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희 씨. ⓒ에이블뉴스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에 위치한 나은필병원 5층 수술실. 윤소희 씨(26세, 발달장애)의 일터다.
윤소희 씨는 수술이 끝난 수술실의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의료 폐기물을 모아서 버리고 바닥에 묻은 피와 약품을 닦는다. 다음 수술 환자가 들어오기 전까지 신속하게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소희 씨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년이 넘게 진행된 현장중심직업훈련을 거쳐 취업했다. 길었던 직업 훈련과정부터 취업까지 “무엇이든 처음에는 긴장되고 떨렸지만 괜찮아졌다, 지금은 어려운 것이 없다”고 답했다.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것도 처음에는 어색하고 긴장됐습니다. 특히 처음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는 피가 많이 있어 무섭기도 했지만, 이제는 적응이 돼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수술이 끝난 후 수술실을 청소하고 있는 윤소희 씨. ⓒ한국장애인개발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소희 씨에게 취업이란 막막하기만 했다. 2019년부터 천안시누리별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직업적응훈련을 받기는 했지만,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복지관 내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와중 2021년 천안시누리별장애인종합복지관이 현장중심 직업재활센터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소희 씨의 취업을 위한 징검다리가 돼 주었다.
소희 씨는 약 1년 3개월 동안 카페와 마트, 패스트푸드점에서 현장중심직업훈련(First Job)을 받았다. 현장중심직업훈련은 사업체 현장에서 장애인의 특성에 따라 개별화된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해 중증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고 취업유지를 지원하는 훈련 프로그램이다.
인터뷰를 하며 “괜찮다.”, “어렵지 않다”는 대답을 가장 많이 한 소희 씨. 천안시누리별장애인종합복지관 강수완 장애인재활상담사는 소희 씨가 직업훈련을 받을 때부터 이러한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기억했다.
강수완 장애인재활상담사는 “다른 사람들은 현장중심 직업훈련이 어려워 포기도 많이 하는데, 소희 씨는 절대 먼저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또 훈련 업체를 옮기는 데도 그 기간이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꾸준하고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소희 씨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직업훈련을 받아 직업경험과 기술을 쌓았고, 좋은 기회를 통해 2022년 6월 나은필병원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윤소희 씨. ⓒ에이블뉴스
나은필병원에서 첫 직무는 수술실 청소가 아닌 원무과 보조로, 환자 응대와 안내, 발열 체크를 담당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발열 체크는 하지 않게 됐고 업무량이 매우 줄어들게 된 소희 씨는 다른 직무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이를 알아챈 천안시누리별장애인종합복지관 담당자들은 직무전환을 위해 고민하던 중 마침 간호과에 자리가 났고 병원 측에 직무전환을 요청했다.
병원 측에서는 소희 씨가 처음 하는 업무고 조금 더 전문적인 일이여서 걱정하기도 했지만, 간호과에서 평소 소희 씨의 성실한 태도를 눈여겨보고 있었기에 직무전환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소희 씨의 성실한 태도와 업무 능력에 장애인 근로자들에 대한 간호과 동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이윤화 간호부장은 “전문성 있고 특화된 부서에서 근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아주 안정적이고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어 동료들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취업 이후 소희 씨는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낯도 많이 가리고 소극적이었지만,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복지관 자조모임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며 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윤소희 씨는 “복지관에서 너무 많이 도와줘 감사하다. 처음 직무가 바뀌었을 때도 담당 선생님이 2주 동안이나 같이 출퇴근 해주면서 적응을 도와줬다”며, “앞으로 좋은 취업처가 많이 생겨 장애인들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소희 씨의 이야기는 한국장애인개발원 ‘2023년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취업 우수사례 공모’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08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 받아 총괄 수행 기관으로 선정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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