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콜택시 이미지.ⓒ서울시설공단
점심시간 무렵 상급자로부터 “오늘은 집에 가는 콜택시를 업무시간 이후에 잡았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 통근이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었기에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어보니 “장애인 택시도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는데, 퇴근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잡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은 자신도 함께 택시를 기다리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택시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장애인들에게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만약 사무실에서 기다릴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야외에서 기다릴 수도 있고, 온도 변화에 취약하거나 비가 오는 경우에는 커피전문점에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도 쌓이면 무시못할 금액이 됩니다. 무턱대고 마셨다가는 생리현상 신호가 빨리 오기도 해서 보행이 힘든 장애인들은 고생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로 충분히 힘들었고 그것들이 쌓인 경험으로 나름의 데이터가 쌓인 것이 행동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산 것이 아쉬웠지만 상급자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보다 함께 기다리면 알게 될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무실 사람들 모두가 떠나고 택시를 기다린 지도 한시간 반정도 지나니 상급자가 물었습니다. “택시가 아직도 안 왔어요? 이 정도는 아니라고 했는데.”
“언제 잡힐지 몰라서 일찍 차를 요청했었어요.”
그렇게 한시간 정도가 더 지나자 지금도 안 잡혔느냐?고 다시 물었고, 콜택시 어플에는 여전히 배차 완료 표시는 없었기에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가 두시간 반 전에 요청했는데 언제쯤 순서가 될까요?”
“예, 고객님 순서는 되셨는데 배차는 좀 더 기다려 주셔야겠습니다.”
배차완료 표시가 내 휴대폰에 뜬 것은 통화 후 10분. 그러니까 택시 요청 후 2시간 40분이 지난 후 였습니다. 차량이 승차 장소로 오는데도 시간이 걸려 더 늦어졌음은 물론입니다.
그 후 콜택시 이용에 대한 오해는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후에도 택시가 빨리 잡힐 것으로 생각한 상사가, 내가 장애를 이용해 퇴근시간을 앞당기려 한다는 오해로 일어난 해프닝이었지요.
몸이 불편한 이들 중 신체적 약함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경우는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행동들을 주변에서 눈치챈 순간 당사자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장애인 당사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신체적인 문제에 대한 궁금증이 아닌 이상 의문점은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문화가 아직은 부족한 것도,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로서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집안일은 하루씩 늦춰졌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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