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장윤경 칼럼니스트】 “아니 소문 들었어요? 우리 반에 그 ADHD인가 하는 아이, 그 맨 앞줄에 앉은 아이 말이에요? 그 애가 담임이랑 애들한테 의자를 집어 던지고, 압정을 들고 공격적인 행동도 모자라 침도 뱉고 한다는데…. 심지어 그 애, 엄마도 없어서 친할머니라는 분이 교실 뒤에 앉아 지금도 손자를 지켜보고 있다 들었어요. 글쎄, 알고 보니 담임의 요청이 있었데요. 참 내, 학교가 대책을 제대로 세워주던가 이게 말이 되냐고요. 언제까지 이 분위기로 저희 반 뭘 어쩌자는 건지, 그 할머님은 손주 때문에 무슨 죄래요?”

요란한 커피 로스팅 소리는 아침 10시 학교 앞 카페 오픈 시간을 알렸고, 학교 엄마들의 문제 학생 뒷 담화 소리가 커피 기계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서일까? 커피 향이 좋은 줄도 몰랐다.

봄부터 2주간 담임선생님의 부재 사유는 ‘병가’였으나, 벌써 두 달째, 돌아오겠다는 말씀도 없이 부재가 계속됐다. 학부형 중 몇몇은 담임께 개인 번호로 연락도 취하고 문자를 남겨도 보았으나, 문자 확인도 통화도 거부했다고 했다.

그들의 대화에 귀를 열고 있자니 담임의 부재에 대해 나도 한몫을 한 건 아닌가 싶어 생각이 많아졌지만, 후회는 없었다. 어쩌면 반의 장애 아이인 예준이부터 도움 반에 내려보내야 ADHD 학생을 집중적으로 관찰을 할 수 있었겠다? 싶었고, 하필 나와 같은 장애 학생 엄마를 만나, 개별화 회의에서마저 한치에 양보도 없었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담임교사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 결국 ‘잠수’였던 게 아닐까 싶다.

결국, 아들의 학급은 2주 간격으로 강사 담임제로 운영되었다. 비장애 아이들도 학교에 가도 담임이 자주 바뀌다 보니 수업이 안정화되지 못하고 결석자가 많아지는 상황. 강사를 못 구한 주간은 교감 선생님께서 대신 수업을 들어오시는 진풍경까지 펼쳐지자, 사회성을 위한 예준이의 약물치료는 더더욱 의미가 없어지고 있었다. 결국, 문제아동 대책회의란 명분으로 매주 2회, 1-2반 반 모임이라는 문화가 자연스레 우리 반에 자리 잡아갔고, 매주 카페모임에 사용되는 커피값에 부담을 느낀 엄마들의 불만도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었다.

결국, 7월의 허리 무렵 학부형 중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님의 영업장이 저녁마다 반 모임 장소인 사랑방처럼 이용되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엄마들은 학교의 각 반 특수 아동과 문제아동이라는 이름표를 단 아이들까지 도마 위에 올려 수군대기 시작했다. 나는 결코 그 자리에 계속해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내 아이를 도마 위에 올리는 것 또한 참을 수 없다는 엄마의 본능에 항상 저녁 시간 친정엄마께 예준이를 맡겨둔 채 정장 차림으로 그 자리에 앉아 귀를 열고 있어야만 했다.

“자, 여러분 오늘은 우리 학교 전교학부모회 회장 어머님이 오셔서 저희 1학년 2반의 문제를 학교 운영 차원에서 참관하시고자 오셨습니다.” 우리 반 대표 엄마가 학부모회 회장 엄마라는 분을 소개했다. “네, 저는 어머니회 회장입니다. 여기 1학년 2반에는 ADHD 아이도 있고 심지어 장애 아이인가요, 특수 아동인가? 하는 아이도 있다면서요? 1학년 2반이 너무 안타까워요. 오늘 여러분들 의견 제가 열심히 참고하고 교장 선생님께 전달하겠습니다. 말씀들 나누세요.”라는 말로 자신의 인사를 대신했다.

나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부모회 회장 어머님 머라 하셨어요? 장애 아이 있는 반은 안타깝다고 하셨나요? 제가 그 아이 엄마입니다! 말씀 정정하시죠!” 이 말이 목구멍까지 밀려왔지만, 꾹 참고 때를 기다렸다. 학부모회장, 그녀는 바로 옆자리에 앉은 내가 장애 맘인지 모를 테니.

