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익환 칼럼니스트】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공연예술 독립기획자 고주영그녀는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잊혀진 이야기외면받던 감정을 무대 위로 불러올린다고주영의 작업은 삶과 예술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단순한 공연을 넘어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획일화된 시선에 균열을 내고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최근 인터뷰에서는 고주영이 꿈꾸는 예술 세계와 앞으로 펼쳐질 무대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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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공연예술 독립기획자 고주영. ©박은경

먼저 본인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공연예술 독립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고주영이라고 합니다반갑습니다.

먼저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우리가 보는 연극이나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있잖아요무대에서도 하고 야외에서도 하고이런 공연들을 어떤 주제로 만들지누구랑 작업할지 이런 것들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기획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대학 때 연극반에서 활동했어요처음에는 배우를 하다가 배우가 나랑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싶어서 스태프도 해보고음향도 해보고여러 가지 역할을 맡아서 해봤는데… 기획이 제일 재밌더라고요. ‘어떤 공연을 해야지’, ‘누구랑 해야지’ 이런 것들을 정하는 게 기획이거든요어떤 공연으로 관객들한테 어떤 메시지를 전하면 좋겠다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 기획자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공부나 준비를 하셨나요?

저는 연극반에서 활동한 거 말고는 연극이나 공연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어요대신에 공연을 많이 봤어요재미있어 보이는 공연이 있으면 부산에 가서 보기도 하고광주에 가서 보기도 하고해외에 가서 보기도 하고영화도 많이 보고 OTT도 많이 보고 TV도 엄청 많이 봐요책도 많이 읽고집회 같은 데도 많이 나가는 편입니다좋은 공연을 만들려면 세상 돌아가는 것도 잘 알고어떤 얘기를 관객들이 좋아하는지도 잘 알아야 되잖아요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그런 것들이 제게는 다 공부고 일인 셈이죠.

저도 자서전극을 해본 적이 있어요대본도 꾸준히 쓰고 있고요그런데 기획 단계에서 자꾸 엎어지고 있어요작품을 기획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 공연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해요공연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가장 먼저 같이 작품을 만들 사람들을 잘 설득해야 해요. “나 이런 거 하고 싶으니까 같이 하자!” 이렇게 사람들을 잘 설득해서 한 팀으로 만드는 거그게 제일 중요한 일이에요그 다음으로는 그 공연이 관객들과 만났을 때 의미가 있는 이야기인가 하는 것이에요우리는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죠예를 들면 우리 집 고양이 자랑도 하고 싶고내가 살아온 이야기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관객들이 듣고 싶어 하느냐그건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그래서 그걸 냉정하게잘 구분해서 주제를 정하고 스토리를 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기획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두 가지 문제를 먼저 짚어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모두 함께 무대에 나와서 커튼콜을 하잖아요그때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시면 이제 다 끝났다’ 하는 생각이 들며 기분이 정말 좋죠그리고 관객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소감 올려주거나 전문 평론가들이 리뷰를 해주실 때내가 왜 이 공연을 만들고 싶었는지를 정확하게 짚어주실 때가 있어요그때가 제일 행복해요기획의도가 잘 전달되었다는 뜻이니까요.

또 한 가지 감사한 일은 제가 공연 일을 하지 않았다면 쉽게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는 거예요제가 같이 공연을 했던 분들 중에는 세월호 유가족도 있고성소수자들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된 분들도 있어요발달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기도 하고요그런 분들과 개인적으로 친구가 되는 단계를 넘어서서 함께 공연 작업을 하다 보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동료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인터뷰 중인 고주영 기획자와 필자. ©박은경
인터뷰 중인 고주영 기획자와 필자. ©박은경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연극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발달장애인들하고 연극을 같이 하기 전에 먼저 관심을 가졌던 것은장애인 관객들이 저희 공연을 보러 오게 하는 것이었어요그래서 처음에는 장애인 관객이 보러 오게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생각하게 되었죠경사로가 없는 극장에 임시로 경사로를 깔고점자로 된 홍보 전단을 만들어서 돌렸어요그런 활동 하다 보니 점차 장애에 관심이 생겼고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갖게 된 거예요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활동지원사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그 뒤로 피플퍼스트 서울센터라는 곳에서 근로지원인으로 3년 가까이 일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구나!’ 알게 된 거죠이 사람들하고 연극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작품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처음부터 연극 작업에 들어간 건 아니에요한 사람씩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같이 연극도 보러 다니면서 당사자들이 연극에서 뭘 재미있어 하는지 조사를 하고 연극놀이 워크숍 같은 것도 하면서 공연을 만들어 갔어요이 연극은 일반 연극과는 조금 다른데대본을 써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각자 로 무대에 서는 작품이었어요왜 이런 기획을 하게 되었냐면제가 발달장애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하고 싶은 얘기도 엄청 많고얘기도 너무 잘하고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얘기가 너무 재밌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예요그래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어요발달장애인들이 자기가 살아온 얘기를 무대 위에서 하고관객들이 그 얘기를 듣는 공연이죠제목도 그대로예요. <내 얘기 좀 들어봐>. 이 공연은 2020년에 처음 무대에 올렸고그 뒤로도 계속 같은 제목의 연극 워크숍 발표회를 하고 있어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공연을 하나 만들려면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해야 되잖아요배우만 있다고 공연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기획하는 사람이 있고연출하는 사람이 있고배우도 여러 명스태프도 여러 명그래서 아무리 작은 공연을 해도 20~30명 정도 모여서 해야 되거든요근데 사람들하고 만나서 계속 의사소통을 하고 조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사람마다 원하는 것도 다르고스타일도 다르고생각하는 것도 다르다 보면 의견 충돌이 생길 수 있잖아요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는 데 가장 힘이 되는 분은 누구인가요?

네가 하는 공연이니까 보고 싶어” 이렇게 얘기해 주고실제로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가장 힘이 되죠그리고 예전에 저랑 작업을 같이 했던 분들이 공연을 보러 오시는데그러면서 일을 떠나 친구가 되는 거예요그런 게 너무 좋아요세월호 공연 같이 했던 어머니 한 분은 제가 하는 모든 공연에 와주시고종종 만나서 밥도 먹곤 해요같이 연극을 했던 발달장애인 동료도 꾸준히 연락하면서 지내고요공연이 많아질수록 힘이 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