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가 되면 배게 밑에 있는 시계가 요란하게 진동하며 곤히 잠든 나를 깨운다. 전날 늦게 잤거나, 저녁 운동을 해서 피곤하면 쉽게 못 일어나고 15~20분은 뒤척인다. 일어나면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옥상으로 올라가 스트레칭을 하고 PT 체조를 50회씩 3세트를 하며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샤워를 하고 오늘 입을 옷을 골라서 입고 거울 앞에 앉는다. 왁스를 손에 퍼발라 내 특유의 머리 스타일을 만들며 오늘 하루를 기대한다. 그리고 계란밥이나 고구마로 아침을 먹고 방울토마토 몇 개로 과일도 충분히 섭취한다. 마지막으로 주섬주섬 짐을 백팩에 챙겨 6시 50분쯤 집을 나선다.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는 7시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6월 1일부터 출근길에 항상 7시에 맞춰 들려서 텀블러에 모닝커피를 담아가고 있다. 분명히 내가 평일 첫 번째 고객일 거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회사 근처에 스타벅스가 없기 때문에 아이스아메리카노의 사이즈는 특별히 Granda로 정했다. 내가 첫 번째 주문이라 사이렌오더로 주문 후 픽업대에서 텀블러를 건네면 금방 커피가 나온다.
출근길에 꼭 스타벅스에 들려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간다. 그날 하루동안 충분히 마실 수 있도록 Granda 사이즈다. ©박관찬
한 손에 텀블러를 든 채 스타벅스에서 등촌역까지 걷기 시작한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나처럼 출근길이 가깝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지 도로에는 차가 많다. 버스 정류장에도 출근하려는 사람들과 등교하려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하루를 시작하는 저마다의 모습들이 가지각색이다.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반년만의 출근길 모드로 돌아온 나도 감회가 남다르다.
지하철 타기
등촌역에서 9호선을 타고 고속버스터미널역까지 가야 한다. 나는 지하철 내 안내방송을 듣지 못하고 다음 역이 무슨 역인지 나오는 글자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역 수를 세어야 한다. 등촌역에서 일반열차로 14번째 역이 고속버스터미널역이다. 14개의 역을 세알리는 건 평소에도 서울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내게 큰 어려움은 아니다. 하지만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30분 가까이 걸어서 지하철을 탄 덕분인지 몇 개의 역을 지나면 스멀스멀 졸리기 시작한다.
잘못 내리는 건 아닌가 걱정되던 찰나에 내게 너무나 유익한 사실을 발견했다. 9호선 일반열차를 타고 가다가 11번째 나오는 동작역은 지하철의 왼쪽 문이 열린다는 사실이다. 동작역 다음이 구반포역, 그다음이 신반포역, 그다음이 고속버스터미널역이다. 즉 10개 역 정도까지 집중해서 역 수를 세지 않아도 지하철의 왼쪽 문이 열리면 동작역이고, 그다음부터 세 번째 역에서 내리면 되는 것이다.
고속버스터미널역은 내가 9호선을 타고 가본 역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규모도 크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정말 발디딜 틀도 없는, 사람들이 흔히 표현하는 ‘지옥철’ 그대로다. 그 지옥철을 타고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내린 뒤, 학교든 직장이든 어디론가 가려는 사람들의 길고 긴 행진에 나도 끼게 된다. 걷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기도 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고 스치는데, 문득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텀블러를 들고 있는 사람은 왠지 나뿐인 것 같아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고속버스터미널역은 여러 호선을 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9호선에서 내려 3호선을 타러 가는 길이 아직도 헷갈린다. 출근시간대라 사람들이 끝없이 계속 다니기 때문에 ‘3’이라는 숫자가 적힌 곳을 찾기도 힘들고, 사람들이 먼저 올라가고 있어서 그게 계단인지 에스컬레이터인지 구분할 겨를이 없을 때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지하철을 잘못 내리거나 다른 호선을 타는 일 없이 무사히 잘 타고 내린다.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3호선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교대역이다. 교대역에서 목적지인 출구를 찾아가는 길도 꽤나 멀고 복잡하게 느껴질 정도로 교대역도 복잡하고 규모가 크기는 고속버스터미널역 못지않다.
서울연구원에서의 새로운 시작
그렇게 6시 50분에 집을 출발해서 교대역을 나오면 8시 28분 셔틀버스를 탄다. 셔틀버스는 고등학생 때처럼 스쿨버스 타는 것 같다고 추억에 잠기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만큼 금방 목적지에 도착한다. 목적지는 서초구에 있는 ‘서울연구원’이다. 6월 1일부터 위촉연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서울연구원 셔틀버스. 교대역까지만 무사히 가면 셔틀버스가 편안하게 서울연구원으로 데려다 준다. ©박관찬
거의 2시간이 걸리는 출근길이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원래부터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 패턴에 금방 적응할 거라고 확신한다. 또 서울연구원에서 직원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걷기 챌린지’도 한다는데, 출근길에 반강제로 30분은 걸어야 하는 내게 플러스 요소다. 입사 기념으로 1등을 해버리고 싶다.
박사수료생 신분으로 얼른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고 싶지만, 논문을 시작하기에 아직 연구 경험이나 경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렇기에 이번 위촉연구원으로의 활동이 개인적으로도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위촉연구원으로의 활동을 통해 나는 또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지난 6월 1일, 서울연구원에 첫 출근했던 날을 기념하여 서울연구원 앞에서 인증샷. ©박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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