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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잉글랜드 은행 박물관에 설치된 장애인 등 편의보장 안내 목록표.  왼쪽 위부터 큰 글씨 인쇄 제공, 영국 수어 가이드 제공, 이어폰 등 지원, 휠체어 접근 지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유형에 대한 협조, 모유 수유 허용, 청각장애인 지원 등이다. ⓒ장지용

【에이블뉴스 장지용 칼럼니스트】영국에 여행 다녀오면서 느낀 것 중 다른 것이 있었다면 장애인 편의에 대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장애인 편의보장이 그야말로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편의보장을 매우 철저히 지키는 곳도 있다면, 반대로 편의보장이 먹는 것으로 생각할만한 장소도 있어서였습니다. 그야말로 ‘그때그때 다른’ 장애인 편의보장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텐데, 그 지점에 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영국 런던 지하철 엘리자베스 라인(Elizabeth Line) 차량의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접이식 좌석. ⓒ장지용
영국 런던 지하철 엘리자베스 라인(Elizabeth Line) 차량의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접이식 좌석. ⓒ장지용
영국 런던 지하철 기존 노선 차량에 설치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접이식 좌석. 사진에 나온 차량은 서클 라인 · 디스트릭트 라인 · 해머스미스앤시티라인 차량이다. ⓒ장지용
영국 런던 지하철 기존 노선 차량에 설치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접이식 좌석. 사진에 나온 차량은 서클 라인 · 디스트릭트 라인 · 해머스미스앤시티라인 차량이다. ⓒ장지용

영국 런던 지하철은 극과 극의 장애인 편의보장 실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철저히 보장해주는 곳도 있고,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 설명할 곳도 많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의 경우, 특히 이번에 새로 개통한 엘리자베스 라인이나 일부 기존 노선의 경우 안전문 설치는 기본이고, 엘리베이터 등의 보장도 철저히 이뤄진 면모가 있었습니다. 특히 엘리자베스 라인 차량의 경우, 휠체어 이용자 편의를 위해 접이식 좌석을 통해 휠체어 이용자 좌석을 설치해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지만 런던 지하철은 19세기인 1863년에 첫 운행을 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해될 지점도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장애인 편의보장이라는 개념을 알 턱이 있었을까요? 없었을 테니 지하철역 내부 시설 보강 작업이 꽤 어려운 지점이라는 것은 눈에 딱 봐도 그랬습니다. 지하철역의 모습도 과거 19세기나 20세기 초중반, 그러니까 한 제2차 세계대전 때 감각이 느껴질 수준의 지하철역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영국 런던 지하철 베이컬루 라인(Bakerloo line)의 채링 크로스역(Charing Cross)역에 진입하는 열차. 열차의 노후화 사실과 안전문 미설치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장지용
영국 런던 지하철 베이컬루 라인(Bakerloo line)의 채링 크로스역(Charing Cross)역에 진입하는 열차. 열차의 노후화 사실과 안전문 미설치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장지용

특히 필자의 숙소가 있었던 패딩턴(Paddington)을 지나는 노선이라 많이 탑승했던 베이컬루 라인은 그야말로 차량마저 편의보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의 차량이었던 1972년식 차량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더 그랬습니다. 다만 런던 교통 당국은 배리어 프리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차량인 일명 2024년식 차량을 베이컬루 라인에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혀서 조만간 변화의 조짐도 있을 듯합니다.

영국 런던을 상징하는 빨간 2층버스도 현대화된 저상버스로 개편된지 꽤 되었다 한다. 사진은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과 빅벤 앞을 달리는 빨간 2층 저상버스. ⓒ장지용
영국 런던을 상징하는 빨간 2층버스도 현대화된 저상버스로 개편된지 꽤 되었다 한다. 사진은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과 빅벤 앞을 달리는 빨간 2층 저상버스. ⓒ장지용

