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올해 1월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바닥 면적 50㎡ 이상, 근로자 100인 미만의 식당·카페·PC방 등을 대상으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의무화했다. 음성안내, 점자 키패드, 키 높이 조절 기능 등을 갖춘 기기를 도입하지 않으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자영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고비용의 장비 가격, 제한된 제품 공급, 미비한 정부 홍보로 인해 대다수 업소가 제도 시행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상공인단체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고, 정부는 계도기간 연장과 보조금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 갈등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닌, 디지털 시대의 포용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사회적 조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의 유사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장애인 접근성 관련 법제가 가장 체계화된 국가 중 하나다. 1990년 제정된 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는 키오스크를 포함한 공공 서비스 기기에 장애인의 동등한 접근을 보장하며, 기준을 위반할 경우 민사소송도 가능하다.

미국의 법적인 주요 기능 및 기준은 점자 키패드, 음성안내, 이어폰 포트, 조작부 높이 122cm 이하, 한 손 조작 가능, 스크린리더 호환, 대체 텍스트 제공 등으로 지난 2017년 시각장애인의 영화표 구매 키오스크 접근 거부 소송이 기각되며 이후 키오스크 접근성 기준이 강화됐다.

EU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European Accessibility Act를 통해 키오스크를 포함한 디지털 공공 서비스 기기에 대한 접근성을 의무화한다. ETSI의 EN 301 549 표준은 키오스크 접근성의 핵심 기술 지침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술 기준을 살펴보면 화면 확대, 고대비 모드, 음성 명령 입력 가능, 조작부 높이 85~122cm, 물리적 버튼 제공, 대체 텍스트 의무화 등이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 중앙역과 함부르크 지하철 키오스크에 수어 영상, 자동 높이 조절, 점자 키패드 등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 quality Act 2010은 공공 및 민간 서비스 제공자가 장애인을 위해 “합리적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부여한다. RNIB(Royal National Institute of Blind People)가 키오스크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민간에 배포하고 있다.

RNIB는 영국의 대표적인 시각장애인 지원단체로, 1868년에 설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150년 넘는 역사 동안 시각장애인의 자립, 정보 접근, 권리 옹호, 포용적 디자인을 위한 활동을 선도해 왔다.

가이드라인 적용 기능을 살펴보면 화면 확대, 간단 메뉴 구성, 헤드폰 자동 감지 음성안내, 시각장애인용 물리 버튼, UI 단순화 등으로 NHS 병원의 환자 접수 키오스크에 음성안내 및 높이 조절 기능을 탑재해 장애 환자의 접근성을 개선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스웨덴은 LSS 제도를 통해 디지털 기기 접근성을 사전 평가하며, 모든 공공 키오스크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의 자문을 받는다. 접근성 기준은 단순한 물리적 편의를 넘어서 인지적 부담까지 고려한다. 특징으로는 아이콘 기반 인터페이스, 고대비 디자인, 실시간 수어 비디오 제공, 휠체어 접근 높이 자동 조절, 직원 호출 기능, 조작 가이드 애니메이션 제공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정보접근권 조항이 있으나, 키오스크에 대한 기술적 세부 기준은 여전히 부재하다. 서울시 등 몇몇 지자체와 민간기업에서 등이 선도적으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으나, 전국적인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키오스크 접근성 국가표준(KS 또는 고시) 제정 ▲장애유형별 인증 마크 도입 ▲사전접근성 평가 의무화 및 보조금 제도 병행 ▲장애인 당사자 참여 설계와 사용자 테스트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

키오스크는 효율성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소외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은 지금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갈등을 계기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디지털 환경 조성을 위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선진 외국의 사례는 포용적 디지털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명확한 이정표를 제공한다.

디지털 포용은 단지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평등과 존엄을 위한 조건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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