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구 고령화가 급격해짐에 따라 노인의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는 상반되게 장애와 노화의 이중고를 가진 장애인의 연령 기준은 60세, 55세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본인의 욕구에 맞는 적절한 서비스가 부재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며, 고령장애인에 대한 연령 기준보다 적절한 맞춤형 서비스가 구축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과 돌봄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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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과 돌봄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경기복지재단 이병화 연구위원. ⓒ유튜브 캡쳐

“적절한 욕구에 따라 서비스 만들어진다면 연령 기준은 중요하지 않다”

발제를 맡은 경기복지재단 이병화 연구위원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의 고령화율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이는 비장애인의 고령화율에 비해 약 3배에 달한다. 특히 고령장애인의 문제는 신체적, 심리정서적 문제와 함께 노인문제·장애문제가 동반돼 나타나고 있다.

고령장애인의 연령 기준에 대해서는 법적・제도적으로 통용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연령 기준을 연구자마다 연구목적에 따른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15~20년 빠르게 노화를 경험한다는 실증적인 연구 결과와 최근 고령장애인 관련 연구들이 50세 이상을 고령장애인으로 정의하고 있는 경향이다.

이에 대해 이병화 연구위원은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욕구와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다르기에 특정한 욕구에 맞게끔 지원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연령 기준에 대한 논의가 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가 요구하는 적절한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욕구에 따라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면 연령 기준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장애인 건강예방 및 유지 지원을 위한 건강주치의제도 강화, 고령장애인 정신건강을 위한 심리·정서지원, 고령장애인 의료비 지원 등 ‘고령장애인의 신체적 건강 및 정서적 건강지원’과 고령장애인 생활 안전 지원체계 구축, 고령장애인을 위한 쉼터 설치 등 ‘고령장애인에 대한 일상생활 지원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차원에서 활동지원서비스와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제도적 정비, 고령장애인 돌봄가족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한 고령장애인 돌봄서비스 및 돌봄가족 지원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령장애인의 주거지원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에서의 장애인대상 특별공급 주택이 확대되고 고령장애인 그룹홈이 확충되며 맞춤형 주택개조가 지원·확대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과 돌봄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용석 정책위원. ⓒ유튜브 캡쳐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과 돌봄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용석 정책위원. ⓒ유튜브 캡쳐

장애인 노령연금 수령 기간, 종전 중증장애 1급 4.3년·2급 7.4년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용석 정책위원은 “노령연금의 경우 현재 만 65세로 기준으로 고령장애인의 평균수명과 수령 기간을 따져보면, 종전 최중증 1급 장애인의 고령장애인 기간은 고작 4.3년, 2급 장애인은 7.4년에 불과한 셈이다. 비장애인이 17.4년을 수령하는 것과 비교하면 명백히 불공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부와 어부는 해당 직종의 강도 높은 노동을 감안해 만 55세부터 노령연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있다”면서 “이미 법적 근거가 존재하고 예외대상이 있기에 장애인도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이 만 55세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용석 정책위원은 “발제자의 지원 방안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몇가지 방안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고령장애인 건강문제를 시범사업만 하고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는 주치의 제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뇌출혈, 치매의 활동지원서비스 영역의 확장 방안에서 현재 활동지원서비스 최중증장애인들의 매칭도 잘 안 되는 상태에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고령 장애인은 매칭이 잘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 등이다.

이어 “원론적인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심정적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고령장애인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먹고 사는 문제인 만큼 소득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일상생활지원뿐 아니라 고령장애인에 특화된 활동지원 직군을 개발하고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에는 고통받지 않고 편안한 죽음도 고령장애인을 위한 지원이라고 생각하기에 고통 속에서 죽음만을 기다리는 장애인을 위한 노인요양시설이나 호스피스 제도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과 돌봄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김경미 교수. ⓒ유튜브 캡쳐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과 돌봄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김경미 교수. ⓒ유튜브 캡쳐

“고령장애인 연령 낮추는 일, 더 고민해야 할 문제”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김경미 교수는 “조기노화가 일어나는 현상, 임상학적 현상은 주위에서 보이는데 이걸 과연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느냐 할 때, 이를 심층적이고 장기적으로 추적했던 데이터가 많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조기노화와 장애를 유지하고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에 동의를 하는데, 조기노화를 강조할 경우 일로부터 은퇴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져 일에서의 소외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등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경미 교수는 장애인의 고령화 현상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제도 통합에 한계가 있는 활동지원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해 장애당사자의 자기결정권에 기초한 서비스 유연성을 통해 양 제도의 연계방안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가족들이 고령장애인의 거주시설 입소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고령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지원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다양한 거주서비스 모형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50세 이상 고령장애인들을 위한 지역사회서비스 개발 및 공급, 노화에 대한 대처능력 향상, 이차장애의 기본적인 의료데이터 구축·공유, 의료 이용 및 서비스 접근성 향상, 여가문화 활동 프로그램 개발,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령 연령 하향 등 방안을 제안했다.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과 돌봄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경일 과장. ⓒ유튜브 캡쳐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과 돌봄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경일 과장. ⓒ유튜브 캡쳐

“고령장애인 문제, 지침이나 지자체 협의부터 조금씩 개선해 나가겠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경일 과장은 “고령장애인 대책 사각지대는 맞는 지적이다. 대책을 늦었지만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복지부에서도 새로운 과제들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고령장애인 문제도 이 중 하나였다. 국내에서 공감대 형성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연령 제한이 있는 주간보호시설을 경우 연령 제한을 없애고, 고령장애인 전담 주간보호시설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거주시설도 찬반이 있지만 수요에 맞도록 소규모 시설로 가는 방향, 의료 집중형 거주시설 등 조금씩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작지만 조금씩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연령 제한과 법 개정 필요한 사업과 같이 큰 담론도 중요하지만 지침이나 지자체 협의 등을 통해 고령장애인 지원할 수 있는 사업들 먼저 고령장애인 지원대책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나 논의가 필요한 방안들에 대해서는 논의를 활발히 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제도개선 방안을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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