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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1일 오후 2시 30분 수원고등법원 앞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화성시 공무원 임용차별 행정소송 2심판결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를 이유로 공무원 시험에서 최종 탈락했다며 화성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정신장애인이 1심 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승소했다.

수원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21일 정신장애인 A씨가 화성시, 화성시 인사위원장을 상대로 한 불합격처분의 취소 소송에 대해, 불합격처분을 취소할 것과 이에 대한 위자료 500만원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정신장애를 이유로 공무원 시험에서 탈락시킨 이번 사건은 명확하게 장애인 차별이었다는 답을 듣게 됐다”며 2심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2020년 12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공무원 시험에서 탈락됐다며, 화성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에이블뉴스DB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2020년 12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공무원 시험에서 탈락됐다며, 화성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에이블뉴스DB

A씨는 10년 전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 ‘Ⅱ형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게 됐고, 2012년 정신장애 등록을 마친 이후 꾸준한 치료과정을 통해 안정된 상태로 일상생활을 유지해왔다.

이후 A씨는 공직에 진출하고자 2020년 4월 ‘2020년도 제1회 경기도 화성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에 일반행정 9급, 장애인 구분모집에 응시했다.

이 시험에서 그는 저소득층 선발전형 합격선보다 약 80점 가량 높을 만큼 우수한 성적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들은 직무와 관련한 질문 외에 ‘장애유형과 정도’, ‘장애등록이 되는 장애인지’, ‘약을 먹거나 정신질환 때문에 잠이 많은 것은 아닌지’ 등 장애와 관련한 질문을 여러 차례 했다. 결국 A씨는 ‘미흡’ 등급을 받았으며, 추가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로 ‘미흡’을 받아 최종 불합격했다.

A씨는 화성시의 불합격처분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직접차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면접위원이 갖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이라며 2020년 12월 장추련과 법률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수원지방법원에 화성시와 화성시 인사위원장을 상대로 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채용과정에서 장애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직무능력보다 우선해서 판단의 기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채용 등의 면접과정에서 직무 이외에 장애와 관련한 질문을 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오후 2시 30분 수원고등법원 앞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화성시 공무원 임용차별 행정소송 2심판결 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서울공익법률센터 김재왕 변호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21일 오후 2시 30분 수원고등법원 앞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화성시 공무원 임용차별 행정소송 2심판결 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서울공익법률센터 김재왕 변호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2022년 4월 수원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최초 면접시험에서 직무 질문이 아닌 장애 관련 질문을 한 것은 위법하지만, 추가 면접에서는 새로운 면접위원이 참여했고 장애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아 차별행위가 없다며 기각했다.

서울공익법률센터 김재왕 변호사는 “이러한 1심 판결에 대해 우리는 법리적으로 봤을 때 두 번째 추가 면접시험으로 첫 번째 면접시험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비장애인과 달리 원고 같은 경우는 사실상 한 번의 면접시험으로 탈락이 결정된 것이기에 ‘이 또한 차별이다’라는 취지로 항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 재판부는 화성시에 다시 시험을 치러 원고에게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불합격처분을 취소했으며, 손해배상 청구 500만 원 또한 모두 인정했다.

김재왕 변호사는 “원하는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이 판결을 계기로 해서 많은 정신장애인이 편견으로 면접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시험 자체에서도 자신의 정신장애를 드러내도 되는지 고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신장애 이해부족! 개선책 마련하라!', '금지된 차별행위 정당화 하지마라!' 손피켓. ⓒ에이블뉴스DB
'정신장애 이해부족! 개선책 마련하라!', '금지된 차별행위 정당화 하지마라!' 손피켓. ⓒ에이블뉴스DB

소송당사자 A씨는 “많은 분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승소하게 될 줄 몰랐다. 지금도 생각하는 것이지만, 사실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다면 싸우는 게 아니었는데 라고 생각하곤 한다”며 웃었다.

이어 “하지만 길고 긴 법정싸움을 하게 된 것은 정신장애인도 국민으로서 정당하게 가져야 할 권리가 이렇게 침해되는 사례에 많이 화가 났고 꼭 바로잡고 싶었다. 좋은 결과가 나오게 돼 마음이 가볍고 좋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상임대표는 “대한민국 사회가 이렇게 약자들, 장애인들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행정들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 부끄럽고, 장애인은 공공의 접근조차도 장애를 잣대를 재고 있는 것이 유감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승소해서 기분은 좋지만, 이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제받지 못하고 포기하는 장애인의 삶이 너무 많았다. 오늘 승소를 기점으로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공직에 도전하고 현실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2심에서 패소한 화성시는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14일 내에 상고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상고하지 않으면 불합격 취소 처분에 따라 A씨에 대한 면접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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