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가산동 죠이라이프를 둘러싼 현대지식센터 공사현장 사진. ©서인환
죠이라이프는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서 화장품, 건강식품 OEM/ODM 전문기업으로 지난 2002년 2월 23일 창립 이래로 꾸준한 성장을 해오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러시아, 필리핀,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 태국, 중국 등 해외 다수 국가에 화장품 등을 수출하고 있으며, 개발을 위한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고 수준의 전략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연구소의 고객 맞춤형 솔루션 처방, 철저한 품질관리로 제품개발의 모든 과정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서 기획 개발하고 있으며 “New Face New Life”라는 슬로건으로 세계 화장품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죠이라이프는 서울시 가산동 60-31 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2015년 680평을 매입하여 지상 4층의 건물을 증축했다. 죠이라이프는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서 매우 가치가 높다. 보통 장애인표준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업종이 단순한 직무를 요하는 것인데, 화장품 생산이라는 업종으로 장애인의 직무를 높인 주목받는 기업이다. 다음으로 장애인에 대한 보수가 매우 높아 양질의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수십년 동안 근무하면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 이제 죠이라이프는 망가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금천구 가산동 60-26 60-40 일대에서 2020년 9월부터 공사 중인 현대지식센터 공사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지식센터는 연건평 약 8만평(대지 약 4천평)의 건물로 지하 5층, 지상 27층의 건물로 올 7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지식센터는 죠이라이프를 'ㄷ자' 형태로 완전히 감싸게 되어 진입로를 제외하고는 지식센터에 갇힌 형상이 된다.
죠이라이프에 따르면 화장품을 생산하는 기업이기에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 GMP라는 크린룸으로 운영하여야 한다. 온도와 습도가 일정해야 하며, 어떠한 먼지나 불순물로 생산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대지식센터의 신축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건물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사로 인해 소음과 분진의 피해가 있었지만, 참아왔다. 하지만 건물의 균열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건물 수십 곳에 심각한 균열과 뒤틀림 현상이 일어나더니 비가 오자 누수 현상과 수도관의 파열이 일어났다. 건물의 흔들림과 균열에 불안해진 근로자 장애인들은 직장을 그만두기에 이르렀고, 생산해 놓은 화장품에 문제가 생겨 모두 수거 반품하여 폐기하는 일도 일어났다.
대기업 현대건설은 법적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피해를 증명하면 소송을 통해 필요한 만큼 보상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입증 책임이 죠이라이프에 있으니 건물의 균열이 공사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하라는 것이다. 건물의 노화나 자체 공사의 부실을 핑계로 보상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그리고 공사기간 동안의 소음과 각종 피해는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죠이라이프는 당장 일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GMP 시설을 갖춘 건물 중 1300평 이상의 건물로 이전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건물을 새로이 짓거나 보수를 하여야 한다. 사실 보수로는 해결될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죠이라이프는 관할 구청인 금천구청에 이 문제를 호소하였으나, 구청의 입장은 당사자끼리 잘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좋게 원만한 해결을 원하면서도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건물의 심각한 손상과 안전의 문제로 근로자들이 위험에 처한 것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행정적 태도가 그 많은 참사들을 발생하게 하고 국민들에게 한을 안겨 주었지만, 행정기관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소송을 한다고 한다면, 수년이 걸릴 것이고, 그동안 현대지식센터는 다 지어서 급한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죠이라이프는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영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위험한 장소에서 아무도 일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이전을 할 여력도 되지 못하여 결국 고사 되고 말 것이다. 구청은 나중에 피해와 관련 고발해서 보상 받으면 된다는 식이고, 가해자는 맞아서 다친 것인지 원래 체질이 약해서 견디지 못한 것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저 가슴이 무너지는 것은 죠이라이프 운영진이고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근로자이며,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막대한 영업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어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은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현대건설은 건물의 노후를 핑계를 대면서 자신들의 문제로 인한 것을 부정하고 있지만, 2017년과 2019년의 증축과 신축 건물에서 더 많은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죠이라이프는 현대지식센터로 둘러싸여 조상권을 완전히 상실함에도 이러한 고려는 없었다. 그리고 현대건설과 서로 대화로 해결하라는 것은 골리앗의 싸움에서 평등한 대화를 기대하는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다.
현대지식센터 공사로 인한 죠이라이프 장애인표준사업장의 바닥과 벽의 균열 현상. ©서인환
기둥과 벽에는 거미줄처럼 가늘고 굵은 균열선이 생겼고, 문은 찌그러져 제대로 닫히지도 않거나 문 주위의 문틀이 곧 무너질 듯하다. 그리고 바닥에는 균열과 구멍이 발생하여 삼풍백화점 붕괴 이전을 연상하게 하고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로 설치한 자동문들은 균형을 잃어 작동을 하지 않는다. 물건을 이송하기 위한 트레일러들은 가만히 두어도 평지였던 바닥을 굴러다닌다.
대기업이 사회공헌을 하며 공생을 도모하는 기업들도 있다는데, 현대가 진정 사회의 발전에 기여 하고 오로지 이익만 추구하는 사회의 기생기업이 아니라면 당장 죠이라이프 사업장을 안전한 곳으로 이전시켜주고, 건물의 안전과 완전한 제모습을 복원시켜 주는 것은 물론 그 동안의 영업적 정신적 보상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이 죽고 나서 일부 보상을 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대건설이 불도저로 밀어붙이는 것은 전문가일 수 있으나, 그것은 건설이 아니라 새로운 파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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