런던 하면 떠오르는 빨간 2층 버스도 여전히 잘 운행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2012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고전적인 디자인의 버스는 퇴역하고, 현재는 새로운 디자인을 갖춘 빨간 2층 버스가 운행 중입니다. 다만 고전적인 디자인의 버스는 가끔 관광용 등으로 변형되어 운행하는 경우는 있다지만, 정식 노선버스에서는 퇴역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디자인의 버스도 저상버스가 반영되어 2층 저상버스가 런던에서는 일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한 식당에 설치된 자동문과 소형 경사로. ⓒ장지용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한 식당에 설치된 자동문과 소형 경사로. ⓒ장지용

건물의 접근성도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을 수준이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 같은 곳에서는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 보장이 잘 되어있었지만, 예전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은 엘리베이터를 기대할 수 없거나 제대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필자가 런던에 체류했을 때 객실이 하필 계단만 있는 곳에 배정되어서, 일정을 보낼 때는 무리가 없었지만, 체크인-체크아웃을 할 때 살짝 불편했습니다. 반대로 몇몇 부분에서는 자동문 운영, 소규모 경사로 설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편의보장을 하는 지점도 있어서, 그야말로 그때그때 다른 편의보장 상황을 보여줬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어땠을까요? 런던탑이나 햄프턴코트 궁전 등 고전 건물에서는 배리어 프리 개념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공간이 충분히 있는 대영박물관 등지에서는 배리어 프리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려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제18전시실에 설치된 소형 리프트. ⓒ장지용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제18전시실에 설치된 소형 리프트. ⓒ장지용

이른바 엘긴 마블이라 불리는 파르테논 대리석 조각을 전시한 전시실인 대영박물관 제18전시실은 전시된 것이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문화유산이었고 실제로 그리스에서도 자주 반환 요청이 들어오는 쟁점의 문화유산인지라 접근권 문제가 중요했나 봅니다. 그래서 경사로까지는 아니지만, 소규모 리프트 설치를 통해 휠체어 이용자 편의 보장을 지원했습니다.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비치된 영국 점자로 쓰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물 안내서의 실제. ⓒ장지용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비치된 영국 점자로 쓰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물 안내서의 실제. ⓒ장지용
영국 런던 커티 삭 호 박물관에 설치된 영국 점자 안내판. ⓒ장지용
영국 런던 커티 삭 호 박물관에 설치된 영국 점자 안내판. ⓒ장지용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비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큰글씨 안내서의 실제. ⓒ장지용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비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큰글씨 안내서의 실제. ⓒ장지용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비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직접 만져보면서 문화유산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모형의 실제. 사진의 모형 주제는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모형이다. ⓒ장지용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비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직접 만져보면서 문화유산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모형의 실제. 사진의 모형 주제는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모형이다. ⓒ장지용
영국 런던 커티 삭 호 박물관에서 상영 중인 소개 영상에 영국 수어로도 안내되는 부분이 있다. ⓒ장지용
영국 런던 커티 삭 호 박물관에서 상영 중인 소개 영상에 영국 수어로도 안내되는 부분이 있다. ⓒ장지용

그 외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국 점자로 쓰인 안내서, 큰 글씨로 쓰인 안내 책자, 주요 문화유산 등을 만져보면서 모양을 알 수 있게 한 모형 설치 등의 편의보장도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주요 문화유산을 만져보면서 모양을 알 수 있게 한 모형이 점점 보급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몇몇 장소는 영국 수어이기는 하지만 영국 수어 동영상으로 오디오 가이드를 대신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몇몇 장소를 제외하고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사용했지만요.

필자가 3일 (현지시각) 일정 시작 전 날씨 확인을 위해 시청한 영국 BBC TV 아침뉴스 'Breakfast' 방송 중 일기예보 시간 화면. 자막방송 옵션을 실행한 후 자막방송이 제공되고 있었다. ⓒ장지용
필자가 3일 (현지시각) 일정 시작 전 날씨 확인을 위해 시청한 영국 BBC TV 아침뉴스 'Breakfast' 방송 중 일기예보 시간 화면. 자막방송 옵션을 실행한 후 자막방송이 제공되고 있었다. ⓒ장지용

