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의 장애인 탑승 거부 관련 기사. ©배융호
무궁화호의 장애인 탑승 거부 관련 기사. ©배융호

최근 코레일의 무궁화호 열차 승무원이 공휴일이라 입석 승객이 많다며휠체어 사용자의 탑승을 거부한 사건이 일어났다.

정당하게 입장권을 구매했고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열차 탑승구까지 갔지만 여객 전무가 공휴일이라 입석 승객이 많다며탑승을 거부한 것이다결국 장애인 승객은 탑승을 하지 못했고그날의 일정을 포기해야 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주서울 등에서 기념 토론회를 개최하였다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장애인에 대한 거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동안 민간영역(주로 음식점 등)에서 주로 거부가 일어났지만이제는 공기업인 코레일에서 버젓이 차별행위를 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5주년 기념 토론회 웹자보. ©배융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5주년 기념 토론회 웹자보. ©배융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차별행위)에 의하면차별의 유형은 직접차별간접차별정당한 편의제공 거부광고에 의한 차별 등이 있다.

직접차별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거나장애인을 배제하거나장애인을 거부하거나 장애인의 활동과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다.

식당에서 휠체어 사용자에게 손님이 많으니 다음에 오라며 거부하는 행위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있으므로 들어올 수 없다고 거부하는 행위이번 무궁화호의 경우처럼 탑승을 거부하는 행위 등이 모두 직접차별의 하나인 거부에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 무궁화호의 장애인 탑승거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이동 및 교통수단 등에서의 차별금지1항과 제2항을 위반한 것이 된다19조 제1항에서는 교통사업자(무궁화호의 경우 코레일)는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2항에서는 교통사업자는 이동 및 교통수단의 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 보조기구의 반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따라서 이번 무궁화호의 장애인 탑승 거부는 제4조와 제19조를 동시에 위반한 것이 된다.

물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거부할 수 있다이때 정당한 사유란 차별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와 차별행위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이다.

과도한 부담은 시설주 또는 차별행위자가 차별을 하지 않기 위해 드는 비용이 과도하여 도저히 할 수 없는 경우이며현저히 곤란한 사정은 안전구조공간 등의 문제로 실제로 차별행위를 하지 않기가 어려운 경우이다.

그리고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란 예를 들어 소방공무원과 같은 직업에서 휠체어 사용자가 화재 진압 작업 등에 참여할 수 없으므로 휠체어 사용자를 소방공무원으로 뽑지 않아도 차별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4(차별행위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2.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3.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4.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제한·배제·분리·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조장하는 광고를 직접 행하거나 그러한 광고를 허용·조장하는 경우이 경우 광고는 통상적으로 불리한 대우를 조장하는 광고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포함한다.

 

이번 무궁화호의 차별에 적용해 본다면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했다고 해서 코레일에서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부담을 지불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물론 입석 승객 몇 사람을 못 받을 수는 있지만휠체어 사용자 역시 그에 따른 정당한 요금을 지불했고무궁화호 한 편의 운행을 통해 얻는 수익(요금)을 비교해 볼 때몇 명의 입석 요금을 못받는 것이 경영에 큰 지장을 주지도 않으므로 과도한 부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는 해당이 되는가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되려면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함으로써 무궁화호 열차 운행에 큰 지장이 생기거나 안전상의 문제를 초래해야 한다그러나 휠체어 사용자의 탑승으로 해당 무궁화호의 운행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그렇다면모든 무궁화호에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할 수 없어야 한다따라서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볼 때이번 무궁화의 탑승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성립되지 않는, 명백한 장애 차별 사건이다문제는 공공기관인 코레일에서 이런 차별이 벌어졌다는 점이다이것운 두 가지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 준다.

첫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교육의 부재이다2016년에 필자가 미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뉴욕에서 워싱톤 DC로 가기 위해 시외버스인 그레이하운드를 타러 갔다그레이하운드의 모든 시외버스에는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특별히 예약을 할 필요는 없었고표를 사면서 휠체어리프트가 필요하다는 것만 이야기하면 됐다그러자 매표소에서는 몇 시까지 몇 번 탑승장으로 나오라고 안내해 주었다.

시간이 되어 탑승장에 가니 이미 많은 승객이 타고 있었다그런데 버스 직원이 나오더니 내 자리에 이미 사람들이 탑승을 해서 이용이 어렵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나와 아내가 예매를 하고 왔는데 무슨 소리냐며 강력히 항의하자 버스 회사 매니저가 나왔다그리고 우리 이야기를 듣더니 안내하던 직원을 야단쳤다.

미국 장애인차별금지법(ADA) 위반이라며 당장 먼저 탑승한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리라고 하라고 지시했다그리고 먼저 탄 승객들이 내리자 좌석 6개를 접어서 휠체어가 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휠체어리프트를 작동시켜서 나의 탑승을 도왔다내가 놀랐던 것은 버스 회사 매니저가 미국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알고 있고나에 대한 탑승 거부가 장애인 차별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 시외버스의 휠체어리프트 장치 (c) 배융호
미국 시외버스의 휠체어리프트 장치. ©배융호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 15년이 지난 지금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인 코레일은 버젓이 장애인에 대한 탑승을 거부하고 여객 전무는 그것이 차별이라는 것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공공기관에서조차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약한 벌칙이다미국에서 미국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잘 알고, 잘 지키려는 이유는 법을 위반할 경우 소송을 당하고 많은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한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벌칙은 솜방망이와 같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로 진정을 해도 기각이 되는 경우가 많고차별로 인정되더라도 시정 권고가 고작이다물론 시정 권고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이 없다다만 악의적 차별로 법원에서 인정할 경우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지만 악의적 차별로 인정받기란 매우 어렵다고의적반복적지속적보복적 차별 여부와 차별의 피해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식당 같은 민간 시설이든코레일과 같은 공기업이든 장애인에 대한 거부가 차별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려면 강력한 벌칙이 필요하다장애인을 거부하면 차별이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온 국민이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전국민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특히 거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심각한 차별이므로 거부는 물론 배제제한분리와 같은 직접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교육과 홍보를 통해 알려주어야 한다.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든코레일과 같은 공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이든장애인을 거부하는 것이 차별이며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이번 무궁화호 사례와 같은 차별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