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배회감지기 연구에 대해 ‘국민의 힘’ 최연숙 의원(쫘측)이 이경혜 한국장애인개발원장(우측)에 질의하는 모습. ⓒNATV 국회방송 유투브 동영상 캡처
27일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종료됐다. 장애인과 관련한 사안들이 올해도 국정감사 이슈로 어김없이 나왔늗데, 내용을 들으면서 실망스런 것들이 있었다.
먼저 이번 주 월요일인 지난 23일 보건복지위원회의 최연숙 국민의 힘 의원은 이경혜 한국장애인개발원장에게 배회감지기에 대해 질의했다. 배회감지기의 단가 상승이 올해 배회감지기 보급 대수가 전년도에 비해 감소한 것에 영향을 미쳤냐는 최 의원의 질의에 이 원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어 최 의원은 배회감지기가 발달장애인에게 더 적합한지 효과분석을 한 연구내용이 있냐고 이 원장에게 질문했다.
그랬더니 연구가 없다고 했고, 연구 필요하냐는 최 의원의 질문에 이 원장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최 의원은 배회감지기 종류별 효과가 어떤지,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배회감지기는 어떤 건지, 현재 배회감지기의 문제는 어떤 것인지 조사·분석해야 한다고 했고, 이 원장은 맞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송종현 장애인정책국장에게 이런 연구 제대로 하도록 여러 가지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 같다고 했고, 장애인정책국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배회감지기는 보호자가 착용자의 현재 위치와 동선을 확인하고, 미리 설정해둔 권역 이탈 시 보호자에게 알림 전송, 위기상황 긴급호출 알림이 가능해 발달장애인 실종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의 손목시계 형태의 위치추적기라고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정부 측에선 설명한다.
장애인 실종과 관련해 2020년 경찰청의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포함한 장애인의 실종 사건은 2016~2020년까지 해마다 7~8천 명 발생하고, 미발견된 장애인은 2016년 5명에서 2020년 47명으로 증가했음은 물론, 지적장애인 실종신고 대비 미발견 수는 아동과 치매환자에 비해 약 2배 높다.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이 실종돼 사망한 채 발견된 경우는 최근 5년 동안 226건이다.
이렇게 장애인 실종은 늘어나는 상황이라, 장애인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실종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배회감지기라는 위치추적기 배부 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 없이 부모, 시a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과테말라 출신 로사 알다나 위원이 위치추적기를 통한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과 신경다양인의 사생활 침해에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에 질의하는 모습. ⓒUNWebtv 캡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가 없는 데는 장애인 욕구·의지·선호를 존중하지 않고 장애인의 의사를 대신하는 성년후견제 등의 대체의사결정체계가 팽배한 것에도 그 원인이 있다. 그래서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를 가능케 하는 지원의사결정체계의 도입을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선 9년 전에도, 작년에도 권고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사실상 내놓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을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인지해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 없는 위치추적기 발부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장애의 인권적 모델과 장애인권리협약에 맞게 실종 예방정책을 수립하고, 장애인 동의하에 위치추적기 발부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니까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 없는 위치추적기 발부를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불법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인권을 침해하는 위치추적기 발부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라는 최 의원의 발언을 들으며, 이 의원이 과연 UN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와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상당히 많이 들게 되었다. 하긴 ‘국민의 힘’이 야당이었던 시절에도 ‘절름발이’, ‘자폐적’ 등 장애인 비하·혐오 발언으로 장애인의 인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정당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물론 지금도 그런 비슷한 게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장애인은 수가 적고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니 의원들에겐 장애인이 표가 되지 않는다는 심리가 한몫 작용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설령 UN 장애인권리협약을 국회의원들이 배워도 단순교육 수준으로만 이루어짐을 최 의원을 통해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위치추적기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장애인개발원장이나 그쪽에 예산지원을 수락한다는 보건복지부나 다 한통속이란 생각이 든다. 하긴 보건복지부 내의 순환보직제로 인해 공무원들이 장애인의 장애 등 다양성에 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은 애당초 어려울 테니 말이다.
