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조형준 칼럼니스트】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서 6년 넘게 근무했다. 내가 주로 만났던 당사자들은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성인 그리고 중장년에 이어 고령까지. 생애 주기별로 다양한 분들과 만나 교류했었다. 담당자로서 함께했다기보다는 마치 가족 및 친구 같은 느낌으로 호흡하며 소중한 추억들 많이 만들었었다.
잠시 쉼표를 찍고자 퇴사를 결심하기 전, 마지막으로 맡은 직무가 “직업재활”파트였다. 세부 과업으로는 고등학교 대상 전환교육을 비롯하여 취업알선과 고용 등 처음 해보는 일들이 다수였다. 그동안 평생교육을 비롯한 여가문화·홍보·후원·자원봉사 등 고루 업무를 수행해왔지만 직업재활만큼은 심적 부담이 컸었다.
지금 와서 든 생각이지만 장애 당사자의 안정적인 경제생활 영위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관련 제도 또는 정책개발에 초점을 두지 않은 듯하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신경을 쓰거나 실적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 나머지 숫자에 연연하지 않았는지 성찰한다.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을 머리와 마음으로 알면서도 ‘취업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장애인재활에 대한 관점이 바뀌다
그러고 보니 떠오른다. 여가문화 프로그램을 담당했었을 시 관계를 쌓은 고령 장애인이 계셨다.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취업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의욕 넘쳤던 나는 사업체 방문 및 미팅 등을 하며 장애인 고용의 필요성과 이분들의 장점을 열심히 피력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서류 탈락이었다. 죄스러운 마음이 든 나머지 차마 이분들에게 사실을 말씀드리기 어려웠다. 이내 용기를 내어 휴게실에서 TV를 보고 쉬고 계신 두 분을 찾아가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속상해하진 않으실까 염려되고 위축된 내 모습을 보셨을까? 어르신은 오히려 나를 위로하셨다. 괜찮다며, 바쁘신데 애쓰셨다고 다음엔 꼭 붙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씀하셨다.

생성형 Ai(perplexity)로 만든 이미지. ©조형준
당시 직업재활 적응 2개월 차였다. 사실 이분들은 취업보다는 손주들 용돈 더 주고 싶은 마음에 도전하신 게 크셨다.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으신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이때부터 직업재활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실적에 대한 압박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중증 장애인을 비롯한 전반적인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공부를 하며 알게 된 진정한 맛
현장을 떠나서도 여운은 계속해서 나에게 남아 있었다. 더는 이대로 있을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든 건, 작년 연말 직업상담사 2급을 취득하면서다. 공교롭게도 나의 앞으로의 진로를 위하여 공부를 하게 된 직업상담사. 그러나 파고들어보니 장애인 재활에도 상당 부분 연관된 내용들이 많았다. 내친김에 주저하고 있었던 ‘장애인재활상담사 1급’ 시험 또한 그간 쌓은 역량과 경험의 시너지를 위하여 도전하게 되었다.
막상 집어 든 7개의 교과목들은 내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일부는 사회복지학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이해하기 쉬웠으나 직무개발과 배치, 작업 평가 등은 실제 해당 실무를 경험한 이들이 아니면 응용하기 쉽지 않았었다. 포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 짧지만 수행했던 직업재활 경험이 나에게 나침반이 되어 진정한 재활 영역의 맛을 알게 해준 것이다.

장애인직업재활상담사 연수에서 필자(사진 왼쪽)와 권세훈 센터장님. ©조형준
여기에는 나와 같이 시험을 도전한 지인이기도 한 사단법인 서울특별시 시각장애인연합회 성동구지회 권세훈 센터장님의 격려가 도움이 되었다. 이 분 또한 장애 당사자로서 오랜 기간 IL에 있으면서 장애인 재활에 남다른 뜻을 갖고 계셨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내용에 대해서는 본인의 사례를 몇몇 들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셨다. 시험을 1주일 정도 앞둔 상황, 격려차 연락을 주셨길래 한번 여쭤봤다. 자격증 취득도 그렇고 이를 통하여 무엇을 이루고 싶으신 지를 말이다.
그랬더니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 거창한 게 아닌, 장애인 재활 제대로 해보고 싶어 필요하니 준비하는 거라고. 어느덧 시험일 당일이 되었고 센터장님과 나는 최종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서로에게 전해주며 동네가 떠나가라 크게 웃었다.
장애인재활상담사라는 타이틀보다
멀게만 느껴졌던 장애인 재활이 친숙하게 다가왔다는 게 더 기쁘다. 물론 다시금 차곡차곡 실무를 통하여 관련 경험을 습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장애 당사자의 사회참여와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에는 무조건 “취업”이 우선시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정부의 2025년 복지분야 법정지출 예산이 181조 8,790억 원으로 편성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중 장애인생활 안정 및 재활 지원 프로그램 예산의 경우 전년 대비 7.5% 대폭 증액됐다는 소식에서 잠시 상기한다. 예산과 인력은 물론, 장애인 재활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역량 등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점진적으로 구축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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