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동안 추진할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기본계획(2023~2027)’ 비전과 4대 추진과제. ©고용노동부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장애인 누구나 원하는 일자리에 근무하는 노동시장’이란 비전을 갖고 장애인 고용의무의 확실한 이행 지원, 장애인이 일하기 편한 일터 조성 등의 4대 추진 과제를 제시하며, 향후 5년 동안 추진할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필자도 이 계획을 읽어봤다. 계획 중에 발달장애인 훈련센터에서 디지털 기초과정을 확대·운영해 청년 발달장애인 취업영역을 확대한단 계획이 있는데, 학령기부터의 디지털 기초교육이 부족한 한계가 있는 현실을 어느 정도는 반영해 내놓은 거라 약간 고무적이긴 하다. 이 계획의 실행과정을 보며, 추후 지적·자폐성 장애인고용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며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들이 있었다. 먼저 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구매비율의 단계적 상향을 추진하고, IT, 스마트팜 등 미래성장 가치가 높은 업종의 표준사업장 설립 시 가점부여 및 지원강화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인직업 재활 시설은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적용받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생산품의 경쟁력이 일반기업에 비해 떨어진다.
그래서 돌봄 요구가 높은 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 조정 제공과 아울러 고용노동부 산하 통합직업센터로 직업 재활 시설을 전환하고 이들이 만든 제품 경쟁력이 낮다는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게 하는 등 일반기업 제품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중장기적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제품 경쟁력 제고 방안 고민은 물론 이들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또는 국가예산 일반회계를 활용하고, 미래성장 가치가 높은 업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지원강화를 검토해 이를 실행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하겠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연계고용 활성화 및 대기업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확산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자의 경우, 장애인 표준사업장, 직업재활시설(단 최저임금 이상 제공)과 도급계약 시 부담금을 감면하고,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만 허용되었던 연계고용은 국가, 지자체, 교육청에까지 확대한다는 거다.
그러나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폐지하고,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등을 이용해 최저임금 이상을 제공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지 않는 한 연계고용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두 계획 다 장애인 고용부담금 경감을 위한 조치이고, 이는 의무고용을 회피하기 위한, 다시 말하면 장애인고용을 활성화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동기로 작용할 여지가 농후하다.
삼성전자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개소식에 참여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더군다나 자회사 표준사업장은 임금체계가 본사 급여체계 아닌 별도 임금체계라 장애인을 최저임금으로 고용할 근거를 만들어준 거고, 이와 관련해 장애인의 정규직 전환 같은 계획조차 없다. 무엇보다 자회사 표준사업장을 포함한 표준사업장은 분리 고용의 일종이고, 표준사업장 확대 방향으로 가는 건 통합고용을 지향하는 장애인권리협약 원칙과 어긋나는 거다.
컨설팅, 직무개발 등 역량 집중하고, 고용의무 불이행 시 명단공표를 강화하되 이행 시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식으로 고용저조 부문 장애인 채용확대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보면 인상이 되긴 했지만, 최저임금과 고용부담금 인상률보다 작은 게 지난 10여 년간 확인된 바고, 고용부담금이 최저임금이 최대치일 정도로 고용유인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또한, 공공부문의 장애인고용확대를 위해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향상시킬 계획이지만, <공공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지침>에서 증원 협의 시엔 정책 우선순위 변화, 민간시장 성숙 등으로 기능이 축소·변경된 업무의 인력은 감축 또는 재배치되고 필수·핵심 역량으로 증원하여 증원 협의 후 전체 정원은 증가 또는 감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장애인에게 직무 수행 시 장애 친화적 문화와 쉬운 자료, 맥락에 따른 자료 등의 합리적 조정이 제공되지 않는 이상 필수·핵심 역량에 관해선 장애인보다는 비장애인을 채용할 여지가 높다. 여기에다 이 지침을 시행하는 기획재정부는 장애, 성적 지향, 국적 등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이 상당히 많이 떨어져 그럴 여지가 상당히 높다.