이런 국정감사도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탈시설 로드맵과 관련해 자립주택으로 들어간 인원이 80명인 걸 보고는 목표치인 400명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장관은 입주 주택을 장애인에 맞게 개조하는 시간 필요하고, 보호자 반대와 일부 지역에서의 반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 의원은 탈시설 로드맵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장애인 지원주택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시설에서 케어받을 수 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의사도 반영해 다양한 탈시설 계획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거주시설 퇴소 여부에 의학적 진단과 전문적 소견이 고려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입소하지 못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희망자의 장기 대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까지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주문했다.
지난 7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공동주최로 서울 온드림소사이어티 ONSO스퀘어에서 개최된 탈시설·탈원화 이행을 위한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 발표회 모습. ⓒ이원무
이 얘기를 보면서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의학적 진단과 전문적 소견을 고려해 거주시설 퇴소 여부를 판가름하라는 건데, 의학 진단은 비장애 중심적이라 장애 차별적이며, 결국엔 장애인의 ‘취약점’ 또는 ‘약함’을 만들어낸다. 이는 장애인의 ‘취약점’ 또는 ‘약함’이 탈시설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UN 탈시설 가이드라인 37항을 위반할 구실을 만들어낸다.
또한, 장애인 지원주택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시설에서 케어받을 수 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의사를 마련해 다양한 탈시설 계획을 마련하라는 발언에선 시설이 선택이라는 느낌마저 받았다. 그런데 시설이 선택이라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욕구, 의지, 선호를 존중하고, 장애인 존엄성을 고취하는 식의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서비스가 지역사회에 구축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 정책 역사를 돌아봤을 때 그런 예가 거의 없다.
그리고 나를 시설에 살게 하라고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해 시설에 입소한 경우는 얼마 되지 않고, 대개는 반강제적으로 입소한다. 게다가 시설에서 의사 결정에 대한 권리를 부정당한 사람들은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을 시작하더라도 초반엔 이런 생활환경이 편안하지 않을 수 있는데, 많은 이들에게 시설은 그들이 아는 유일한 생활환경일 수 있다는 탈시설 가이드라인 37항 내용까지 있다. 시설에서 나오길 두려워하는 응답을 하는 장애인들의 생각엔 이런 37항의 배경도 한 몫을 차지한다.
그러니 시설은 선택이라는 말은 논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며, UN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선 모든 형태의 시설수용을 종식하라는 게 핵심 메시지임을 생각해보면, 최 의원의 생각은 참으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탈시설 관련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묻는 거에 대한 언급은 애당초 없었다. 최 의원이 UN 탈시설 가이드라인에 관심이 있고 이를 읽고 숙지하면서 의정활동에 참여는 하는지 의구심이 저절로 든다.
보호자의 반대도 있다는데, 이는 부양 부담이 너무도 큰 나머지, 시설세력의 입장에 찬동하는 부모들이 있는 현실도 보여준다. 인권적 모델에 기반하고 예산도 충분하게 가족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선 그 체계를 만들지 못한 국가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국가는 책임을 외면한 채, 시설세력의 눈치를 보며, 탈시설 제동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의 경우엔 국정감사에서 돌봄의 국가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일부 민간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며, 해당 거주시설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동의하며, 복지부 지침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설이 있는데, 이런 지자체가 지침 준수가 가능하도록 지자체와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거주시설 중심으로 예산이 배정되는 등 현 정부의 탈시설 왜곡과 거주시설 강화정책을 설명하는 자료 ⓒ한국장애포럼 Youtube 동영상 캡처
현재 우리나라는 탈시설보다도 시설에 투여하는 예산이 몇 백배 될 정도로 탈시설 진행 상황이 더디다. 그런데 민간이든 공공이든,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지원 강화를 주문하는 건 탈시설 진행상황을 더욱 더디게 하거나, 탈시설에 제동 걸겠다는 생각을 내비친 거나 다름없다.
아울러 UN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 현재 시설에 투입되는 예산을 확인하고 이를 장애인의 요구사항에 대응하는 서비스로 재할당하라는 내용의 제63항과 환경 개·보수를 포함한 시설에 대한 투자는 금지돼야 한다는 제29항이 내용까지 위반하는 생각을 인 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하는 거다. 거주시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선택권은 박탈되며, 인권침해는 계속될 거다. 이에 대해 과연 보고는 있는지 인 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묻고 싶을 정도다.
