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접근성 법(EAA, European Accessibility Act)란 무엇인가?

【에이블뉴스 이동욱 칼럼니스트】유럽 접근성 법(EAA)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제정된 디지털 포용을 위한 공동 규범입니다. 2019년 채택되어 2025년 6월 28일까지 모든 회원국이 이를 국내법으로 이행해야 하며,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가 장애인과 고령자 등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법은 단순히 장애인을 위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설계(design for all)’라는 패러다임을 법제화한 최초의 범유럽적 접근성 지침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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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은 소수의 권리가 아니라 모두의 기본 권리입니다. ©Unplash

적용 대상과 기준, 우리 삶과 얼마나 연결돼 있는가?

EAA는 다음과 같은 제품 및 서비스에 접근성 기준을 적용합니다.

  • 웹사이트 및 모바일 앱

  • 전자책과 관련 리더기

  • 전자상거래 플랫폼

  • ATM, 티켓 발매기, 체크인 기기 등 셀프서비스 단말기

  • 전자통신 및 금융 서비스

  • 교통 예약 시스템(항공, 철도, 버스, 수상 교통 등)

이 기준은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WCAG 2.1), 유럽 기술표준 EN 301 549에 기반하여, 시각·청각·지체장애인 등 다양한 사용자가 정보에 접근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스크린 리더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 Unsplash
스크린 리더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 © Unsplash

유럽 각국의 이행 현황 , 기대와 현실 사이

EAA는 지침(Directive) 형태로 채택되어 각 회원국이 자국 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행을 완료한 국가는 에스토니아, 이탈리아, 덴마크 등 일부에 불과하며, 독일, 아일랜드, 프랑스 등은 부분적 이행 중이며, 상당수 국가는 여전히 준비 중입니다.

이런 이행 지연은 민간 기업의 혼란을 야기하고, 접근성 확보의 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EU 차원의 법적 규제와 시민사회의 압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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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가능한 유럽, 모두를 위한 디지털 설계. ©Unsplash

글로벌 시각에서의 파급력, 북미와 아시아의 대응은?

EAA는 비단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흐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장애인법(ADA,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에 따라 연방 정부 웹사이트는 WCAG 2.0 AA 수준을 따라야 하며, 민간 기업에도 접근성 기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2019년 제정된 ‘접근 가능한 캐나다법(Accessible Canada Act)’은 연방 기관이 접근성 계획을 수립하고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은 웹 접근성 국가표준 KWCAG 2.1을 따라야 하며, 민간에도 점차 그 기준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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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가능한 유럽, 모두를 위한 디지털 설계. © Unsplash

기업과 사회의 역할, 기술과 윤리가 만나는 지점

기업에게 EAA는 ‘장애인을 위한 추가 조치’가 아닙니다. 접근성은 사용자 확대와 고객 경험 향상,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 이어지는 ‘사회적 가치이자 경쟁력’입니다.

앞으로 웹사이트, 전자기기, 앱 등을 개발하는 기업은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접근성을 설계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EU 시장 진출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로 본다면, EAA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차별을 제거하는 최소한의 구조적 조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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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가능한 유럽, 모두를 위한 디지털 설계. ©Unsplash

포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접근성 법(EAA)은 접근성이라는 개념을 법적 권리이자 의무로 정립시킨 상징적 이정표입니다. 이제 접근성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자, 디지털 시민권의 핵심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도 이 흐름을 단순히 ‘해외 소식’으로 소비하지 않고, 자국의 정책과 기술 구조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접근성은 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정보의 평등은 곧 삶의 평등입니다. 그리고 그 설계는,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