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청각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TV 자막 등을 제공하고, 교정시설 내 진료 시 청각장애인 수용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진정인 A씨는 말하기와 듣기가 어려운 청각장애 2급으로, B교도소에 수용 중이었다. A씨는 “B교도소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텔레비전 자막을 제공하지 않고, 치료를 받을 때 수어 통역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교도소장은 교도소가 청각장애인용 텔레비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네트워크에 연결돼 방송을 송출하는 장비인 현행 셋톱박스를 이용한 교화방송 시스템에서는 지상파 방송의 자막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한 A씨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필담으로 진료 및 처방을 했고, 근무자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자세히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정인의 진료에 임하고 있으며,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직원들에게 수어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장애인 수용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교정시설 내 텔레비전 자막 제공을 위해 텔레비전 시청을 통합 관리하는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채널 변조기를 새로 개발하거나 전국 교정시설 내 모든 거실 2만여 개에 셋톱박스를 설치·관리해야 하는데, 이 경우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필요한 예산·기간 등의 추산에 별도의 행정력이 요구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또한 진정인의 경우 필담을 통해 문자로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했기에, B교도소가 진정인 진료 시 수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을 장애인차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기각했다.
하지만 교정시설에서 청각장애인 수용자의 텔레비전 시청 시 자막이 없어 어려움이 있고, 진료 시 필담만으로 진행해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겪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향후에는 청각장애인 수용자가 텔레비전을 보거나 진료를 받을 때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국가기관에서 필요한 수단을 제공할 책무가 있다고 보았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기관은 전자정보 및 비전자정보에 대해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수어, 문자 등 필요한 수단을 제공할 책무가 있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수용자가 정서안정 및 교양습득을 위해 라디오 청취와 텔레비전 시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교정시설 내 장애인 수용자가 비장애인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텔레비전 시청의 필요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1조 제1항은 “의료기관 등 및 의료인 등은 장애인에 대한 의료행위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했으며, ‘한국수화언어법’ 제2조는 농인이 수어를 통해 의사소통할 권리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어, 국가기관인 법무부는 교정시설 내 진료과정에서 청각장애인 수용자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수어 통역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청각장애인 수용자가 텔레비전 시청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관련 예산 확보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교정시설 내 진료 시 청각장애인 수용자가 요청할 경우 수어 통역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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