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 드라마 ‘하늘의 인연’은 여정미 극본, 김진형 연출인데 “임신한 여자를 버리고 욕망을 쫓아간 천륜의 원수인 아빠에 대해 딸이 복수하고 성공하는 분투기”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무례하고 불경한 테살리아에 에리시크톤이라는 왕이 있었다. 에리시크톤은 주위의 경고를 무시하고 데메테르 여신에게 봉헌된 신성한 참나무 숲을 베었다가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벌을 받아 결국 제 몸을 뜯어먹고 죽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에리시크톤의 징벌은 채워지지 않는 탐욕에 대한 허기였다. 탐욕은 더 크고 더 많은 허기를 부른다. 그래서 결국은 탐욕의 지옥에 빠지고 만다.

‘하늘의 인연’은 탐욕의 지옥으로 걸어 들어간 비정한 아버지와 이에 맞서는 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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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인연. ⓒMBC

강치환(김유석 분)은 똑똑한 청년이었다. 강치환은 하윤모(변우민 분)와 친구로 지내면서 이순영(심이영 분)과 연애했다. 강 치환이 대학을 졸업하고 무정 건설에 다니면서 무정 건설 전상철(정한용 분) 회장에게 무남독녀 외동딸 전미강(고은미 분)을 알고는 이순영을 버렸다.

이순영은 임신 중이었는데 강치환이 아이를 지우라고 하자 이순영은 멀리 섬마을로 숨어버렸다. 마음씨 착한 이순영은 오래전부터 부모에게 학대받아 오갈 데 없는 나정임(조은숙 분)을 돌보았는데 나정임이 자라서 무정 건설 전상철 회장의 비서가 되었다.

강치환이 전미강과 결혼하는데 아무래도 이순영이 걸리적거려서 황태용(박동빈 분)을 시켜 이순영을 없애라고 했다. 나정임이 이를 알아채고 어느 섬마을로 숨어든 이순영을 찾아 나섰다.

이순영이 나정임에게 딸 이해인을 맡기고. ⓒMBC
이순영이 나정임에게 딸 이해인을 맡기고. ⓒMBC

이순영은 만삭이었는데 강치환의 부하 황태용이 뒤를 쫓는다는 것을 알자 딸을 출산했다. 황태용의 무리가 조아오고 있어서, 이순영은 출산 한 딸을 나정임에게 맡기고 강보에 싼 베개를 안고 바닷가 절벽으로 뛰어내렸다.

나정임이 딸 이해인을 키울 형편이 안 되어 보육원에 맡겼다. 당시 나정임은 전상철 집에서 전미강의 딸 강세나의 입주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하윤모는 선주그룹 회장이 되었으나 아내가 죽고 채영은(조미령 분)과 재혼했는데 아들 하진우가 죽은 엄마를 못 잊어하다가 강물에 빠졌고 이해인이 이를 구해 주어서 이해인과 하진우는 친구가 되었다.

하진우와 이해인은 친구가 되고. ⓒMBC
하진우와 이해인은 친구가 되고. ⓒMBC

어느 날 나정임이 보육원으로 이해인을 찾아가니 이해인이 다른 집에 입양이 되었다는데 알고 보니 각설이패에 팔려 가서 시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정임은 순영 언니를 생각해서 이해인을 집으로 데려왔다. 강세나는 아빠 친구 하윤모의 아들 하진우를 바라보고, 하진우는 이해인을 바라보고, 강세나 집의 도우미 오화순(김난희 분)의 아들 문도현은 강세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세나가 강치환의 서재에서 비싼 도자기를 깼다. 강세나가 이를 이해인에게 뒤집어씌웠고 문도현이 이를 보았다고 증언했다. 전미강이 강치환과 나정임의 사이를 의심해서 강치환을 닦달하자 나정임은 이 집에서 이해인을 키울 수 없을 것 같다며 이해인을 데리고 집을 나왔는데 강치환이 나정임을 잡아 오라고 했다.

나정임이 이해인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MBC
나정임이 이해인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MBC

나정임이 도망가다가 차에 치였고 택시 운전기사 윤이창(이훈 분)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해인이 울면서 따라갔다. 윤이창은 이해인이 밤새도록 나정임 수술 방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

알고 보니 하윤모가 이해인을 입양하겠다고 했었다. 나정임이 퇴원하자 윤이창이 나정임과 이해인을 하윤모 별장으로 데려가는데 강치환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강치환은 나정임이 이모라면서 이해인을 챙기는 것을 보고 수상히 여겨 친자 검사를 했더니 친딸이었다. 아버지가 친딸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윤이창은 나정임과 이해인이 누군가에게 쫓긴다는 것을 알고 후미진 곳에서 둘을 내려주고 윤이창은 탈출하고 택시는 절벽으로 굴렀다.