‘동물의 세계’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먹이 상대가 힘이 빠질 때까지 절대 움직임 없이 기다리는 동물들의 사냥기술과 살기 가득한 눈빛! 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녀의 말의 틈(?)을 발견했고 시간까지 메모한 뒤, 절대 빠져나가 지 못하도록 더 강력한 말의 무기로 상대를 이길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우리 반 한 여자아이 엄마가 말을 열었다. “아니, 우리 반 00라는 얘가 너무 힘들게 해서 담임이 그 ADHD 아이 때문에 병가를 내신 거 맞죠? 아니, 지금 초등학교 입학한 지 두 달 만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요. 벌써 7월 말을 향하는데 강사만 10번까지 바뀌는 게 말이 되냐고요. 그리고 우리 담임과 그 아이 아버님이 소통도 안 되고 뭘 어쩌라는 거죠? 담임샘은 돌아오시기는 하는 건가요? 듣자 하니 우리 학교에는 문제아 이들 다니는 교실이라는 도움 반 있다면서요. 거기로 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특수반인가 뭔가?”

그 말에 우리 반 대표 맘이 말을 정리했다. “우리 반 ADHD 아이 경우 아빠가 키우는 아이고 체격도 큰 데다가 담임선생님께 침을 뱉고 의자를 던지며 욕도 하는 아이라는데 친할머니가 복도를 지켜도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여기 계신 어머님들 의견 들어보고 돌아가면서 우리 반 수업 지키는 복도 당번을 2인 1조로 정하는 건 어떨까요? 그래도 안 되면 그 아이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 특수반이라는 곳으로 보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는데 다들 어떠세요?

내 자식이 귀한 만큼 남의 아이도 한 번쯤은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 해야한다. 우리 모두는 아이들의 엄마,아빠이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내 자식이 귀한 만큼 남의 아이도 한 번쯤은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 해야한다. 우리 모두는 아이들의 엄마,아빠이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그래 지금이다. “저,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조금 전에 저희 1-2반에 장애 아이가 있다고 부모회 회장님 참석과 동시에 인사 말씀 주셨는데, 바로 그 아이의 엄마가 접니다. 다시 한번 참고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적어도 학부모회 회장님이 이시라면 학교 전체 학생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근거로 장애 아이와 같은 반이 된 것이 안타깝다…? 이런 말로 인사말을 하시는 거죠?”

“여러분, 제가 저희 아들은 특수 교육 대상자이며 언어 치료를 받는 아이라고 분명 학부모 총회 때 말씀드렸는데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못 들으신 분들이 계실 것 같네요. 제가 특수 교육 대상자 엄마이다 보니 간단히 제가 ‘특수 교육 대상자 선정’ 이 부분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반 ADHD 학생의 경우, 그 친구의 부모님 허락 없이 우리가 특수반이라는 도움 교실에 함부로 보낼 수 없다는 거 아셔야 합니다. 또 하나, 여기 계신 모든 분이 특수학급에 대해 무언가 오해들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특수학급은 학교에 문제 아이들이 가는 곳이 아닙니다. 선천적 장애, 혹은 학습의 어려움으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이면, 해당 학생 부모의 동의하는 의견과 학교 교사의 소견서를 특수 교육 지원청에 함께 요청하게 됩니다. 이 요청서를 바탕으로 특수교육청 내 평가와 병원 치료 전문가의 평가와 소견을 합산한 근거 자료로 회의가 열리고요. 이를 심의하고 평가하는 데만도 한 달 걸려서 특수 교육 대상자로 선정돼야만 도움 교실을 이용할 수 있어요. 단지 특수반은 문제아동이 쉬러 가는 쉼터가 아닙니다. 특수교사분들도 국가 교원 자격을 취득하신 정 교사분들이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우리가 무슨 권리로 그 아이의 교육받을 권리를 뺏고 도움 교실에 보내라 말아라. 합니까? 그 아이는 엄마가 없는 아이이고 할머니 손에 자라고 아버지가 담임과 소통이 안 되니 여기서 마치 뒷 담화하듯 우리가 이야기한다면 여러분은 지금 제가 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갔을 때, 여러분의 두 번째 화두는 저희 아들이 되는 걸까요? 저도 그 학생 부모님과 학생에 대해 아는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발달 장애 아이를 키워보니 내 자식의 장애를 통해 다른 친구의 아픔도 생각해야 함을 제 아들을 통해 배우고 있을 뿐이죠.”

