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와상장애인.(사진 기사와 무관) ⓒ에이블뉴스 DB
장애인 학대를 금지하는 법률은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이다. 아동학대나 여성 학대, 노인학대에 관한 법률에 비하면 별도의 학대방지법이나 폭력방지법이 제정되어 있지 못하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9의 금지행위를 보면 성적 학대, 신체적 학대, 강제노동, 신체적 구속, 방임과 유기, 구걸이나 오락에의 곡예 금지, 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 학대 등이다. 여기에 언어폭력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리고 신고체계나 기관 운영, 신고의무, 가중 처벌 등에 대한 조항들이 장애인복지법에 담겨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에서는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괴롭힘의 피해자 지원, 따돌림과 언어적 폭력금지, 성적 폭력 금지를 담고 있으며, 국가는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괴롭힘 방지 교육은 별도로 실시하기보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묻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괴롭힘 방지 인식개선 교육을 별도로 실시하지는 않고 있다. 국가의 책무는 실효적인 것이 아니라 선언문에 불과하다.

그런데 의료재난을 당하여 와상장애인이 되거나 노인이 되면 의료기관에서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의료기관에서 장기 입원 환자가 된 장애인은 괴롭힘이나 학대를 받지 않고 제대로 대우를 받고 있을까? 의료기관은 장애인시설이 아니면서 가장 권리를 침해하는 사실상의 생활시설이 되기 쉽상이다. 생명과 건강을 의탁하고 있고 의료행위는 전문가 영역이니 침범할 수 없으니 더욱 사각지대가 될 요소를 잘 갖추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어느 3급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1942년생(81세)의 한 장애인은 노인이 되어 중도 장애인이 됐다. 강남에서 잘나가는 아파트에, 유명 학원도 여러 곳을 운영하면서 매우 풍족한 생활을 해 오다가, 노인들의 프로그램인 헬스를 하다가 무리한 운동이었는지 다쳐서 장애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다리가 조금 불편한 정도였는데, 점점 조금씩 악화되어 하지가 불편하게 되었고, 한의원에서 침으로 치료를 한 후 오히려 악회되어 2013년 척추협착증이란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2015년 폐혈증이 발병하여 그때부터 지금까지 와상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코로 음식물을 넣을 수 있도록 하는 엘튜브를 달고 살아야 하고, 목구멍에 숨을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티튜브를 달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고 얼굴 표정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이런 질병은 하나밖에 없던 아들의 정신장애로 인한 자살과 배우자와의 사별이 한몫을 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자 질병이 찾아왔고, 이로써 그 많던 재산은 모두 사라지고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병원비를 걱정하는 의료재난 피해자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장 절제 수술을 하고도 긴 세월을 침대에 누워서도 버티어 주고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최근 병원측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바로 의료기관의 장애인에 대한 학대문제이다. 가정이나 복지시설, 학교, 직장에서의 학대에 대하여는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고 소송이 이루어져 처벌이 있기도 하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각종 지원책도 시행되고 있지만, 건강과 생명을 맡기고 있는 의료기관을 상대로 학대문제를 제기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각종 대형 병원들은 환자들의 권리장전을 정하고 있다.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와 알권리를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권리장전은 병원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고, 실상은 영업 이익에 쫓기거나 업무에 시달려 의료 전문가들도 늘 피로를 호소하는 입장이니 환자의 권리를 염두에 둘 여지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들이 고객에게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권리장전이 환자들의 책무를 정하고 있는 모습도 있다.

2020년 국감에서는 전문의가 행해야 하는 의료행위를 간호사에게 떠넘기거나 간병인에게 떠넘기는 문제에 대해 보훈병원을 상대로 다룬 바 있다. 그런데 이는 거의 모든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거의 모든 병원들이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행위들은 의료법 위반이라 하여 다루어지고, 전문의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권력을 위해서는 의료법 위반 문제를 다루지만 자신들이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현실을 핑계로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거의 모든 병원들이 환자들의 가래를 해결하기 위한 석션을 간병인들에게 맡기고 있다. 티튜브의 석션을 잘 모르는 간병인이나 의료진의 수련생들은 돌려서 분리해야 하는 티튜브를 강제로 잡아당겨 고통을 주거나 숨쉬기 어렵게 하거나 심지어 피를 흘리게 하고 있다.