교원양성기관의 장애학생 부분에 있어선, 장애학생 선발 비율 및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 노력 지표를 20점으로 배점 상향하고, 별도 실태조사와 간담회를 통해 고용확대 방안을 논의한다고 하나, 진주 교대 사태에서 보듯, 교육현장에 장애인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장애인교원 고용 확대엔 한계가 있다. 이밖에 연구인력에 대해선 이공계 장애대학(원)생에게만 지원될 뿐 인문계, 예술계 등에 진학하는 장애학생 관련 지원계획이 없다.
따라서, ▲고용부담금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금액으로, 또한 고용장려금은 최저임금, 고용부담금보다 높은 인상률을 통해 고용장려금의 현실화를 이루도록 하고,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 증원 사유로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를 인정하는 건 물론, 장애인에게 합리적 조정 제공, ▲교원양성기관과 교육현장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장애인식 제고에 대한 중장기적 방향 수립, ▲이공계뿐만이 아닌 인문계, 예술계 등에 있는 장애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실시하는 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원무
장애인 대상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화와 관련해 대상별 특화서비스 제공 부분이 있다. 지적·자폐성·뇌병변 장애인 등에게 인턴경험과 정규직 전환 기회를 제공하며, 인턴 및 정규직 전 지원 기간이 각각 6개월이다. 인턴 및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지원금도 상향한다고 하는데, 지원이 한시적이고, 설령 정규직으로 전환하였어도, 근속 유지가 쉽지 않다.
특히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지속적 고용이 되지 못하는 것엔 이들과 비장애인 간의 이해 부족에서도 그 원인이 있음을 여러 통계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의 경우, 교육 내실화 및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인식개선 강사 처우 개선을 추진하겠단다. 교육 수요자가 장애유형‧업종 등에 적합한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도록 20분 내외의 모듈형 콘텐츠 개발도 추진한단다.
하지만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왜곡시키고, 더군다나 직접 대면 교육보다 원격교육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으며, 훈련 수준이 아닌 단순 교육에 그치고 있는 게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의 현실이다. 따라서 장애인의 어려움이 제도적·사회적 장벽임에서 옴을 인정하는 등, 장애의 사회적/인권적 모델을 반영해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장애인권리협약에 맞게 교육내용, 커리큘럼 구성하고, 직접 대면교육 기회가 많아져야 함은 물론 이 교육 구성 시 장애인 참여 보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자폐성 장애와 관련해 예를 들어 인식이란 ‘당신은 자폐가 있으나 받아들인다’는 뜻이 강하고, 수용은 자폐 특성을 다양성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식개선교육은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그래도 자폐를 포함한 장애 인식 제고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자폐 등 장애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며 수용하는 장애 수용교육 실시가 필요하며, 이는 수용교육의 효과성에 관한 중장기적 연구와 시범사업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 등의 피드백 반영을 거쳐 국가·지자체 차원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니까 장애인권리협약에 맞게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수정하고 훈련 수준으로 교육하던지, 아니면 장애 수용교육 실시 등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러지 않는 한 지적·자폐성·뇌병변 장애인 등에게 인턴경험과 정규직 전환 기회를 제공하거나,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일대일 약물관리 및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식의 고용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의 근속기간이 짧은 건 변하지 않고 이들의 실업률은 높아지는 등의 악순환이 계속될 거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 표준강의안에서 지적장애에 관해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법정 장애인은 아니나, 직업 생활이 어려운 대상(예: 경계성 지능 장애)에도 고용지원 필요도 결정을 통해 취업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적·자폐성·정신 장애 친화적이지 않은 사내 문화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오로지 이들의 능력만을 강조하는 고용지원 논의가 되고 있음을 3개월 전에 확인했다. 이런 식으로 취업 지원 방안을 검토할 경우 잘못하면 능력주의로 인한 장애인차별이 강화되고 이들의 근속기간은 단기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령‧중증장애인 지원에선 이들의 소득보장‧ 일자리 경험 제공을 위해 ’장애인 일자리 지원‘을 단계적 확대한다고 하는데, 이 일자리와 관련해 장애 유형 및 개인에 맞는 합리적 조정은 나와 있지 않고, 이 일자리를 거친 사람에 대한 일반 노동시장(Open Labor Market)으로의 전이계획이 나와 있지 않다. 또한, 일자리 대부분이 일반 노동시장으로 전이할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다. 단지 장애인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임시방편의 성격이 짙다.
