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그 단순한 행위 속의 치료적 힘

【에이블뉴스 이동욱 칼럼니스트】“한 아이의 손에 장난감이 쥐어질 때, 그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놀이는 인간 발달의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과학적인 행위다. 특히 아동에게 있어 놀이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신경학적 성장, 사회성 학습, 자기조절 능력을 이끄는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최근 글로벌 NGO들은 이러한 ‘놀이의 치료적 가치’를 기반으로 Play-Based Intervention(놀이 기반 개입, PBI) 전략을 확산하고 있다. 이는 교실이나 치료실을 넘어, 가정·지역사회·보건 시스템까지 확장된 발달 개입의 새로운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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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치료가 될 때. ©Unsplash의Xavi Cabrera

LEGO Foundation '놀이를 통한 학습혁명'

덴마크의 LEGO Foundation은 “모든 아이가 놀이를 통해 배울 권리가 있다”는 철학 아래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Learning Through Pla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장난감 보급’이 아니라, 놀이를 학습의 핵심 도구로 재구성하는 정책적 시도다.

케냐·베트남·멕시코 등에서 LEGO는 교사 훈련과 교실 재구조화를 지원하며, ‘놀이 중심 수업 디자인’과 ‘부모 참여형 놀이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배우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LEGO Foundation은 이를 단순 프로그램으로 끝내지 않았다. ‘Learning Through Play: Increasing Impact, Reducing Inequality’ 백서에서는 놀이가 아동의 인지 발달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연구는 놀이가 빈곤 환경 속에서도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며, 결국 ‘발달권 (Developmental Right)’을 보장하는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놀이가 치료가 될 때. ©Unsplash의Nathan Dumlao
놀이가 치료가 될 때. ©Unsplash의Nathan Dumlao

PATH, 보건시스템과 놀이의 결합

보건 NGO PATH는 ‘놀이를 건강의 언어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케냐·모잠비크 등 저자원국에서 놀이를 활용해 부모 교육과 발달 모니터링을 결합하는 보건 중심 PBI 모델을 운영 중이다.

예를 들면, 지역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영유아 검진 후 부모에게 간단한 놀이 방법을 교육하고,
가정방문 을 통해 그 놀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모니터링한다.

이 접근은 ‘의료 서비스’ 와 ‘발달 지원’의 경계를 허물며, 보건시스템 속에 조기개입을 내재화한 혁신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PATH는 이 모델을 ‘Let Them Play’ 프로젝트라 부르며, UNICEF, WHO와 함께 Nurturing Care Framework 안에서 그 효과를 확장하고 있다.


놀이가 치료가 될 때. ©Unsplash의Vitaly Gariev
놀이가 치료가 될 때. ©Unsplash의Vitaly Gariev

전략 비교  ‘놀이’라는 공통언어, 다른 접근

구분LEGO FoundationPATH
핵심 전략학습 중심 놀이 → 인지·사회성 발달 향상보건 중심 놀이 → 부모 코칭 및 조기발달 지원
주요 환경교실, 부모 교육, 커뮤니티 허브지역 보건소, 가정방문, 공중보건 네트워크
핵심 성과불평등 완화 및 학습성과 향상발달 모니터링 효율화, 보건인력 역량 강화
적용 국가케냐, 베트남, 멕시코 등케냐, 모잠비크, 잠비아 등


이 두 모델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둘 다 ‘놀이’를 단순한 여가가 아닌, 발달권 실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LEGO는 교육 시스템 내에서, PATH는 보건 시스템 내에서 이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정책적 의미가 깊다. 하나는 ‘놀이 기반 교육 혁신’의 길을 열었고, 다른 하나는 ‘놀이 기반 보건 개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놀이가 치료가 될 때. ©Unsplash의CDC
놀이가 치료가 될 때. ©Unsplash의CDC

한국과 국제사회에 주는 시사점

한국의 아동발달 정책에서도 이러한 모델은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놀이 기반 개입은 특히 다음 세 분야에서 의미가 크다.

  1. 발달지연 아동의 조기개입 – 감각통합, 언어발달, 정서조절 프로그램에 놀이형 세션 도입

  2. 보건-교육 통합모델 구축 – 보건소 영유아검진 후 놀이활동 가이드 제공

  3. 취약계층 접근성 확보 – 저소득 가정 대상 공공놀이 센터 또는 이동형 ‘Play Van’ 운영

LEGO와 PATH의 공통된 철학은 명확하다. “놀이가 곧 배움이고, 배움이 곧 권리다.” 이 철학은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아동정책에도 깊은 영감을 줄 수 있다.


놀이로 열리는 발달권의 미래

놀이 기반 개입은 이제 하나의 치료 전략이 아닌 사회적 권리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LEGO Foundation은 놀이를 학습의 언어로 만들었고, PATH는 놀이를 보건의 언어로 바꾸었다.

그 사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명확하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곧 그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일이다.”


참고자료

  • LEGO Foundation (2021). Learning Through Play: Increasing Impact, Reducing Inequality. Teachertaskforce.org

  • PATH (2014). Let Them Play: Early Childhood Development Initiatives. Path.org

  • UNICEF & WHO (2018). Nurturing Care Framework for Early Childhood Development.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