“솔직히 제 아이는 현재 그 친구와 짝이 되어 있고, 여기 계신 부모님 중 저보다 더 불안한 분 계실까요? 그런데도 저 역시, 제 아이의 행동 중에 혹시라도 학교 단체생활에 피해를 주는 건 없나 먼저 살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아이들의 엄마이고 아빠라는 거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그 아이는 엄마가 없다? 이혼가정이다? 이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또 학부모회 회장님! 단지 발달 장애 아이라는 선입견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함부로 말씀하신다면 앞으로 장애인도 국가인권위원회와 발달장애인법이 보호하고 있다는 거 아셨으면 합니다.”

욕 한마디 섞지 않았지만, 내 말 한마디가 마치 누아르 영화 앤딩 장면보다 무서웠는지 식당 전체에 조용한 침묵이 흐르자 학부모회장 맘은 말없이 고개를 떨군 채 나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이제 초등 1학년 아닙니까? 그 학생 엄마가 없는 건 나름의 집안 사연이 있었겠죠? 그게 그 아이 잘못도 아니잖아요.   내 자식이 귀한 만큼 남의 자식도 한 번쯤은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 해야죠. 그런데도 이 친구가 학급 전체를 위해 너무도 큰 문제를 만들고 있으니 다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학교 측과 협의해야지, 엄마 없는 아이라는 것, 특수 아동 교실 이용에 대한 비상식적 표현은 듣기 거북해 한마디 드리는 겁니다.”

내가 결혼이 늦은 탓에 나이 많은 왕언니쯤 되다 보니 누구도 대꾸는 없었지만 1학년 2반 부모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했다. 몇몇은 눈으로 욕을 하듯 어이없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다행히 내 큰 눈과 마주치자 놀란 나머지 시선을 피했다. 그 순간은 다른 어느 때보다 유난히 왕눈이 같은 내 큰 눈과 쌍꺼풀이 자랑스러웠고 부모님께 감사의 화살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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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실 문은 마치 대통령실 만큼이나 어려운 투명 방어벽의 구조가 곳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픽사베이

다음날 나는 교장실을 찾았다. 그러나 학교장 실의 문은 마치 대통령실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투명 방어벽의 구조가 곳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머니, 무슨 이유로 오신 거죠?"  먼저 학년 부장이 말을 걸어오자 교무부장님이 이차로 나를 막았고, 교감 선생님과 먼저 이야기 나누라는 식으로 접견실로 안내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교육에 ‘열린 소통’이라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 같아 내가 입을 열었다.

“교장 선생님은 외근 중 아니면 회의 중이실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 학교 1학년 2반 양예준 학생의 엄마입니다. 사전에 교장 선생님 면담 약속을 못 한 점은 실례인 줄 알지만, 현재 1-2반의 문제를 다 알고 계신 교장 선생님께, 발달장애아동이자 특수 교육 대상자 아동의 엄마로서 잠시 만나 뵙고 의논들일 일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어려우실까요?”

“안 됩니다. 먼저 저와 이야기 하시죠. 어머니!” 교감 선생님인 듯한 여자분도 경직된 표정으로 내 앞을 막아섰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에 모든 학생과 학부모 그 외 교직원 관계자와 당연히 소통하는 총 책임자의 의미로 이 나라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고 이곳에서 근무하시는 공무원 아니신가요? 저는 그 세금을 내는 사람 중 한 사람이자 학부형으로서 왜 이렇게 소통이 어려운지 조금 이해하기 어렵네요. 아뇨, 저는 교장 선생님과 하고 싶습니다. 네, 그럼 다시 날짜 잡고 오겠습니다."

"면담의 주제는 특수 교육 대상자이자 장애 복지카드 소지자에 대한 학급 내 안전 도모에 대한 사항입니다. 학교가 저희 반 담임교사의 부재와 비장애 아이들 안에서 어떤 보호와 특수 교육 지원을 해주고 계시는지, 특수교사 외 교장 선생님께 재확인받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제가 참고하고 부모인 저도 협조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할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죠. 제 의견 교장 선생님께 꼭, 전달 부탁드립니다.”

교감 선생님과 교무부장 선생님의 표정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지만.

나는 결심했다. 결코, 우리 반 학부형들과 뒷 담화에 휩쓸리며 내 자식 이야기 나올까 봐 마음 졸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이제 내 자식과 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세상과 정면 승부를 결심했다.

갑자기 교장실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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