직업재활시설 내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의 최저임금 이상 일자리로의 전환 촉진을 위해 전환 준비훈련 내실화 및 사후관리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나와 있지 않기에 이게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장애인의 대기업 취업 확대를 위해선 삼성 GSAT 등 ’대기업 준비반 확대 운영‘하며 이와 관련해 올해엔 5개 직업능력개발원으로 훈련을 확대한다고 한다. 그런데 직업능력개발원 사이트를 찾아보면 장애유형별 훈련직종이 아예 정해져 있다. 장애인 개인의 욕구와 선호에 따른 직업교육이 아니다 보니, 대기업에서 장애인에게 적합한 업무를 찾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취업 확대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장애인 고용과 CSV’ 세션에 참석한 최태원 SK회장이 4년 전 5월 28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한 첫 사회적 가치 민간 축제인 ‘소셜밸류 커넥트 2019(SOVAC)’에서 입장을 말하는 모습(왼쪽에서 두 번째) ⓒ에이블뉴스 DB
장애인이 일하기 편한 일터 조성과 관련해선 근로지원인 서비스 질 제고 및 실시간 현장 대응 시스템 구축하며, 관련해 이론 중심에서 현장실습과 체험형 교육 확대 방향으로 추진하겠단다. 이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건 근로지원인은 고용 신분 미보장으로 아르바이트의 일종으로 여겨지며, 1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율이 낮다는 거다. 또한, 이들이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여기에, 매일 지각하거나 자주 결근하거나, 주어진 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근로지원인도 생기고 있음을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와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된다. 따라서 현장실습과 체험형 교육 확대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로지원인의 고용 신분 보장 및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는 등의 적절한 생활 수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대책, 근로지원인을 중개기관과 장애인 당사자가 평가하되 장애인의 평가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교육내용엔 근로지원인의 책임의식, 근무태도, 당사자의 결정권, 선택권 존중 등도 들어가는 등 장애인 권리 존중을 위해 내용 수정도 필요한데, 이런 것들이 빠져 있어,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맞춤형 보조공학기기 지원체계 마련과 관련해선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기기체험 후 신청토록 관련 인프라를 마련하는데, 직접신청이 어려운 장애 유형인 지적·자폐성 장애와 시각장애와 관련해선 대리인 신청제를 도입하겠단다. 대체 의사소통 등 독특한 의사소통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상 이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장애인이 아닌 대리인의 선호와 의지가 반영된 맞춤형 보조공학기기 선택이 되기 쉽기에 지원의사결정체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적합직무‘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특정 장애 유형에 맞는 직종이 있음을 가정하고 있는 거다. 장애인 개인의 욕구, 의지, 선호, 개별성을 무시하는, 장애의 의료적 모델이 다분히 담긴 말이고, 실제 직업교육도 이런 식으로 추진되었기에, 장애인이 질 좋은 일자리를 가지기 어려운 요인이 되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좌측), 지속가능발전 목표 중 목표8인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관련 그림(우측). ⓒWikimedia Commons
8년 전, UN에선 2030년까지 모든 이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도록 보장하기 위한 목표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채택했으며, 그 목표 가운데는 모두를 위한 지속적이고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이라는 목표가 있다.
그런데, 이번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기본계획‘은 장애인 근속기간이 짧고, 양질의 일자리는커녕 단순노무직에 취직하는 장애인이 많은 현상이 유지될 게 우려되는 등 , 지속 가능한 고용과는 거리가 먼 계획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인의 개인적 능력 향상에만 신경 쓰고, 고용 접근에 걸림돌 되는 사내의 차별적인 문화나 괴롭힘 등의 제도적·환경적 장벽은 건드리지 못하는 등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따르는 기존 고용 패러다임을 답습한 건 여전하다.
따라서 이번 기본계획을 재검토해, 직업교육과 취직과정, 근속 유지 등 모든 과정에서 장애인 욕구, 의지, 선호가 반영되고, 방안 마련 시 장애인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른 고용촉진 기본계획으로 수정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런 걸 통해 최저임금 이상의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정책은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지 않는 한, 장애인의 자립과 지역사회 통합은 한낮 허망한 신기루에 불과하게 되고,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장애인이 취급받는 건 여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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