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조형준 칼럼니스트】 학교나 공공기관복지시설 등에서 강의 요청이 가끔씩 온다주제는 어느 정도 세분화되어 있다과거 실무경력을 살리어 장애인복지 외 개인 강점이기도 한 스토리텔링 및 미디어 리터러시 등추가로 공익 프로젝트 기획 및 모금(후원), 최근의 평생교육까지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학생 강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수강생이나 대중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건 10년이 넘었다그럼에도 늘 새롭고 긴장된다항상 강의를 마치면 그날의 평점과 피드백을 반드시 모니터링 한다.칭찬이나 좋았던 점도 눈길이 가지만 오히려 내가 관심 가는 건 보완이나 아쉬웠던 점이다이를 알아야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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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KOOFA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 수료증. ©조형준

올해의 경우 스스로 개인 역량을 높이고자 퍼실리테이터와 전문코치 두 양성과정을 수료했다하반기 공인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경험치를 쌓고 있는 중이고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 하나가 있다.

‘(코칭 관련)장애인 전문코치나 퍼실리테이터는 왜 안 보일까?’

내가 못 찾은 걸 수도 있다하지만 양성과정이 아니어도 외부 행사나 세미나 등에 참석해 봐도 장애인 전문코치나 퍼실리테이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참여 기회가 제한되거나 없는 것도 아니다고비용이라는 점이 장벽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검정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증 취득까지 큰 문제는 없다(단 연회비 등을 납부해야 자격 유지).

평생교육이나 장애인식개선 및 인권 분야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장애인들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의무 비율을 떠나 해당 영역에서 당사자의 목소리와 경험이에 근거한 객관적인 정보 및 지식 등을 공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문화예술에서도 활동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거기에 기인한다편견도실력도관점이나 사고 등 구분 지어 바라보지 않도록 말이다장애와 비장애가 아닌하나의 동일 직업군으로서 대해달라는 목소리로 비쳤다.

2025년 5월, CiT 코칭연구소 전문코치(KAC) 양성과정 수료증. ©조형준
2025년 5월, CiT 코칭연구소 전문코치(KAC) 양성과정 수료증. ©조형준

실습을 위하여 지인 대상 코칭을 진행해오고 있다대면과 비대면 관계없이 일정만 맞으면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 가까이 진행한다중 한 발달장애 당사자와 본인의 주제를 바탕으로 코칭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적이 있었다프로세스를 안내하고 긴장을 풀어주고자 가벼운 농을 던졌는데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매우 긴장하였다일반적인 상담으로 생각했는지 경계심과 두려움을 보였다.

그러나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도록 질문을 구조화함은 물론공감과 인정을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진행한 결과놀라운 일이 벌어졌다이제는 먼저 일정을 잡으려 할 정도로 선호하게 된 것이다직장 내 관계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힘들어하던 이 분에게 필요했던 것은 경청과 반응이었다.

덕분에 어떤 고민이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며 나중에 보답하고 싶다는 소감은 덤이 분이 전문코치나 퍼실리테이터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한 가지 확실한 건 얕게라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방법과 도움을 구할 전문가가 누구인지 인식이 넓혀졌다는 거다상호 존중과 동의 아래 약간의 조력과 접근이 잔잔한 파고를 일으킨 셈이다.

올해 4월부터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 특별회의" 소속 퍼실리테이터로 활동 중인 필자. ©조형준
올해 4월부터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 특별회의" 소속 퍼실리테이터로 활동 중인 필자. ©조형준

이러한 역할을 장애인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본다이미 비슷한 형태인 장애인 동료상담도 있지 않은가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 결이 좀 다르다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외에도 집단 내 갈등과 사회문제를 조율하며 해결토록 하는 역할에도 과감하게 나섰으면 한다.

장애인 전문코치나 퍼실리테이터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도 없을뿐더러사례로 찾기 매우 힘들다그만큼 아직은 미지의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나라는 추측도 감히 해본다그렇기에 한편으로는 기대한다.

직무 개발이나 실태조사든그 무엇이든지 멀지 않은 때에 무언가 나오지 않을까 말이다활동 중이라면 느슨한 연대를 바탕으로 유기적인 관계와 소통의 채널도 널리 확산되길 소망한다그러다 보면 어느 현장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