얼마 전에 한 시설에 있는 사무국장이 장애가 있는 자녀를 지역사회에서 자립시키라는 요구에 그 부모는 반대했지만 사무국장이 2년 넘게 설득하고, 자녀가 지역사회에서 밝아지는 모습에 부모는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시키기로 결심했다는 사례를 접했다. 그런데 이런 사례들이 많지 않기에, 사회에서 탈시설을 반대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사례들이 많아지면, 결국엔 탈시설이 맞았다는 걸 사회가 인정하는 날이 가까워지겠지?
배회감지기, 탈시설과 관련된 국정감사를 보며 입법부와 행정부는 UN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에 뒷전이었음이 다시금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이들의 UN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뒷전은 국정감사에만 나타났던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은 장애인 관련 예산은 늘어났지만, 총 31개 사업의 예산은 총 899억 6,600만 원이 삭감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예산 삭감된 내용에는 장애인 체육시설 건립 예산 171억 삭감, 연안여객선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사업 예산인 5억을 삭감한다던지, 대상자 감소에 따라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 예산을 삭감하는 것, 취업성공수당 요율조정에 따른 최저임금적용제외 근로장애인 전환지원예산 삭감 등이 있었다.
장에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한 예산 일부가 삭감되었으니, UN CRPD에서 추구하는 지역사회 통합의 방향에서 좀 멀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 액수는 충분치 않다. 더군다나 장애인연금 액수는 최대로 해봤자 최저임금의 20% 정도밖에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최혜영 의원실
이에 장애 소득 및 사회보장정책 하에 높은 생계비용을 보전할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 액수가 불충분함을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우려하며, 장애인의 사회적 보호 및 빈곤경감계획을 강화하고 장애인단체들과의 논의 하에 장애수당 액수를 검토할 것은 물론이고, 부양의무자 요건의 완전폐지를 통해 장애인연금제도의 수급자격을 확대하고, 모든 장애인들이 장애인연금 급여를 받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대상자 감소로 장애수당·장애인연금 예산을 삭감했다니 모든 장애인들이 장애인연금 급여를 받도록 보장하라는 UN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와 맞지 않게 가는 거다. 그리고, 올해 장애인연금도 물가인상분만 인상한 것이기에 액수도 충분치 못한 거라, UN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가 전혀 아니다. 그러니 행정부의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 이행은 뒷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적용제외 근로장애인 전환지원은 직업재활시설에서 최저임금 적용제외가 되는 장애인에게 직업재활과 훈련기회를 제공하여 최저임금 이상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지원하는 등 개방노동시장(Open Labor Market)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UN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선 보호작업장, 직업재활시설에서 개방되고 통합적이며 접근 가능한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권고를 작년 대한민국 정부에 내렸다. 하지만 최저임금적용제외 근로장애인 전환지원 예산이 삭감됐다니, 이 권고와 관련해 생각해보면 이런 삭감은 권고 방향과는 역시 거리가 멀다.
최혜영 의원실의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결국, 행정부는 UN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 이행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니까 UN CRPD 이행에 행정부는 뒷전임이 역시 드러나는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입법부와 행정부는 CRPD를 단순 교육수준이 아닌 훈련 수준으로 CRPD에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구체적인 실제 사례들을 통해 배우고, 여기서 배운 것을 법과 정책, 제도, 예산에 적용시킴은 물론, 적용하는 과정에서 장애인과 장애인단체, 시민사회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받아 법, 정책 등에 반영해 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입법부, 행정부가 제대로 CRPD를 이행하는지 모니터링하는 독립기구가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게 해서 지금과 같이 입법부와 행정부가 CRPD 이행에 뒷전인 현실을 앞으로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게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도록 현재 분열된 장애계가 서로 반목을 끝내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며, UN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을 위해 단합된 목소리로 장애인 비례대표 등과 함께 입법부, 행정부에 압박하는 효과적 전략을 세우길 바라며 말이다.
그러지 않는 한 입법부는 장애인을 우습게 보며, 장애인은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하에, 장애인의 요구를 무시할 것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낮은 보건복지부 등의 행정부도 UN CRPD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거다. UN CRPD 이행을 뒷전으로 여기는 입법부, 행정부의 이번 국감 모습은 앞으로도 반복될 거다. 장애인을 우롱하는 모습 이제는 그만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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