 큰 자폐성 장애 학생들을 분리하라며 이들을 혐오하는 대중들의 정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팽배해질 것이다. 국가소송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인 것이다.

얼마 전엔 ‘왕의 DNA’ 사건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교육부 사무관 S씨는 초등학교 교사에게 ‘나는 담임 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 등 갑질하다 아동학대로 신고했고, 이후 세종시 교육청에서 해당 교사를 직위 해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경찰이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수사결과, ‘혐의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돼, 해당 교사는 올해 6월 복직했다.

이와 관련해 초등교사 노조가 공개한 교육부 사무관의 편지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하고 ‘안돼’ 등의 제지하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고 학습 강요는 자제하라는 식의 내용이 있었다. 여기서 ‘왕의 DNA’ 출처는 자폐, 뇌손상 등을 약물 없이 치료한다고 하는 ‘네 머리를 알라’는 네이버 카페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레인파워연구소의 연구소장이 운영하는 그 카페엔 ADHD, 자폐 등을 진단받은 아이를 천재성 극우뇌라 주장하며, 동영상을 많이 시청하고, 약물치료 금하고, 먹고 싶은 밀가루 음식 등을 먹게 하라고 조언한단다. 아이가 욕설하고, 타인을 괴롭혀도 연구소장은 아이가 천재니 왕처럼 받들라고 조언한단다. 심지어 연구소장의 정체와 학력은 그 카페에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다.

사이비 치료를 받는 이유를 나타내는 결과 지도 ⓒ자폐성장애연구
사이비 치료를 받는 이유를 나타내는 결과 지도 ⓒ자폐성장애연구

검증되지 않은 밀가루 음식 등을 통한 치료 내용만 봐도, 벌써 사이비 종교 수준의 치료이며 아동학대 의심이 될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사이비치료법이 유행하며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한 논문(자페성장애연구, 2023)이 최근 나왔는데, 그 논문에선 자폐성 장애인의 부모가 사이비 치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요인 중 하나로 다음을 언급하고 있다.

장애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모들은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를 만나기 원하고, 이는 긴 대기시간을 초래하고, 특히나 장애에 대해 초보인 부모는 장애 완치를 약속하거나 장애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치료사에게 더 의존하고 싶기에 치료로 정상화될 거라 생각하는 부모는 사이비 치료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한 요인이 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왜 부모들은 장애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가? 그건 장애를 다양성이 아닌 하나의 치료해야 할 병으로 보는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초한 가치관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대한민국 사회이기에 그렇다. 그러기에 근본적으로 사이비 치료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패러다임으로 이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은 부모들은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사이비 장애 치료를 포함한 치료법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몸짓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서울 도심의 대학로 인근에서 한밤중 흉기를 들고 배회하면서 괴성을 지른 혐의로 한 60대 남성이 경찰서에 체포됐단 소식이 있었다. 이 남성은 돌봄 요구가 큰 저인지 발달장애인이자, 과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피해자였음이 밝혀졌다. 실제로 남을 위협하거나 해치지는 않았지만, 공포심을 느꼈다는 목격자들 진술을 고려해 툭수협박죄로 이 남성을 구속했다.

이 남성을 지원한 시민단체 홈리스 행동 측에 따르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자극을 받거나 정신적 압박 등을 받을 때면 사건의 인과성을 합리적으로 판별하지 못해 큰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이 잦지만, 이런 게 실제적 위해로 이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단다. 이 남성은 심지어 급성신부전 등 질환이 있어 물리적으로 타인을 해치기도 어렵다고 홈리스 행동 측에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홈리스 행동 측은 이 남성의 불구속을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은 도주 염려와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이 장애인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의도적 범죄행위가 아닌 과잉행동이라 불구속할 것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사실 필자가 생각해봐도 돌봄 요구가 큰 저인지 발달장애인 특성상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다. 환경의 변화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런 행동이 나올 수 있다.

신부전증까지 있으면 이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 특성까지 고려해 도주 우려는 거의 없다. 당사자는 스스로 정신과적 치료까지 결심했는데, 이 장애인 당사자를 구속하는 건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법원의 장애 감수성 없는 판결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이 씁쓸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장애인을 범죄자로 악마화할까 우려까지 된다.

지난 8월 17일 밤 서울 종로구에서 60대 발달장애인 남성 A 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모습. ⓒJTBC News Youtube 동영상 캡처
지난 8월 17일 밤 서울 종로구에서 60대 발달장애인 남성 A 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모습. ⓒJTBC News Youtube 동영상 캡처

정유정 사태, 분당 칼부림 사건, 서이초 교사 사망 사태, 주호민 사태, 왕의 DNA 논란, 대학로 흉기 소지범 소식 등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는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등의 정신적 장애인을 다양성이 있는 권리의 주체가 아닌 치료받아야 할 돌봄 대상이자 범죄자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정신적 장애인을 사회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여전하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태를 보면서는 교사들과 여러 사람들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해 그나마 고인이 외롭게 떠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정신적 장애가 있는 학생이나 성인이 자살한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자문하고 생각하니 암담했다. 기껏해야 자살했다고 한 줄 딱 기사에 싣고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지겠지. 사회적 약자고 힘이 없기에 그 예상이 현실로 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 악마와 혐오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 또한 여전하겠지.

하지만 우리도 감정이 있는 동등한 인간이자 권리의 주체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우리도 노력하고 있으나, 당신들의 비장애 중심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우리를 혐오하는 가치관 때문에, 우리 정신적 장애인들은 차별·배제·분리·거부라는 사회적 장벽 속에 오늘도 피눈물을 삼키며 겨우겨우 살아간다. 매 순간이 투쟁의 순간으로 느껴지는데, 이런 사회는 분명 썩어있고 상당히 많이 병들어 있는 게 맞다.

내 주위에는 자살이라는 말을 자주 입에서 내뱉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이 사회가 정신적 장애인에게 가하는 혐오와 폭력이 상당하다. 나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야만 한다. 권리의 주체로 혐오와 폭력에 동료들과 함께 맞서 싸워야 함을 다시금 느낀다. 이와 관련된 행동을 할 때 이 사회가 조금이나마 악의적인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단 생각을 가지며 말이다. 장애의 인권적 모델로 가는 그날까지 동료들과 함께 싸울 것을 다짐하며 말이다.

이제 가을로 접어들 텐데, 그때는 정말 차별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까?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라는 건 이 사회의 현실을 생각할 때 너무도 순진한 걸까?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이고, 우리의 인생도 소중하기에, 순진하지만 그런 것을 바라며 부당한 현실에 함께 맞서 싸우며 살아가련다. 우리에게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던 계묘년 여름도 그렇게 지나간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