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7일 서울역에서 ‘장애인 이동할 자유 보장 추석맞이 서울역 선전전’을 진행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제 장애인도 이동할 자유를 보장해주십시오. 추석에는 고향에 가서 가족을 만나고 싶습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역과 서울동서울터미널에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시외 이동권 투쟁'에 참여한 장애인들이 이 같은 한목소리를 냈다.
22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을 외쳐온 전장연은 “윤석열 정부는 올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약자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지만, 2024년도 장애인 이동권 예산을 살펴보면 허구적 약자 복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지난 2021년 12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개정으로 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지만, 정부는 2024년 저상버스 도입 예산안을 올해 예산 1895억 원 대비 220억 원 삭감했다.
또한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운영비의 경우 올해 7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특별교통수단 24시간 운행과 광역 운행이 의무화돼 전장연은 이에 필요한 예산 3,350억 원을 요구했지만, 내년도 예산은 요구안의 14% 수준인 469억 원만이 반영됐다는 것.
27일 서울역에서 개최된 ‘장애인 이동할 자유 보장 추석맞이 서울역 선전전’에서 발언하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수미 개인대의원(왼쪽)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용기 상임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수미 개인대의원은 “이곳 서울역에서는 많은 시민이 고향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고향에 가고 싶어도 자유롭게 갈 수가 없다”며, “장애인도 고향에 돌아가 부모, 형제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는 비교적 이동이 가능하지만, 시외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은 열차뿐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다양한 수단으로 이동하고 싶다”면서 “또 가까스로 고향에 내려가도 지방의 버스 중에서는 저상버스가 없어 이동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전장연 최용기 상임공동대표는 “내 고향은 서울이 아닌데 마음대로 고향에 갈 수가 없어 언젠가부터 서울이 고향이 됐다”면서 “장애인 이동권은 법적인 장치가 있음에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동권은 기본권이다. 비장애인이 차별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처럼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의 이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정부는 노력하라. 우리는 계속해서 이동권을 외치겠다”고 강조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왜 장애인은 광역버스와 시외버스를 탈 수 없습니까?' 피켓.ⓒ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특히 열차를 통한 시외 이동을 제외한다면, 시외 고속버스를 통한 장애인 이동권은 전무한 수준이라는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전장연 등 장애계의 지속적인 요구와 시외이동권 투쟁의 결과, 정부는 2019년 10월 28일부터 서울~부산 등 4개 노선에 전동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고속버스 10대를 시범운행했다.
하지만 2019년 약 13억 4,000만 원으로 시작된 시외 이동권 관련 사업의 예산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내년도 3억 5,000만 원으로 감액됐으며, 시범운행을 했던 고속버스 10대도 이용률 저조와 설비 고장 등을 이유로 운행이 멈춘 상황이다.
서울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 고속버스표를 끊고 버스에 탑승하려 했으나 터미널 입구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우리도 표를 끊었다. 표를 산 장애인이 고속버스를 타지 못하면 장애인에게 사과를 해야지 왜 우리를 막고 장애인을 태울 의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인가”라며 개탄했다.
이어 “정당하게 표를 끊고 버스에 탑승하려는 우리에게 시민이 아닌 것처럼 말하지 말라. 우리가 다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처럼 매도하지 말라”고 외쳤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우리는 기차가 가지 않는 지역이라면 갈 수가 없다. 명절에 고향에 가는 것은 그림의 떡이다. 우리도 고향에 가고 싶다. 가족을 만나고 싶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터미널에 오고 싶다.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될 때까지 치열하게 투쟁하겠다”고 피력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재현 개인대의원은 “전동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고속버스 시범운행을 할 때 한 방송사에서 체험 제안을 받았다. 고속버스를 타고 당진까지 가려고 했으나 오후 5시에 버스가 끊겨 타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며, “그런데 이제는 아예 시범운행 조차 중단한다고 하니 우리는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당진까지는 가는 열차도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명절에 가족을 좀 만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소망이 명절마다, 매해 예산안이 나올 때마다 좌절되고 있다”며 “우리도 평범하게 가족들을 만나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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