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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빅오션.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빅오션 탄생기

빅오션(Big Ocean)은 ‘큰 바다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널리 퍼트리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그룹명으로 3인조 아이돌이다.

춤과 노래가 아이돌의 기본이지만 빅오션은 여기에 수어까지 연습해야 해서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멤버 모두 청각장애인이어서 정확한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고 박자와 동선에 맞춰 춤까지 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노래 녹음을 위해 보컬 레슨을 받으며 어느 정도 힘을 내야 필요한 음을 낼 수 있는지 몸을 쓰는 법을 익혀 나갔다. 데뷔곡 음원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멤버들이 수없이 녹음한 목소리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였다.

안무를 익히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서로 인기척을 못 들어 부딪힌 적도 많다. 그것은 서로의 어깨선을 살피며 맞춰 나갔다. 여기에 진동으로 박자를 알려 주는 스마트워치와 반짝이는 모니터빛 메트로놈을 활용해 그들만의 안무와 춤을 완성할 수 있었다. 빅오션은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완벽한 아이돌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주변 사람들의 의문과 우려가 많기에 멤버들은 함께 먹고 자며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을 하였다. 그들의 데뷔를 앞두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응원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라이브는 어떻게 하느냐?’, ‘팬미팅에서 수어해야 함?’ 등 걱정 섞인 질문들도 있다.

빅오션 멤버들은 인공와우나 보청기 사용으로 대화에는 어려움이 없다.

멤버 이야기

ⓒ 빅오션 멤버. 좌로부터 찬연, 현진, 지석
빅오션 멤버 좌로부터 찬연, 현진, 지석.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랩을 맡고 있는 찬연(26)은 11세 때 고열로 청력을 잃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청능사(난청인의 훈련‧재활을 돕는 직업)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청각장애인 할리우드 배우 트로이 코처(Troy Kotsur)의 고려 대의료원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한 곳에서 우연히 청각장애인 배우 김리후를 만났다. 김리후에게 장애인 아이돌 프로젝트 이야기를 듣고 이찬연은 가슴속 깊이 숨겨 두었던 꿈을 펴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게 되었는데 다행히 합격하여 빅오션 멤버가 되었다.

보컬을 맡고 있는 현진(25)은 3세 때 고열로 청각신경이 마비되었다. 보안 전문가를 목표로 컴퓨터공학과에 재학하며 취미로 청각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다가 EBS 교양 프로그램 <별일 없이 산다>에 출연 섭외가 와서 고정 출연을 하게 되었 는데 크리에이터 출신답게 방송을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곳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모델 김종욱을 만나 소개받은 회사가 바로 현재 소속사인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이하 파라스타)이다.

이후 파라스타 차해리 대표의 제안으로 빅오션에 합류했다.

메인 댄서를 맡고 있는 지석(21)은 태어나면서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다. 중학생 때까지 알파인 스키 선수 생활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는데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 분)’ 캐릭터에 큰 감명을 받아 배우를 꿈꾸며 여러 오디션에 도전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하였다. 국립서울농학교에서 바리 스타를 전공하던 어느 날, 파라스타에서 주최한 런웨이를 구경하러 갔다가 무대 위에 있는 박현진을 처음 보게 된다. ‘멋있다. 나도 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그곳에서 차해리 대표에게 즉석에서 캐스팅되었다.

지석은 특수학교에 다닐 때 방탄소년단 RM의 기부로 학교에 멋진 타악기가 생겼는데 울림에 따라 춤을 춰 보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 후 RM이 지석의 롤모델이 되었다.

'쇼! 음악중심' 데뷔 무대

ⓒ MBC TV 음악 프로그램  빅오션 출연자 대기실 앞에서
MBC TV 음악 프로그램 빅오션 출연자 대기실 앞에서.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2024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세계 최초의 청각장애인 K팝 아이돌 그룹 ‘빅오션’이 데뷔했다. 첫선을 보인 무대는 MBC TV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 데뷔곡은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곡 <빛(Hope)>을 리메이크한 <빛(Glow)>이다.

