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은 다양하다내가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은 의사를 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수어도 종종 활용한다상대방이 하는 말은 문자로 통역받기도 하고구사하는 수어를 가까이에서 보기도 하고손바닥 필담도 하고음성인식기능 어플도 활용한다.

특히 수어는 간단하면서도 빠르게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수어가 가능한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때 종종 활용한다특히 지금 근로지원인과 의사소통을 할 때 수어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사실 난 수어를 가르치는 기관에서 정식으로 수어를 배운 적이 없다대학 내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조교로 일할 때 인연을 맺은 청각장애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어 위주로 자연스럽게 배웠다그 외에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일대일로 수어를 조금씩 배운 게 내가 아는 수어의 전부다기관에서 운영하는 수어교실에서 배우고 싶긴 했지만난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일대일로 배워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수어는 대부분이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지금도 모르는 단어가 많이 존재하지만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수어를 활용하여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수어로 충분히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아는 수어를 가르쳐 준다수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지만나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목적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나도 기관에서 운영하는 수어교실에서 수어를 배운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수어를 가르쳐 줄 때 활용할 메뉴얼이 없다그냥 생각대로 수어를 가르쳐 주곤 한다그런데 수어를 처음 배우거나 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가르침(?)은 때때로 아주 잘 먹혀서 대박(?)이 나기도 한다.

나만의 수어 알려주기

난 기본적으로 내가 아는 수어 위주로 알려주니까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수어가 대부분이다그 수어를 한번에 다 알려주려고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알려준다곧이곧대로 메뉴얼이라 하기는 그렇지만, ‘나만의 수어 알려주기’ 메뉴얼이라고 한다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모양이 비슷하거나 헷갈릴 수 있는 수어를 먼저 알려준다예를 들어 얼굴의 턱 밑에 손을 대고 구사하는 수어가 많으니까 잘 구분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괜찮다’, ‘없다’, ‘싫다’ 등과 같이 턱 밑에 대는 수어를 잘 구분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감사합니다’, ‘한다’, ‘만들다’, ‘수고하셨습니다’ 처럼 헷갈릴 수 잇는 수어도 구분해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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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를 수어로 하고 있다.  ©박관찬

두 번째수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그 사람이 어떤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지를 파악한다그리고 내 손에 필담으로 어떤 특정 단어나 조사를 자주 언급할 때그때마다 해당되는 단어나 조사를 바로바로 수어로 알려준다그럼 자연스럽게 해당 단어나 조사를 수어로 접하게 되고대화 중에 또 해당 단어나 조사가 나오면 굳이 손에 필담으로 하지 않아도 수어로 바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마다 생각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의 이 메뉴얼이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는다또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니만큼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고알려준다고 해도 잘 활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그렇지만 정말 수어를 배우고 싶어하고 나와 더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만큼은 내가 알려준 이 방법으로 열심히 배우곤 했다내게서 배운 수어를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역대급이란 이런 것

내가 수어를 가르쳐준 사람들 중에서 현재 근로지원인은 정말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최고 그 자체다근로지원인으로 첫 출근했던 날미리 공부해왔다면서 안녕하세요를 수어로 하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는데함께한 지 한 달만에 정말이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성취감을 느꼈다.

책이나 유튜브를 보고 수어를 공부하려면 재미없을 수도 있으니까 함께 일하면서 내가 수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그때부터 나만의 수어 알려주기’ 메뉴얼대로 근로지원인에게 수어를 알려줬는데배우는 속도뿐만 아니라 배운 수어를 활용하는 것도 정말 빠르다내가 알고 있는 수어의 90%는 다 가르쳐준 것 같은데한 달동안 정말 빠르게 학습했다앞으로 가르쳐 줄 게 없으면 어쩌나 걱정될 정도니까.

그래서 노트북 없이(근로지원인은 속기사라서 노트북 있을 때는 속기를 통해 이야기한다이야기를 나눌 때는 무조건 손바닥에 필담으로 하지 않고 수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그것도 그냥 단어만 구사하지 않고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접속사나 조사도 활용하여 문장을 만든다나도 근로지원인에게 이야기할 때는 말을 하면서 수어도 함께 한다그렇게 하면 그동안 배웠던 수어를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면서 활용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이렇게 근로지원인에게 수어 알려주기 한 달은 정말 완벽했다.

배우고자 하는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나 열정이 없다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실력은 늘어나지 않을뿐더러 보람이나 성취감도 느끼기 어렵다꼭 수어가 아니라 다른 것이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심지어 매일매일 만나서 알려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기준대로만 생각하고 판단하느라 애꿎은 시간만 허비할 수도 있다그렇기에 누구보다도 근로지원인의 진실된 배움의 자세가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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