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2시 국립 경찰병원 정문 앞에서 개최된 ‘경찰병원 장례식장 엘리베이터 설치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남윤지 씨.©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난달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경찰병원의 장례식장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지하 1층 장례식장을 가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다른 구의 장례식장에서 상을 치러야했습니다. 장애인은 마음껏 슬퍼할 권리도 없는 것입니까!”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남윤지 씨는 집 근처 국립병원에 장례식장으로 갈 수 있는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다른 지역까지 가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러야 했던 기억을 회상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서울IL센터) 등 8개 단체는 19일 오후 2시 국립 경찰병원 정문 앞에서 ‘경찰병원 장례식장 엘리베이터 설치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국립 경찰병원에 지하 1층 장례식장 접근 가능한 승강기 설치를 요구하는 피켓. ©에이블뉴스
지난 2019년 11월 서울IL센터는‘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의거해 경찰병원 장례식장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 지하 1층 승강기 미설치, 장애인화장실 미흡 등 내용을 담은 종합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종합의견서에는 장례식장의 모든 빈소가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접근이 힘들며, 조문을 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차량들이 드나드는 지하 주차장 진입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개선책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건물의 출입구나 승강 설비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해야 함에도 경찰병원 주차장에만 설치돼 있고 장례식장 앞에는 설치돼 있지 않은 점, 남녀공용 장애인화장실은 대체로 적합하게 설치되어 있으나 청소 도구들이 가득 차 있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19일 오후 2시 국립 경찰병원 정문 앞에서 개최된 ‘경찰병원 장례식장 엘리베이터 설치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사단법인 로이사랑나눔회 안성빈 대표. ©에이블뉴스
이에 대해 경찰병원은 같은 해 12월 종합의견서 검토 회신을 통해 승강기나 휠체어 리프트 설치 등을 검토 중으로 결정된 개선안을 2021년 예산편성에 반영토록 노력해 관련 예산이 확보되면 개선을 추진하고, 예산 확보가 곤란할 경우 지속적으로 예산 반영토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장례식장을 가는 승강기는 설치돼 있지 않았고, 지상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새로 설치했으나 색상과 안내 표지판이 규격대로 설치되지 않았으며, 장애인화장실은 여전히 창고처럼 사용되고 있는 등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단법인 로이사랑나눔회 안성빈 대표는 “목사이기도 한 나는 경찰병원 장례식장에 자주 오는 편이다. 올 때마다 차들이 지나다니는 주차장을 진입구로 내려가고 있다. 오랜 시간 장애인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데 변화도 개선도 없이 헛되이 지나가는 시간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큰 목소리로 뜻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19일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센터장과 송파어우러기 홍재현 센터장은 경찰병원에 승강기 설치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에이블뉴스
서울IL센터 박찬오 센터장은 “경찰병원은 2019년부터 예산마련을 약속했으나 우선순위에 밀렸다고 한다. 그 우선순위는 누가 정하는가. 결정권자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장애인의 기본권인 편의시설조차 설치하지 않고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무엇을 우선하는가”라며 “1년, 늦어도 2년 안에 승강기 설치 공사를 돌입할 수 있도록 송파구, 경찰청, 국회, 기획재정부 각종 기관을 찾아가 투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이들은 국립 경찰병원에 ▲지하 1층 장례식장 접근 가능한 승강기 즉각 설치 ▲장애인화장실 정비 및 관리 ▲장애인주차구역 보완 등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전달하며, 경찰병원장게 면담을 요청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8개 단체는 19일 오후 2시 국립 경찰병원 정문 앞에서 ‘경찰병원 장례식장 엘리베이터 설치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