TV에서도 수어 방송은 보지 못했지만, TV에 자막방송 옵션을 실행하면 물론 영어로 나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자막방송이 제공되어 그때는 BBC TV의 아침 뉴스인 Breakfast였기 때문에 더 그랬지만, 영국 뉴스를 자막을 통해 주요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영국 국내 뉴스보다 당시 세계적인 뉴스였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태에 관한 보도가 며칠 이상 아침부터 크게 다뤘기는 하지만요. 오죽하면 가자지구 사태 보도가 큰 뉴스인 나머지, 당시 또 다른 큰 뉴스이자 성공회 신자인 제게는 세계 지도자 교체 수준인 상황이었던 사라 멀랠리 새 캔터베리 대주교 서임 소식은 인터넷을 보고서야 알았을 정도였습니다.

참고로 영국에서 캔터베리 대주교는 잉글랜드 국교회, 즉 잉글랜드 성공회의 최고위 성직자이며, 국왕이 지명할 수 있는 특수한 직책이자 명의상 세계 성공회의 총 대표자의 직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실제 성공회 운영은 각 관구에서 알아서 집행하고 있는 일종의 프랜차이즈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도 대한성공회 자체가 관구이기도 해서, 대한성공회는 자치권이 있는 상태입니다.

키오스크의 경우, 한국의 조치가 더 앞선다고 할 수 있을 수준으로 키오스크의 영국 내 장애인 편의는 뒤처진 부분이 많이 발견되었기는 합니다.

필자가 제공받은 영국 런던 잉글랜드 은행 박물관 약도 안내. 안내인은 순서를 안내해주며 필자에게 관람 순서를 안내해줬다. ⓒ장지용
필자가 제공받은 영국 런던 잉글랜드 은행 박물관 약도 안내. 안내인은 순서를 안내해주며 필자에게 관람 순서를 안내해줬다. ⓒ장지용

발달장애인을 위한 편의는 살짝 의아한 부분이었습니다. 현지인들이 제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례는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쉬운 읽기 자료 제공 같은 것은 덜했지만, 잉글랜드 은행 박물관 방문 당시 자폐인이라고 이야기하니 관리인이 약도를 주면서 전시실 이동 순서를 안내해주는 일이 먼저 그나마 편의보장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런던-에든버러 이동 당시 기차 탑승을 위해 편의보장 구역에 가니 철도회사에서 런던에서는 에든버러행 기차 좌석까지 직접 데려다줬고, 에든버러에서는 최소한 런던행 기차 플랫폼 번호 안내를 진행해줬습니다. 에든버러에서 플랫폼 번호만 안내한 이유는 안내 시점에 기차가 대기하지 않았던 점과 역 구조상 이동 차량을 사용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다만 영국의 쉬운 읽기 자료 등에 대한 실태에 대해서는 최근 소소한소통에서도 자체 영국 연수를 진행하고 그 보고서를 소소한소통 공식 블로그에 올려뒀다고 하니, 그 내용을 참조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소소한소통의 설명에 따르면 쉬운 전시물 해설을 소소한소통에서 시도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니 영국인들도 놀라워했다는 후문입니다. 영국에서는 시도된 적이 전혀 없어서라고 합니다.

귀국하고 나서 한국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편의보장이 잘 이뤄지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편의보장 실태는 그야말로 한국과 영국이나 그때그때 다른 부분이 많이 존재했음을 느꼈습니다.

영국 같은 곳은 건축물 개조 등을 하기 어려운 부분 등이 간혹 존재에서 신축 건물이나 공간이 넓은 건물에서는 장애인 편의보장을 제때 해 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건물도 가끔 존재해 차이를 보인 지점이 많았습니다. 교통수단의 장애인 편의보장 등의 수준도 개통 연도 등의 차이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존재하는 등 복잡한 요소를 보여줬습니다.

그야말로 영국의 장애인 편의보장에 대해 한마디로 평가하면,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요약할만한 결과였습니다. 복불복이라고 설명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같은 런던에서도 크게 발생했으니 말입니다.

이제 영국 남은 이야기는 에든버러에서의 컨퍼런스 이야기입니다. 기대해주세요!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