나정임의 수술방 앞에서 기도하는 이해인. ⓒMBC
나정임의 수술방 앞에서 기도하는 이해인. ⓒMBC

강치환은 윤이창 나정임 이해인이 죽은 줄 알았다. 하윤모와 채영은도 이해인이 죽은 줄 알았다. 하진우는 이해인이 죽어서 몇 날 며칠을 식음을 전폐했었다.

윤이창은 이해인을 윤솔로 입양해서 나정임과 같이 살았다. 윤이창은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다시 연출을 시작했고, 나정임은 고모 나숙자(박혜진 분)와 치킨집을 운영했고, 윤솔(전혜연 분)은 메이크업 전문가로 어르신들을 화장해서 결혼식을 해 주고 있었다.

강치환은 샤인코스메틱을 운영하면서 딸 강세나(정우연 분)를 모델로 쓰고 있었다. 하진우는 연극을 하면서 윤이창 연출가를 찾다가 윤솔을 만났다. 강세나는 여전히 하진우를 좋아하고 있었으나 하진우가 싫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강세나 바라기로 자란 문도현은 강치환의 장학생으로 검사가 되었다. 강세나 가 회사로 가면서 문도현(진주형 분)에게 핸드백을 갖다 달라고 했는데 문도현의 엄마가 검사 아들에게 그딴 심부름을 시킨다고 대신 가지고 나갔다.

강세나의 갑질. ⓒMBC
강세나의 갑질. ⓒMBC

오화순은 강세나에게 다시는 검사 아들에게 가방 쪼가리나 갖다 달라는 심부름시키지 말라고 하자 강세나가 같잖다고 핸드백을 낚아채는 바람에 핸드백 끈이 떨어져 오화순은 넘어졌다.

이 모습을 윤솔이 보고는 넘어진 오화순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는데, 강세나의 갑질로 인터넷에 도배가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윤솔이 기자회견장에 나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웅크린 강세나를 윤솔이 아빠 소극장으로 데려가서 윤이창과 만나게 했다.

그동안 강세나는 다이어트 등 여러 가지 고민으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윤이창이 해 준 김치찌개로 맛있게 저녁을 먹었고 강세나는 처음으로 행복했다.

강세나가 집에 와서 전미강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전미강이 윤이창을 찾아 나섰다. 강세나는 윤이창의 딸이었다. 전미강은 윤이창의 얼굴만 한번 보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윤이창을 보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윤이창과 강세나의 만남. ⓒMBC
윤이창과 강세나의 만남. ⓒMBC

그러나 윤이창은 아내 나정임과 딸 윤솔이 있다며 전미강의 만남을 거절했다. 그러나 전미강은 윤이창을 한번 보자 강치환에게 이혼서류를 내밀었다. 강치환은 윤이창 너만 아니면 전미강이 이혼하자고 하지도 않았을 거라며 윤이창을 없앨 궁리를 했다.

윤솔이 샤인코스메틱에 입사하고 마침 윤이창의 생일이라 특별이벤트로 부모님을 별장으로 모시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강치환이 오목찬(이태오 분)을 시켜 별장에 와인을 가져다 놓고 가스 불을 손보게 했다. 그리고 별장과 주변 CCTV를 다 껐다.

윤이창 나정임 부부와 윤솔과 하진우는 별장 정원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하진우는 떠났는데 강세나가 하진우를 뒤쫓아왔다. 강세나와 윤솔이 별장 정원에서 옥신각신하다가 강세나가 화덕에 남아있던 불씨를 삽으로 퍼서 정원에 뿌렸다.

윤이창과 나정임 윤솔과 하진우 최후의 만찬. ⓒMBC
윤이창과 나정임 윤솔과 하진우 최후의 만찬. ⓒMBC

그때 방안에서 윤이창과 나정임 부부가 와인을 나눠 마시자 윤이창은 머리가 아파서 바람을 쐬러 나왔고, 방안에서 나점임이 생일 케이크에 초불을 켜는 순간 펑 하고 가스가 폭발했다. 윤이창이 나정임을 감싸 안고 탈출했으나 정원에도 강세나가 불을 지른 이후였다.

윤이창과 나정임은 병원으로 옮겼으나 윤이창은 죽었고 나정임은 기억을 잃고 발달장애인이 되었다.

윤솔이 샤인코스메틱에 입사하면서 부모님 보험을 들었었다. 정원에 불을 낸 것은 강세나지만 CCTV가 없었기에 하진우가 삽에서 강세나의 지문을 확보했으나 문도현이 바꿔치기했다. 윤솔이 아무리 아니라고 항변해도 증거가 없었기에 윤솔이 보험금을 노리고 부모님을 살해한 패륜아(悖倫兒)로 찍혀서 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윤솔이 복역하는 4년 동안 샤인코스메틱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샤인에는 무정건설 전상철과 선주그룹 하윤모의 지분이 있었고 샤인의 사장은 데이비드 주였고 강치환이 부사장이었다. 데이비드 주는 예전에 보육원에서 이해인과 같이 자란 주윤발이었다.