환자 가족들이 의료행위를 왜 간병인에게 맡겨서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는가 항의하면 “모든 병원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일 모두를 직접 챙기면 업무가 과다하여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병원측은 말한다. 계속해서 그것은 법이 아니냐고 항의하면 그 환자 가족은 진상으로 분류되어 친절은 사라지고, 퇴원을 종용하게 되고, 거친 대화와 짜증으로 대하게 된다.

간호사들이 혈압이나 체온 측정 등은 직접 한다. 이런 일들이 다른 업무가 많아서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간병인에게 맡기지는 않는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왜 하필이면 석션만 간병인들에게 맡기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지저분하다고 느끼는 혐오적 행동으로 인식하고 기피하는 것이다. 이런 의료적 행위를 혐오행위로 인식하니 의료 전문가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환자 가족들은 더욱 화가 나는 일이다.

환자 가족이 석션을 잘못하거나 환자를 방치하여 질병이나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이것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요구하면 거부하거나 진단 내용을 조작하기 일쑤다. 스스로 족쇄를 채울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이 환자 가족에게 한 비하 발언을 보면 가관이다. 의식이 없으니 수련생들은 이 환자를 대상으로 주사를 놓는 실습을 하기 바란다고 발언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이 환자는 벌써 10년 가까이 이러고 살아 있는데 죽지도 않아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앞서 말한 장애인 환자는 2015년 심한 뇌병변장애로 판정받았다. 석션을 자주 하지 않아 가래가 온몸을 뒤덮고 있는 등 방치에 대해 항의하자, 그 환자는 뇌가 없는 것 아시잖아요라고 주치의는 쏘아붙였다. 가족은 환자가 부모라도 그렇게 했겠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입원비 허위청구 등이 만연하고, 명목별 상세 내역 정보제공을 거부하기도 하고, 병원의 장애인에 대한 횡포는 한계를 넘고 있다. 스스로 앉지 못하는 환자는 목욕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외면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병원이 병원체의 온상이라 오히려 감염이 될 가능성이 높고, 병원에서 의료법 위반은 이루어지며, 환자나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 보장은 전혀 고려되지 못하는 것이 의료기관이고 보면 한국이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와 우수한 보험제도를 갖고 있다고 낯 두껍게 자랑하는 것은 너무나 비양심적이고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한다.

합병증이 발생하여 타과와의 협진을 요구하면, 귀찮아하며 거부하는 일도 허다하다. 와상장애인이 아니면 의사소통이 되니 이런 차별을 경험하거나 상상하기란 어렵지만, 와상 언어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인의 입원실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장애인 학대 현장이다.

자리다툼이나 자신들의 복지를 요구하기 전에 환자의 인권을 먼저 생각하는 의료인이 되었으면 한다. 석션의 방임이나 학대 발언과 방치와 유기 등은 인간 존엄성을 가장 가치로 여겨야 하는 의료기관의 배신행위라 할 수 있다.

한때 부유했던 한 가족이 장애인이 되어 병원 입원실의 최장기 입원자가 되면서 이런 방임으로 인하여 치료가 아닌 오히려 악화가 되어 고통받고 있으며, 자신들은 피해자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의료기관에서 나와 생을 포기해버릴 수도 없는 재난약자로서 아무런 선택권도 요구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울분만 삼키고 있다.

의료법에 환자와 장애인에 대한 학대와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조성, 그리고 의료기관에서의 장애인 학대의 사각지대를 제거하여 누구나 어디서나 권리를 보장받는 세상을 이루었으면 한다.

필요하다면 법의 개정도, 예산의 재편성도, 인권교육의 의무적 실시도, 강력한 처벌의 행사도, 학대의 구제방안 마련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장애인건강권법에서 의료기관의 장애인 학대의 금지와 처벌조항이라도 신설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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