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에서 으레 답답함과 시원함의 상징으로 통하는 고구마와 사이다. ⓒ:Wikimedia Commons
젊은 층에서 답답하고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을 “고구마 먹는다”라고 표현한다. 고구마를 계속 먹으면 답답하게 느껴지는 젊은 층의 어려움을 표현한 표현 중 하나이다. 이제는 답답한 것의 대체어가 ‘고구마’일 정도이다.
실제로 록그룹 노라조는 이러한 것을 표현하면서 아예 대놓고 “매일 보는 TV 드라마 주인공 맨날 고구마/드라마 뒤에 뉴스를 보면 그건 더 훨씬 고구마/맥혀 맥혀 맥혀 맥혀 목이 꽉 맥혀”(2018년 발표곡 ‘사이다’ 중)라고 노래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이번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이주환·임의자 의원의 각각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노동부에서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받은 장애인 고용에 대한 지표는 그야말로 ‘고구마 먹기’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게 되었고, 문제는 이러한 ‘고구마 먹기’가 이제는 ‘만성화’로 이어지는 그러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먼저 이 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장애인 노동자의 월급은 지난 10년 전 보다 올랐다고 해도 156만 6천 원에서 196만 원으로 올랐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사이에 전체 노동자들은 273만 7천 원에서 381만 7천 원으로 올랐다.
장애인 노동자 비중을 고려하면 결국 장애에 따른 월급 격차는 그만큼 커졌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쉽게 설명하면 비장애인들의 월급이 100만 원 오를 때 장애인 노동자들은 40만 원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즉, 장애에 따른 임금 격차는 장애인 노동자들이 두 달 남짓 일한 만큼의 월급을 비장애인 노동자들은 한 달 만에 벌어들인다는 계산도 성립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그 사이에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고, 물가도 그만큼 인상되었다는 점은 짚어야겠지만 그것을 빼고 생각해도 격차는 더 심각해진 셈이다.
그리고 장애인 고용의 대표적인 악법이자 언제 가서야 위헌 판정을 받든 개정이 되든 간에 당장 폐지해야 하는 최저임금법 제7조가 적용되는 장애인 노동자 숫자는 줄어들어야 맞는 것이지만 이상하게 10년 동안 오히려 늘어났다.
2013년에는 약 4천 5백 명 수준이었던 것이 이제는 1만 명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최저임금법 제7조의 규정이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예외 규정인 만큼, 1만 명이나 엄연히 노동자임에도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임 의원의 자료도 마찬가지로 ‘고구마를 또 먹는’ 수준이다.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민간 기업 3만 42개 중 1만7,419개(58%)가 장애인 고용 의무를 어겼다. 거의 60% 남짓이 장애인 고용에 대한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구마는 또 끊이지 않는다. 장애인고용부담금 납부 총액도 사실은 또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징수된 장애인고용부담금은 자그마치 7,438억 원이었다. 이 정도면 그 돈으로 2024년 기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수준의 연봉(2472만 8880원)을 준다고 셈 쳐도 무려 3만 78명이 나눠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다.
이 숫자가 상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사실 2022년 말 SK하이닉스의 총 직원 숫자가 3만 1944명임을 알려드린다. 즉, 웬만한 대기업 하나 규모의 인원인 것이다.
사실 지난 9월 7일 관련 토론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는 안 그래도 장애인고용부담금의 현실화 논의이기도 했었는데, 이제 그런 토론회의 안건에서 나온 논의가 진짜로 적용되었다고 상상해보면 그야말로 장애인고용부담금은 이런 추세면 거의 1조 원을 넘길 공산도 이렇게 다가온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의 현실화까지 이뤄지거나 장애인 고용이 만성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짜로 장애인고용부담금 1년 징수액이 1조 원을 넘길 미래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참고로 서울특별시 강남구의 2023년 예산 규모도 비슷하게 1조 2846억 원이다. 웬만한 기초지자체 예산 규모가 장애인고용부담금으로 낭비되는 셈이다.
이제는 아주 강도 높은 메스를 들어야 할 시점이다. 거의 10년 넘게 장애인 고용은 고구마를 먹어도 너무 많이 먹었다. 이러한 상황을 뚫어버리는 것도 젊은 층은 “사이다 마신다”라고 표현한다. 그렇다. 이제 장애인 고용에도 ‘사이다’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최근의 경기침체는 이것을 위험에 빠뜨릴 공산이 크긴 크다. 그렇지만 장애인 고용에 대한 확실한 정책과 지원, 특히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에 나서게 하게끔 하는 정부의 압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제일 많이 부담하는 주체인 대기업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등학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면 으레 들어봤을 '정석'의 대명사인 홍성대 저 '수학의 정석' 최신판 (사진은 그 중 현행 수학 Ⅰ 과목에 대응하는 '수학의 정석 기본' 표지) . ⓒ성지출판
여기서 장애인 체험형 인턴 이런 방식으로 회피하려는 ‘반칙’은 절대 안 된다. 장애인 고용도 이제는 수학처럼 ‘정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 고용의 정석’은 단연 8시간 노동, 주 52시간제 노동 보장, 최저임금 이상 보장, 정규직. 이 ‘4대 조건’이 바로 ‘장애인 고용의 정석’이다. 고등학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면 으레 들을법한 ‘수학의 정석’도 고등학교 수학의 기본서이듯이, ‘장애인 고용의 정석’은 장애인 고용의 기본 조건인 셈이다.
이제 이러한 과제들은 오는 내년 4월 총선 이후 구성될 새 국회가 떠안아야 할 숙제들이다. 이제 숙제 범위는 정해졌으니 내년 4월 총선 공약으로 알맞게 ‘답안지를 작성한 뒤에’ 그 결과를 새 국회인 제22대 국회에서 풀어나가기를 각 정당에 바라는 바이다.
제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이다’가 나와서 장애인 고용이 ‘사이다’ 같은 시원한 정책으로 해결되기를 소망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꽉 막혀서 숨쉬기 어려운 환경을 조금이나마 숨 쉴 수 있는 정도의 ‘사이다’ 정도만 해도 충분히 ‘절반은 가니’ 말이다. 장애인 고용에도 이제 ‘사이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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