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얼마 전 성인발달장애인분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60세 넘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내가 원하는 나의 노후를 설계해보는 시간이었다. 20여 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분들이 참여해주셨고, 7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밀도있게 이야기하며, 하나씩 준비해보았다. 노후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내가 원치않는 모습으로 노후를 맞이할 수 있기에 젋고 건강할 때 설계해야 함을 알려드리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나이든 자신의 모습을 저마다 상상하고 있었다. 몸이 아플까봐, 직장을 못다닐까봐, 혼자살게 될까봐 두려워하면서도 익숙한 동네에서, 내가 살던 집에서, 짧더라도 직업을 유지하며, 내 돈은 내가 관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했다. 

<건강, 친구, 집, 돈, 법과제도, 직업, 취미여가, 집 > 이라는 8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나의 노후준비에 가장 중요한 것, 가장 준비가 필요한 것, 두려운  것을 이야기하며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나이듦에 대한 고민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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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자기주도적 노후설계 현장. ©김영아

당사자분들은 8개 영역 중 <직업>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았다. 길게 일하지 않아도 좋으니, 하루에 2시간이라도 직장을 다니며 일을 하게 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직장이 있다는 것은 금전적 안정이 보장되며, 정기적인 출퇴근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유지에도 보탬이 됨을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만나는 '사람' 이 있다는 점에서 직업에 대한 높은 욕구를 보였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있는 많은 이들은 노후준비=경제력 이라 여기며 노후자금을 모으기 바쁘다. 퇴직 후에도 내 생활비, 병원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으면 탄탄한 노후준비가 되어있다고 평가한다. 

자기주도적 노후설계를 위한 관계망 분석. ©김영아
자기주도적 노후설계를 위한 관계망 분석. ©김영아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은 경제력 보다 '사람' 과 '관계'에 대한 욕구가 더 크다. 때문에, 노후설계 과정에서 나의 노후준비 영역에 함께할 수 있는 관계망을 점검하고 부족한 관계를 만드는 것 만으로도 노후준비의 안정감을 채울 수 있다. 위의 장면처럼 모든 영역에 함께할 관계망이 풍성하게 충족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특정 영역에만 관계망이 집중되어 균형이 깨져있는 경우들도 있기에 이들의 관계망을 다각적으로 촘촘하게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사회복지사, 의료진 같은 전문인력, 동네와 종교로 연결된 친구, 법과 제도를 지원해주는 공공인력까지 광범위한 인적 관계망이 포함된다. 당사자들이 공공, 민간, 자연적 관계망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연결할 수 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노후를 디자인할 수 있다. 안전과 보호만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노후를 그려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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