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독립형 주거서비스’라며 시설 쪼개기 입법예고
원한 적 없는 서비스 때려치우고 시설 폐쇄하라
장애인을 개줄에 묶어놓고 가두려 하지 말라

[편집자 주] 보건복지부가 소규모 장애인거주시설을 늘리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장애인거주시설 유형으로 독립형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을 신설한다는 내용입니다. 시설거주 장애인에게 ‘개별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는 계획인데요, 한 주거 공간에 최대 4명까지 거주 가능하고 전체 시설에는 20명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별 주거 공간’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탈시설한 장애인들은 지난 7일 오전 8시, 서울시 영등포구 9호선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회원이자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인 조상지 씨의 발언문 전문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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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지 씨가 “투쟁”을 외치고 있다. 그의 옆에는 “지역사회 함께 살자”라고 적힌 피켓이 있다. 사진 하민지

반갑습니다, 동지들. 저는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조상지입니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은 이번 정부가 장애인거주시설에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끝끝내 이 나라는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여서라도 장애인을 시설 안에 가두려고 합니다.

저는 말도 못 하고, 손도 쓰지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인입니다. 16살에 철원에 있는 문혜요양원에 들어가 20년 동안 살았습니다. 같은 시설에 살다가 지역사회에서 만난 우리는 시설에서의 폭행, 굶주림, 인권유린을 얘기합니다.

저 역시 밥을 먹다가 흘린다고 뺨을 수없이 맞았고, 너무 목이 말라서 욕실로 기어가 바닥에 있는 물을 핥아먹었습니다. 썩은 콩나물국을 주었고, 썩은 김치를 반찬으로 줬습니다. 사회에 나온 지금의 나 조상지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단식투쟁하면서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불의와 폭력에 대항했을 겁니다. 하지만, 시설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설은 먹을 것도, 일어나고 잘 시간도, 그날 입을 옷조차도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내가 받는 것들이 인간적인지, 비인간적인지를 판단할 수 없게 만듭니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있고, 경험 속에서 생각의 능력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시설은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시설을 얘기할 때 어느 시설은 개밥처럼 나오고, 어느 시설은 고기반찬이 나왔다고 합니다. 어느 시설은 마당에도 못 나가게 하고, 어느 시설은 부산 여행을 시켜 준다고 합니다. 정치인에게 묻습니다. 앞의 것은 나쁜 시설이고 뒤의 것은 좋은 시설입니까?

당신들이 얘기하는 좋은 시설과 나쁜 시설은 마당에 묶어놓고 사람들이 먹다 남은 밥을 먹는 개와 집안에서 통조림과 사료 먹는 개의 차이입니다. 이 나라의 정치인은 법 개정이라는 말장난을 하면서 집안에서 사료 주고 통조림 줄 테니 시설 안에 있으라며 장애인을 세상과 격리하려고 합니다.

정부가 얘기하는 독립형 주거서비스를 들으니 저는 시설에 있었던 독방이 생각납니다. 말 안 듣고, 통제 안 되는 장애인을 가두는 독방 말입니다. 독립형 주거서비스가 그렇게 좋으면 당신들이 들어가 사십시오. 원하지도 않는 서비스 때려치우고, 모든 장애인시설을 폐쇄하십시오. 중증장애인인 저는 사회에 나와서 학교도 다니고, 직장도 다니고, 영화도 만들고, 여행도 다니면서 비장애인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탈시설한 장애인 모두 잘 살고 있습니다. 동료들은 하루라도 더 빨리 시설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시설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억울해합니다. 시설 안에 있는 장애인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놓고, 시설장과 정치인은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오는 걸 싫어한다고 합니다. 시설 밖으로 나오면 개죽음당한다고 세뇌합니다.

좋은 시설은 없습니다. 장애인을 개줄에 묶어놓고 마음대로 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까만색 목줄이 형광색 목줄로 바뀌었다고 시설이 감옥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모든 시설 수용을 중단하라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지금 당장 이행하십시오. 어차피 우리는 모든 시설이 폐쇄되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나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