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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24일 삼모아트센터 라비니아홀에서 시청각장애인 첼리스트의 생애 첫 연주회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가 열린다.©박관찬

오는 11 24일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내 생애 첫 번째 첼로 연주회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표면적으로는 연주회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장애예술인으로서 본격적인 예술창작활동을 하기 전의 준비과정이다어떻게 보면 준비과정이니까 너무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길 수도 있다하지만 처음 준비하는 나만의 연주회이니만큼 정말 사활을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7첼로 선생님과 연주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회의를 했다이 자리에서 난 그동안 연주했던 곡 외에 (내 기준에서) ‘어려운’ 곡을 연주회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잠시 고민하던 첼로 선생님이 추천해준 클래식 곡을 연주회 마지막 곡으로 정해놓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아직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이 클래식 곡은 악보 두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두 페이지로 구성된 웬만한 곡은 제법 연주해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런데 8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곡을 레슨받기 시작하면서또 시간이 흐르면서 걱정이 쌓이기 시작했다내 기준에서는 진짜 어려운’ 곡이었기 때문이다.

8월 한달동안 악보의 첫 페이지를 외우고 레슨받았고이번 9월은 두 번째 페이지를 외우고 레슨받았다두 달동안 이 곡에 집중하면서 연습하고 레슨받았지만 여전히 미완성이다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웠으니까 연주회까지 다듬으면 된다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곡을 연주해낸 적이 없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건 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는 동안 활을 잡은 내 손의 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이 곡은 처음부터 강렬한 비트로 파워풀하게 시작되고첫 번째 페이지에서 강하게 연주하는 부분이 제법 있다그리고 두 번째 페이지의 전반부는 조금 잔잔한 느낌이라서 이 부분을 연주할 때 잠시 숨을 고를 수도 있는데곡의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빨라진다곡이 빠르더라도 음정을 정확하게 연주하고 힘도 유지해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다한 마디로 정신없다.

그런데 참 신기한 점이 있다이 곡을 아직 한 번도 끝까지 정확하게 연주해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기대도 된다는 것이다지금까지 나름대로 다양한 곡을 연주해 봤지만이 곡처럼 뒤로 갈수록 빨라지면서 화려하게 마무리되는 곡을 연주해본 적은 아직 없다그래서 아직 이 곡을 마스터하지는 못했지만이제 이 곡의 흐름을 파악한 만큼요즘 틈만 나면 어떤 상상을 하고 있다.

연주회 때 준비한 곡들을 하나씩 연주하면서 손을 풀고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과 분위기도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무렵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이 곡을 하이라이트 시점에서 연주하는 것이다그리고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노다메가 신나게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화려하게 마무리하던 그 순간을내가 직접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잘려고 누우면 이 곡을 흥얼거린다마치 잠들기 위한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처음부터 끝까지 흥얼거리면서 이 곡에 대한 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첼로를 안고 의자에 앉았을 때 언제든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틈만 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 곡을 흥얼거리고 있다.

시청각장애인이 첼로를 연주한다는 것

솔직히 고백하면 사람들이 내게 대단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대단한 이유는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OO를 하니까’. 박사과정까지 간다거나 기자로 일한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다는 걸 예로 들 수 있고특히 강력한 예가 바로 첼로를 연주하는 것이다.

사실은 나도 내가 연주하는 첼로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진동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잘 연주했는지를 모르니까 갑갑한 부분이 있다그래도 그 갑갑함보다 더 크게 차지하고 있는 게 첼로를 연주함으로서 얻는 기쁨이다정말 우연히 시작하게 된 첼로지만지금은 인생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고이제는 예술인으로서 본격적인 예술창작활동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연주회는 내게도또 시간을 내어 함께해줄 사람들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될 것 같다내가 첼로를 배우게 된 계기와 과정레슨에피소드 등 첼로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낼 수 있고중간중간에 연주를 곁들인다그리고 마지막에 연주하게 될 어려운’ 곡은 어쩌면 앞으로 내가 첼리스트로서의 활동에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내가 아는 첼로의 다양한 테크닉이 이 곡의 곳곳에 다 들어가 있다그래서 연습이 쉽지 않고 어렵지만다른 한편으로는 이 곡을 연주하면서 다양한 테크닉을 배울 수 있기에 재미있기도 한다이 곡을 마스터해서 연주회에서 멋지게그리고 화려하게 연주해낸다면 앞으로 더 어려운 곡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고내 실력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기에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냥 즐기고 있다정말 열심히 레슨해 주시는 첼로 선생님만 믿으며나는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고 했는데 첼로 선생님은 기대가 된다는 말을 믿으며꼭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덩달아 나도 기대한다첼로 선생님이 엄청 뿌듯해할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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