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몇몇 교사들이 사망했다. 사망의 이유를 정확하게는 알 순 없지만, 미루어 짐작건대 학부모들의 괴롭힘일 b4c5dd28ce0c07d94fc3301ae6c79dd9_1699840400_1821.jpg


그런데 그렇게 국민적 지지와 동정표를 받던 교사들이 이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인지 교사들에게 쏟아지던 동정표가 하루아침에 뭇매로 급회전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월 29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5학년 B(11)군이 동급생 11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B군을 평소 따돌리던 이들이 방과 후 집에 가는 B군을 강제로 잡아끌고 폭행했다는 것이다.

B 군이 11명을 때렸어요. ⓒjtbc
B 군이 11명을 때렸어요. ⓒjtbc

그런데 담임선생은 누구 말을 듣고 그랬는지 B(11)군의 어머니 A 씨에게 B 군이 아이들 11명을 때렸다며 이를 대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담임교사는 A 씨에게 아들 B 군이 아이들을 11명이나 때렸으니 사과하라고 했다.

A 씨는 자기 아들 B 군이 11명을 때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사실을 알아보니 B 군이 아이들을 때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B 군이 11명에게 얻어맞았다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상황. ⓒjtbc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상황. ⓒjtbc

이에 A 씨는 9월 23일 가해 학생 11명 중 정도가 심한 7명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9월 27일에는 B 군을 가해자로 몰아간 담임교사를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신체학대)과 폭행치상, 상습폭행으로 고소했다. 또 학폭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한 교장, 교감에 대해서는 개인 보호법 위반, 아동복지법위반, 직무 유기, 협박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여우비란 볕이 난 날 잠깐 뿌리는 비를 여우비라고 한다. 여우라는 동물은 행동이 민첩해서 금방 눈앞에 나타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예상치 않게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여우처럼, 여우비는 햇볕이 난 날에 잠깐 흩뿌리다가 마는 비를 말한다.

그런데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여우비란 여기서 말하는 ‘여우비’하고는 전혀 상관없다. 그들의 정식 이름은 ‘여교사, 우리들의 비밀 카페’의 줄인 말이 ‘여우비’라는 것이다.

‘여우비’에서 A 씨와 B 군에게 악플. ⓒjtbc
‘여우비’에서 A 씨와 B 군에게 악플. ⓒjtbc

A 씨가 아들 B 군이 피해자 임에도 가해자로 몰아간 학생과 담임 교사 등을 고소하자 ‘여우비’에서 A 씨와 B 군에게 악성 댓글 즉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여우비’ 카페 일부 회원은 "발로 차주고 싶다, 괴물 같다", "(피해 학생이) 정신병자 같으니까 학교에서 다 싫어한다.", "그렇게(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걸 누굴 탓하냐?" 등의 댓글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A 씨의 신상도 다 털렸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겠지만, ‘여우비’에서 A 씨의 신상이 털리고 악플이 달렸다는 것을 A 씨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이런 사실이 어떻게 금방 들통이 났을까 의아했는데 사실은 A 씨가 ‘여우비’ 회원이었다는 것이다.

’여우비‘ 카페. ⓒjtbc
’여우비‘ 카페. ⓒjtbc


이런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10월 31일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11명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 학부모가 가해 학생과 학교 교사, 관리자에 이어 사건 관련 기사에 악플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교사 등 60여 명에 대해 일산서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A 씨는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녀가 집단폭행을 당했음에도 위로는커녕 교권을 무너트리는 일을 공론화했고 교사들이 단체로 사이버불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법적인 처벌뿐이라 생각해 고소하게 됐다."라고 했다.

그런데 사어비불링이 무슨 말인지 필자도 고개를 갸웃했다.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이란 사이버 폭력이라는 의미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일어나는 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신조어란다.

장애아동 폭행 관련 기사. ⓒ네이버뉴스
장애아동 폭행 관련 기사. ⓒ네이버뉴스

장애아이를 키우기도 어렵겠지만, 이들을 가르쳐야 할 선생님이 장애아동에 대해서 이렇게 집단으로 악플을 달다니 이것은 일종의 집단테러이다.

더구나 장애아동 집단폭행 사건에서 담임선생이 가해 아이들을 편들고 가해자를 도왔다는 게 이해도 안 되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이었다.

군사부일체는 구시대 유물이 된 시대라지만, 선생이라면 제자를 선도하고 지도해야 할 입장인데 오히려 선생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낭떠러지로 떠밀었다니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

’여우비‘에서 A 씨에게 악플을 단 교사들처럼 교육자의 본분을 잊어버린 교사는 극히 일부겠지만, 그래도 이 나라의 미래는 교사들 손에 달렸지 않겠는가.

이번 사태의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A 씨는 교사들을 고소했다는 이유로 ‘여우비’카페에서 강제 탈퇴 됐으며, ‘여우비’도 카페 이름을 ‘그 카페’로 바꿨다고 한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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