강치환에게 복수하겠다는 윤솔. ⓒMBC강치환에게 복수하겠다는 윤솔. ⓒMBC

윤솔은 4년 동안 교도소에서 이를 갈고 나왔다. 채영은 전미강 문도현이 샤인의 이사였고 하진우 강세나가 양대 팀장이었다. 윤솔은 하진우 팀장의 팀원으로 들어갔다. 강치환과 강세나는 부모를 살해한 패륜아를 샤인에 둘 수 없다고 했으나 사장 데이비드가 괜찮다고 했다.

황태용이 갇혀있던 정신병원에서 탈출하여 윤솔에게 연락했다. 황태용은 많은 부하를 거느린 사업가로 부자인데 15년이나 정신병원에 갇혀있었는데 무슨 수로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윤솔이 황태용을 만나고 강치환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자, 자신이 그 옛날 자애원에 살았던 이해인이고 친모가 이순영인데 친부 강치환이 친모를 죽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강치환은 윤솔이 이해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이제 알게 되었으니 엄마하고 같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라고 했다. 윤솔은 여기서 할 일이 있다면서 유학을 가지 않았고 원수보다 못한 친부 강치환에 대한 복수를 시작했다.

윤이창의 마약 누명을 벗긴 윤솔. ⓒMBC
윤이창의 마약 누명을 벗긴 윤솔. ⓒMBC

강치환은 윤솔의 친모 이순영이 강보 싼 베개를 안고 절벽으로 뛰어내리게 했고, 이해인이 친딸임을 알고도 절벽으로 밀어 죽였다. 그러나 이해인이 죽지 않았음을 알고는 윤솔의 양아버지이자 전미강의 애인이었던 윤이창을 죽이고 나정임을 발달장애로 만들었다.

윤솔이 아버지를 죽인 파렴치범으로 4년을 살고 나와서 샤인코스메틱에 입사하자 강치환은 윤솔과 나정임을 외국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이제 윤솔이 더 이상 속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윤솔이 첫 번째로 할 일은 양아버지 윤이창의 마약 사건 누명이었다. 윤솔이 윤이창의 마약 사건 누명을 벗기면 전미강에게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가 아님을 믿어 달라고 했다.

윤솔은 하진우와 합세하여 그 당시 윤이창에게 마약 누명을 씌웠던 극단 배우 배덕호(강석정 분)를 찾아갔으나 배덕호가 입을 열지 않아서 그 어머니를 설득해서 강치환의 소행임을 밝혀냈다. 이제 강치환은 에리시크톤처럼 탐욕의 지옥으로 빠질 것이다.

강치환에게 박치기를 하고 수박껍질을 씌우는 나정임. ⓒMBC
강치환에게 박치기를 하고 수박껍질을 씌우는 나정임. ⓒMBC

화재 사건 이후 나정임은 어린아이가 되었다. 그러나 가끔은 ‘강치환 나쁨 놈’을 기억하고는 강치환을 박치기로 들이받기도 했다. 전미강에게 ‘나 비서 미안해’라고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상시의 나정임은 대여섯 살의 어린아이고 데이비드가 주호영이라는 이름으로 하숙을 하고 있는데 호빵오빠라고 부르며 잘 따르기도 한다.

‘하늘의 인연’은 120부가 예정인데 8월 24일 현재 91회를 했다.

드라마가 이제 30회 정도를 남겨 두고 있는데 그동안에 윤솔이 친부 강치환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관심은 윤솔이 복수하는 과정에 나정임이 잃었던 기억을 되찾고 어린아이 같은 지금의 발달장애가 씻은 듯이 낫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JTBC 수목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최강호(이도현 분)는 검사였는데 교통사고로 지체장애에다 대여섯 살의 발달장애까지 겹쳤다. 엄마 진영순(라미란 분)은 최강호의 장애를 낫게 하려고 별짓을 다 했다. 끈질긴 엄마의 노력으로 최강호는 휠체어에서 일어서고 기억도 돌아왔다. 예전의 검사 시절로.

‘나쁜 엄마’에서 자식을 걷게 하려고 강물에 빠뜨리는 엄마. ⓒJTBC
‘나쁜 엄마’에서 자식을 걷게 하려고 강물에 빠뜨리는 엄마. ⓒJTBC

KBS 2TV 일일 드라마 `비밀의 여자`에서 남지석(박형준 분)은 30년 전 교통사고로 IQ 70의 지적장애인이 되었다.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갔다 나오면서 학생들이 남지석의 지적장애을 알아보고 담배를 사달라고 했는데 남지석이 거절했다가 얻어맞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 즈음에 남지석이 의자에서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3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장애란 낫는 병이 아니기에 ‘앓다’가 아니라 고착화되었기에 ‘가지다’라고 표현한다. 그 고착화가 정상과 비정상이 아니고 다양성의 ‘다름’일 뿐이다.

팔자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으로 지적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이 된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계기로 장애가 나았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한 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영우 같은 변호사는 없다. 일단 장애인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드라마에서나마 그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함이라면 좋은 일일까 아니면 쓸데없는 기대치일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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