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장애소득보장과 장애인 일자리 지원을 확대하는 등 장애인의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장애인의 빈곤율이 빠르게 감소했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는 인구·가구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장애인의 빈곤율이 정체된 상태로 머무르고 있다.
이에 1인 가구 증가, 동거 감소, 고령인구 증가 등 장애인의 인구·가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장애급여 근로능력평가의 도입, 장애인연금의 구조 개편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장애인 소득분배 변화의 원인과 소득보장 정책 효과에 대한 연구’(연구책임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연구위원) 보고서를 발간했다.
장애인 소득분배 개선 위한 노력에도 정체된 ‘장애인의 빈곤율’
우리나라는 장애인연금 도입 등 장애소득보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와 일자리 지원도 대폭 확대되는 등 장애인의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노력은 최근 10년간 이전과 비교해 매우 강화됐다.
이러한 정책 노력으로 2010년대 전반기 장애인의 빈곤율이 빠르게 감소하는 등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빈곤의 절대적 수준은 매우 높으며,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장애인의 빈곤율이 정체 상태로 머무르고 있다.
장애인의 낮은 소득 수준은 낮은 경제활동 수준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신체나 정신의 손상에 의해 장기적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애인의 특성상 비장애인에 비해 경제활동 참여 수준이 낮고,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획득하는 소득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다.
장애급여나 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정책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의 수단이지만, 최근 한국 장애인의 소득분배 상황이 정체 혹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이렇게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장애인의 지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장애인 빈곤 추이와 영향요인, 장애인에 대한 소득보장 효과, 장애급여의 정책 대상 재설정 효과 등을 통해 장애인의 소득분배가 변화하는 원인을 규명하고 소득보장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했다.
장애인-비장애인의 공적이전소득 항목별 빈곤율 감소 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장애인의 시장소득 빈곤 증가 원인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활용한 2010년대 장애인 빈곤 추이와 영향요인을 분석결과, 장애인의 가처분소득 빈곤율은 2012~2016년 47.0%에서 43.0%로, 2016~2020년 40.7%에서 39.6%로 감소했고, 가처분소득 빈곤갭비율은 2012~2016년 19.1%에서 16.8%로, 2016~2020년 15.4%에서 12.2%로 감소했다.
분석에 따르면 장애인의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비장애 근로연령대 가구원과의 동거 감소 등과 같은 장애인의 인구·가구 구조 변화가 장애인의 시장소득 빈곤을 크게 증가시켰다.
만약 장애인의 인구·가구 구조가 변화하지 않았더라면, 2020년 장애인 가처분소득 빈곤율과 빈곤갭비율은 각각 39.6%→34.5%, 12.2%→10.0%까지 감소하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2010년대 공적이전소득 항목별 장애인 빈곤 감소 효과를 분석한 결과, 장애인의 총 공적이전소득은 2012년 305만 원에서 2020년 684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재난지원금을 제외한 공적이전 수급률은 90% 가까이 상승했다.
이로 인해 2020년 순 공적이전에 의한 장애인의 빈곤율 감소 효과는 15.1%포인트, 빈곤갭비율 감소 효과는 24.3%포인트까지 증가했고, 이를 통해 최근 악화된 시장소득 빈곤에도 불구하고 가처분소득 빈곤은 정체 혹은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공적이전소득 항목별 빈곤 감소 효과를 분석했을 때, 장애인의 빈곤율감소 효과에는 국민연금 및 특수직역연금 등 ‘공적연금’이, 빈곤갭비율 감소 효과에는 생계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인 ‘기초보장’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장애인연금 등 ‘장애급여’의 경우 공적연금, 기초연금, 기초보장에 비해 큰 빈곤 감소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근로능력평가 시나리오별 장애급여 수급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학적 손상 상태만 의존하는 국내 ‘장애급여’ 판단 기준
소득보장제도에서 장애 상태를 의학적 정보로 판단하는 것은 실제 급여의 필요성과 상관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입증돼 왔고, 대부분의 복지국가는 그러한 방식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현재 장애급여의 장애 기준을 의학적 손상 상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판단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불필요한 급여와 부적절한 비급여의 규모가 매우 크다.
이에 한국복지패널 자료를 사용해 2013년부터 장애급여에 새로운 근로능력평가가 도입된 가상적인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한 결과, 근로능력평가를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적용하고 ‘유의미한 소득활동’의 기준을 평균임금의 70% 수준으로 설정할 경우 장애급여 수급률은 근로능력평가 도입 직전 1.11%에서 2020년에는 3.34%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소득보장제도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및 근로능력평가 도입의 의미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것으로, 또한 장애인등록제 폐지 여부에 따라 장애급여 대상의 차이는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서비스 확대 등 장애인 인구·가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 시급
보고서는 “장애인의 가구구조 변화는 외생적 요인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로 인한 소득분배 악화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 증가, 동거 감소 등에 대응해 장애인이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생활하면서도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가능하고 적절한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 방안은 편의시설 강화, 교통수단 접근성 확대, 장애인의 의사소통 방식을 고려한 정보 접근성 확대 등의 조치와 함께 활동지원서비스, 근로지원인 사업 등 장애인의 사회참여 및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대인 사회서비스를 충분히 확대하는 등 장애인의 사회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물리·정보 차원의 접근성 강화와 대인 사회서비스의 확대하는 것이다.
이어 “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의 고령화는 빈곤을 증가시키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고 노령연금 급여 개시 규칙에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고려를 하는 등 노후소득보장제도에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마땅히 장애급여를 받아야 함에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장애급여에 근로능력평가의 도입이 시급하다”며, “장애인연금의 대상을 등록장애인에게만 한정하는 것이 아닌 근로능력평가와 같은 별도의 장애 평가를 통해 수급자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점차 확대하는 현행 장애인연금의 구조적 개편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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