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0개 장애인단체가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인예산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윤석열 정부는 개인예산제를 장애인핵심 정책과제로 삼고 올해 6월부터 시범사업을 위한 모의적용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상황에서 개인예산제 도입은 어불성설이다.”, “개인예산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현 제도가 문제다.”, “장애인 예산이 부족하고 제도 연구모델의 한계도 있지만, 실험을 해야 할 때”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10개 장애인단체가 개최한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인예산제 정책토론회’에서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개인예산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하는 노들장애학궁리고 김도현 연구활동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비스별 자기주도사정 핵심‥“개인예산제 도입 어불성설”
개인예산제는 장애인 개인에게 제공될 사회서비스 총량이 정해지면, 그 내에서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이용할지 해당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발제를 맡은 노들장애학궁리고 김도현 연구활동가는 “우리나라에서 개인예산제는 무익하거나 해롭다. 먼저 개인예산제가 도입될 당시 사회서비스가 공공중심이었던 서구 사회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사회서비스가 민간을 중심르오 구축돼 있고,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인예산제는 처음부터 공공의 책임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책임마저 없애려는 것이며 사실상 사회서비스 역할을 무력화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6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연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연구모델은 활동지원서비스 예산 중 일부를 다른 사회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도록 용도와 용처를 확대하는 모델이다.
김도현 연구활동가는 “모델을 개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모델의 장점으로 거주서비스에의 적용 가능이라고 적어놨는데 이는 거주시설의 재정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정부의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대안은 서비스별 자기주도 사정에 기반한 장애인권리예산제다. 내게 필요한 서비스와 양을 내 사정에 맞춰 정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러한 방식으로의 전환 없이 개인예산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장화를 만능의 키로 보는 것은 그릇되고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개인예산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하는 나라살림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개인예산제 도입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현 개인예산제는 나쁘다”
나라살림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가장 큰 장애는 부족한 예산”이라며 “영양실조 환자에게 육식이든 채식이든 뭐가 중요하겠는가. 우선 많이 먹어야 한다”고 비유했다.
이어 “장애인 전체 예산을 늘릴 수 있는 것이라면 개인예산제가 아니라 어떤 제도라도 필요하고 장애인예산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나쁜 것이다. 개인예산제 도입 자체를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현 정부가 하려는 개인예산제는 개인예산제가 아니다. 개인예산제가 아니라 파이를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장애인 서비스 지원은 꼴찌고 현금지원은 압도적 꼴찌다. 서비스 지원이든 현금지원이든 무조건 늘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개인예산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한나 부연구위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예산 부족·개인예산제 모델 한계‥“그럼에도 실험해볼 단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한나 부연구위원은 “토론회 발제자분들, 토론자분들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예산제 도입 옹호론자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예산제를 도입하는데 여러 단점과 어려운 상황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대한민국에서 개인예산제를 실험해볼 단계가 됐고, 개인예산제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취지와 정책취지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나 부연구위원은 “현재 모의적용 연구에는 활동지원 수급자만으로 대상제한, 활동지원제도 개편에 머무른 설계 등 많은 한계가 있고 가장 핵심적 문제는 필요 시간에 근거해 산정하는 활동지원급여를 타 용도에 사용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내년도와 내후년도 1차, 2차 시범사업 예정돼 있는데, 다양한 형태의 실험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예산제가 잘 되길 염원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개인예산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경일 과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복지부, “다양한 의견 수렴 중, 자기주도 가장 중요”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경일 과장은 “개인예산제 토론회를 많이 거쳤다. 항상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던 것 같다”며, “많은 토론회를 통해 장애인예산총량 확대, 활동지원급여 내에서 적용하는 문제. 제한적인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모델로 가겠다고 하기 위해 모의적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시범사업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결과보면서 모델 수정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개인예산제는 어떤 모델이든 자기주도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형태로 모델로 본사업에 적용될지 알 수는 없지만, 당사자 및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자기주도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해서 제도를 설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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