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정신장애인 인권친화적 치료환경 구축을 위한 실태조사’(책임연구원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를 발간했다.
자기결정권 존중·지역사회기반치료 등 미흡한 ‘정신장애인 치료환경’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권에 기반해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접근이 취해지고 있다. 영국, 미국 등에서는 인권친화적 치료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기반 치료와 회복을 중시하며, 이를 위해 정신질환 관련 치료 과정 전반에서 대안적 선택지를 제공하고, 자기결정권 행사의 지원, 비자의입연구요약 원 및 강제치료를 지양하는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인권선언부터 국제인권규약 A 규약, B 규약에서도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국제인권법 및 국제인권의 영역에서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오랫동안 무시돼 왔다. 2006년에서야 정신장애인도 다른 사람과 평등한 기반 하에 일하고, 주거하며, 사회적,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주체로 인정하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은 새로운 장애인권리협약이 제정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7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법의 주된 목적이 ‘자유권’ 보장의 일환으로 비자의 입원 요건을 강화해 입원 통제를 실현하는 것에 있어, 인권친화적 치료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정신질환 치료 과정에서 자기결정권 존중 및 지역, 지역사회기반치료 등을 뒷받침할 방법과 서비스가 법에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거나 구체화하지 못했다.
특히 동의입원 등 사실상 비자의 입원인 제도들을 통해 많은 당사자가 폐쇄병동에 장기입원하고 있기에 인권친화적 치료환경의 조성과는 거리가 멀고, 국내 정신건강복지법은 격리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통신 및 면회와 같은 개인의 자유권의 제한 또한 정신과 의사 재량에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격리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팔을 묶은 채 행진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의 모습. ©에이블뉴스DB
비자의 입원 대안 부족‥선택권 없는 정신장애인 현실
국내의 인권친화적 입원치료 환경 현황을 살펴보면, 먼저 비자의 치료와 관련된 국내 법, 정책 및 운영체계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비자의 입원 요건에 맞지 않는 비자의 치료를 규제하는 정책이 이행 중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신청이 선행돼야만 심사가 이뤄지기에 비자의 입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입원 시 비자의 입원의 대안으로서 위기 쉼터, 지역사회전환시설이 소수에 불과해 비자의 입원 이외에 선택할 수 없는 치료방법이 부재하다.
입원 중 생활 관련해서는 격리·강박과 의사결정지원, 통신 및 면회 외출의 자유 보장 등에 대해 국제인권기준에서 지향하는 비강압 치료에 대한 수가 기준이 부재하고, 이에 실질적인 격리 및 강박 종식이 의료현장에서 실천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퇴원 시 인권친화적 치료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지역사회통합과 관련된 참여, 퇴원계획, 퇴원 후 지원 등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가 부재한 것이 문제로 나타났다.
입·퇴원 전반의 정신장애인 ‘의사결정 지원 제도’ 시급
우리나라 입원치료 환경 현황 및 문제점 파악을 위해 입원당사자 168명과 종사자 1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당사자와 종사자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입원 시, 입원 중 생활, 퇴원 지원에 이르기까지 당사자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안내와 관련 종사자 교육이 이행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입원 중에는 입원당사자의 사회참여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이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 타인과의 평안한 교류가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며, 격리 강박 이외에 대안적 치료방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퇴원 지원 시 입원당사자의 개별회복지원이 이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식 개선 및 전문가 교육 시행, 다학제 접근을 통한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자유권 보장 중시‥인권친화적 치료에 무관심 ‘한계’
보고서는 “기존의 정책 또는 법개정안은 자유권 보장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음. 인권친화적 치료에 대한 관심은 적다. 이는 실질적으로 인권친화적 치료환경을 개선하는데 한계로 작용한다”며 “인권친화적 치료환경 구축을 위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정신장애인 또한 다른 사람과 동등한 수준에서 건강권을 보장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입원치료 또한 다른 질환과 같이 지역사회 기반해 치료하고 입원 치료는 필요시에만 이행돼야 한다. 입원 과정과 입원 중 생활, 퇴원 지원에 있어 인권 기반 정책 재구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입원치료의 목적이 사회적 수용이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포용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목적이 돼야 한다”면서 “비자의입원 절차와 입원치료 환경·내용 등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입원 치료의 대안적 서비스 구축을 위한 정책마련이 필요하다. 일상 쉼터, 위기 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원연계기능 강화를 통해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자원이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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