데뷔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생방송 7시간 전에 도착한 방송국 대기실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안무를 반복해서 연습하고 거울을 보며 얼굴 표정을 확인했다. 두 번의 리허설을 마친 후에는 모니터링 영상을 확인하며 안무와 시선처리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기실에서 마지막 연습을 한 뒤 ‘빅오션’ 멤버들은 꿈에 그리던 생방송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 닦은 노래와 춤 실력을 뽐냈다.

데뷔 무대를 무사히 마친 빅오션 찬연은 ‘안무 중 수어를 하는 구간에서 관객들이 집중하며 즐기는 느낌을 받아서 너무 신기하다.’고 했고, 지석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즐거운 무대를 보여 드려서 좋고, 앞으로도 연습을 많이 해 완벽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각계의 반응

데뷔 직후 WHO(세계보건기구)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세계 최초의 청각장애인 K-POP 아이돌의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장애로 인한 장벽과 사회적 편견을 깨트린 것에 경의를 표한다. 이들의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기를 희망한다. 성공적인 행보를 응원한다’"며 개인 계정에 축하 메시지를 올렸고, 그는 이 포스팅을 WHO 공식 계정에도 공유했다.

또한 이탈리아 튜린에서 ILO 주최로 열린 ‘ILO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고용 서비스 강의’에서 장애인고용과 직업훈련 정책 우수 사례로 빅오션이 소개됐다. 빅오션이 장애인계 전반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확장하고 고용 촉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Adobe 칼럼(2024. 5. 15.)에 서울 문정고 2학년 유지민 학생의 글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평생 아이돌을 동경했지만, 휠체어를 탄 아이돌은 없어서 차선책으로 공연 스태프를 꿈꿨다.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중학교 1학년, 교내 방송부에 들어갔다. 지극히 비장애인 중심적인 인프라와 시스템 속에서 끝없이 좌절을 맛봤다. 휠체어를 탄 내게 주어진 일은 매우 한정적이었고, 다른 부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방송부를 나오고 공연에 대한 미련을 접어 버렸다.

빅오션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케이팝계의 장애인 진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룹의 흥망성쇠를 떠나 이러한 시도가 계속 이어져야만 장애인이 비주류 집단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음악과 공연을 사랑하고,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두 입장의 한계를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예술계에 종사하는 장애인이 특별하지 않은 날이 오길 바란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방귀희 대표는  "빅오션의 데뷔 무대를 보면서 이것이 바로 장애예술인의 목표이며, 빅오션을 통해 장애인예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빅오션 멤버들이 자신의 어눌한 발음 으로 부른 노래에 AI 기술이 보태지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뮤직이 완성되었고, 그들의 수화는 멋진 안무가 되어 아이돌 가수로서 손색이 없었다. 세계 최초의 청각장애 아이돌 빅오션은 전 세계에 K-POP의 새로운 감동의 아이콘이 될 것이다. 그동안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차해리 대표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고 하였다.

빅오션의 목표

빅오션의 음원 발매와 정식 데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소속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차해리 대표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빅오션의 목표는 장대하다. ‘빛’의 안무에 수어를 넣은 것도, 한국 수어뿐 아니라 미국 수어에 국제 수어까지 배우고 있는 것도, 모두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빅오션은 팬덤 이름이 ‘파도’인데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파도들을 만나기 위해 각 나라의 수도 에서 콘서트를 하는 꿈도 꾸고 있다.

차 대표는 빅오션의 데뷔 과정을 지휘하며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장애로 주목받지 않는 평범한 아이돌 그룹이 됐으면 하는 것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팀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키워드를 갖는 K-POP 아이돌 그룹이 되고 싶은 것이 빅오션의 목표인 것이다.

보이그룹 '빅오션' (https://blog.naver.com/myhurai/22342125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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