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조형준 칼럼니스트】“장애인이 직업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주제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게 뭐 어때서?’였다. 장애·비장애를 떠나 사회참여를 비롯한 생계유지나 자아실현 등 특별히 다룰 게 없다는 것이 내 평소 지론이다. 이는 생활시설에 있는 장애 당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언젠간 이들도 지역사회에서 부분적이든 전적이든 자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이슈 또한 몇 십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고. 그렇기에 본 주제로 법정 의무교육을 진행하기 전, 사전 조사를 비롯한 준비가 철저해야 함을 스스로 느꼈다.
장애인이 직업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주변의 고찰
준비과정에서 재밌는 주제 하나가 「빠띠」라는 디지털 공론장 플랫폼에 올라왔다. 장애인 고용 정책 중 ‘의무고용제’에 대하여 정책배틀 형태로 특별한 토론이 진행된 것이다. <장애인권대학생 청년네트워크(이하 장대넷)>관계자들이 서로의 견해를 둘로 나눠 기회와 평등에 대한 다채로운 경험담 등을 치열하게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맞춤형 지원의 필요성과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의무고용제’는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장애인의 노동권을 현실로 이어주는 최소한의 기반임을 얘기하였다. 단순히 ‘강제할 것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약속이자 책무’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글을 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온라인 공론장 플랫폼 '빠띠'에서 진행한 정책배틀 홍보포스터. ©조형준
이를 기반으로 주변의 지인들에게 “장애인이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봤다. 장애 당사자부터 종사자 및 비장애인 등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들어왔는데 공통적으로는 안정적인 경제생활 영위와 조직 및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소속감 등을 갖는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일하면서 얻는 보람과 성취감, 즐거움도 이야기한 당사자도 있었다. 반면 어느 한 쪽에서는 무조건적인 존중과 배려가 오히려 역차별을 일으키지 않는지, 직업선택을 강요가 아닌, 자율성을 보장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또 장애인 직무개발에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하나 이를 망각하고 무조건 트렌드에 맞춰 개발하는 식의 풍토도 지탄하는 주장도 함께. 의견을 받으면 받을수록 부담이 더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본 강의에 사용한 교안표지. ©조형준
그렇게 교안을 다듬으며 수정을 반복하길 며칠, 어느새 교육 당일이 다가왔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생활시설 종사자들의 장애 당사자들의 고용 및 취업알선, 근속유지 등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국장님의 요청을 바탕을 최대한 반영하였다. 의무교육이긴 하나 주어진 시간동안 서로의 견해를 듣고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도록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하여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진행하면서 중간에 나의 짧은 직업재활 경력과 장애인들과 함께한 공익 프로젝트 및 대외활동 등의 사례도 포함하여 실질적으로 구성하였다.
공감대 형성은 멀리 있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차례의 법정의무교육 모두 성황리에 잘 끝났다. 여기에는 직원들의 높은 호응 및 집중도, 대전에서 올라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후배의 보조 덕도 컸다. 그러나 강의의 양념처럼 작용한 점들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전국 각지의 다양한 의견 및 실제 사례들도 한 몫 했다. ‘생활시설 내 장애인들에게 사회적 자립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오랜 기간 돌봄 및 지원 등을 옆에서 수행한 종사자들은 과연 어떻게 이 주제를 바라볼까?’에 대한 물음의 목마름을 꽤 해소했다고 자평한다.

실제 타 지역의 장애인 직업훈련 및 근로사례에 대해 공유 중인 필자의 모습. ©조형준
사전에 안내한 키워드에 맞춰 장애인 고용 및 근속유지, 취업연계 방안에 대해 모색하는 더홈 직원들. ©조형준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는데, 조별로 ‘4분면&갤러리워크’를 진행하였다. “장애인이 직업을 갖는다는 것”부터 “장애인이 직업을 갖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들”, “장애인이 직업을 갖는데 필요한 것들”과 “장애인들이 직업을 갖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의 질문을 바탕으로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적거나 붙이는 방식이었다. 다른 조에서 질문이나 다른 관점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돌아가며 짧게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 중, 조리사님의 발표가 울림을 주었다. 자신은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원래는 교육 참여에 의의를 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별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강사의 사례 및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시설의 당사자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또한 이들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며 장애인이 직업을 갖는 건 정말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히었다.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과 생각 등을 직원들과 나누고 있는 조리사님. ©조형준
공감대 형성? 억지로 만들 필요도 없고 멀리 있지도 않다. 덧붙이거나 뺄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 전하면 된다. 장애인식개선 목적으로 고용과 근속유지를 주제로 정하였지만 어떤 주제로도 크게 상관없다고 본다. 포인트는 내 삶과 장애 당사자들의 삶이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한 두 개로 접점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유기적 통찰을 전제로 하나 희망한다. 장애 근로인들도 같은 직업인으로 인정받는 문화가 더 확산되길, 생활시설 종사자들도 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에 대한 시야가 더욱 넓어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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