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회장 채태기)는 대통령실에 전속 수어통역사가 공식 배치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국 42만 농인과 함께 환영의 뜻을 표한다.

이번 조치는 국가 중앙행정기관이 농인의 언어권 보장을 위해 상시 수어통역 체계를 마련한 첫 사례로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이후 농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에 있어 실질적 진전을 이룬 중요한 변화이다.

대통령실이라는 국가 운영의 중심 기관이 농인을 비롯한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게 된 것은 국정 운영에서 포용과 형평의 가치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지위를 가진 고유한 언어로 인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인의 언어권과 정보 접근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역시 국가와 공공기관이 장애인의 정보 접근을 보장하고, 필요시 수어통역을 포함한 의사소통 지원을 제공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기관별 예산, 인력, 인식 차이로 인해 제도 이행 수준이 미미하다. 정례 브리핑이나 주요 행사에서 수어통역이 아예 제공되지 않거나 제공되더라도 접근성과 품질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법률상의 원칙을 최고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한 사례이며 다른 기관들에게도 법이 의도한 취지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실질적인 이행 강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통령실은 국가 정책과 사회 현안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창구이다. 그 메시지가 농인과 청인 모두에게 동시에, 그리고 동등한 품질로 전달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이자 헌법상 평등권 실현의 핵심 요소이다.

전속 수어통역사의 상시 배치는 농인의 국정 이해와 참여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재난·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하여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번 변화가 대통령실 차원에 그치지 않고 다른 공공기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재난, 안전, 보건복지, 교육, 문화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정례 브리핑과 주요 행사에 수어통역을 기본적으로 포함하는 운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각 기관은 자체 여건을 고려해 수어통역 제공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법률 개정이나 전국 단위 제도화는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되 당장은 대통령실의 배치 사례를 토대로 운영 효과를 면밀히 평가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농인의 정보 접근성이 실제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국민 인식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운영 과정에서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향후 제도 개선의 토대가 되어 법과 정책이 현장에서 보다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기여할 것이다.

전국 농인 사회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국가의 중요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과 ‘대통령실에서 수어를 통한 소통이 시작된 것은 우리 사회 성숙의 상징’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보내고 있다. 특히 재난 상황이나 국가적 위기 대응에서 실시간 수어통역 제공이 가능해진 점은 많은 농인들에게 안도감과 신뢰를 주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는 농인 당사자 단체로서 이번 조치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보 접근권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고 필요한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결정이 농인과 청인이 함께 참여하는 소통의 길을 넓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5년 8월 18일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에이블뉴스는 각 단체 및 기관에서 발표하는 성명과 논평, 기자회견문, 의견서 등을 원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재를 원하시는 곳은 에이블뉴스에 성명, 논평 등의 원문을 이메일(ablenews@ablenews.co.kr)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