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정보단말기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21년 7월 21일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이 있었다. 제15조(재화와 용역에서의 차별금지)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에 무인정보단말기를 추가하였고, 동법 제21조(정보통신에서의 차별금지)에서 무인정보단말기 응용 소프트웨어를 정당한 편의제공에 포함하였다. 그리고 이 법의 개정 당시 모바일 접근성도 보장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모든 정보제공에 있어 동등한 이용을 보장하도록 한 것이다.
법 개정에서 시행의 유예기간을 두었는데, 유예기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시행령을 제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또 한 가지는 법을 바로 시행하면 아직 법 적용을 받는 대상자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므로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법 개정 홍보 기간을 가지는 것이다.
부칙에서 이 법 개정은 1년 6개월 후부터 시행한다고 하였는데, 법 규정을 시행하는 시점이 1년 6개월 후이면, 하위법인 시행령 개정을 완료하고 바로 법 적용 대상자의 준비나 홍보 기간을 포함하여 2023년 1월 28일부터는 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시행령을 개정하는데 1년 6개월을 모두 다 써버리거나 기간이 지나도 시행령을 개정하지 못하여 시행령이 없어 시행이 보류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태만으로 인하여 유예기간 종료 후 즉시 시행은 고사하고 그 기간 안에 시행령의 개정조차도 하지 못한 사태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장애인의 정보통신에서의 편의제공이나 차별금지는 법 적용의 다부처 협력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가 접근성 지침(고시)을 마련하고 모바일접근성 인증이나 무인정보단밀기 즉 지능정보화제품의 인증을 하고, 법의 시행은 보건복지부에서 하면서 실재적으로 진정사건의 처리는 국가인권위가 하는 방식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로 간주되기 위한 조건이 있는데, 편의제공에 있어서는 단지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항으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편의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아 차별이라고 판정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의 접근성은 편의제공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이미 차별금지는 하고 있었으나 규제법으로서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기정통부 소관 법인 지능정보화기본법 46조에서는 접근성이 의무가 아니라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의무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벌칙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장애인의 진정이 있을 경우 국가인권위에서 판정하여 시정을 권고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어느 수준이어야 차별로 간주할지가 애매하였다.
편의증진법에서의 적합성 인증이나 무장애생활환경(BF) 인증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편의를 제공하라고 정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증명할 인증과정을 거치는 것을 의무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능정보화기본법에서 인증 절차를 편의증진법처럼 규정해야 하는데, 노력하는 정도로 하고 있으니 인증절차를 강제화할 수 없다. 편의시설은 적합성인증을 받지 않으면 건물의 준공검사를 득할 수 없으므로 매우 강력한데, 모바일에서 접근성 인증을 받지 않으면 개통을 할 수 없도록 한다면 접근성은 보장될 것이다.
법에서 접근성을 갖추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는 방안을 의무화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보장하기 위한 인증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할 것인가 선택을 해야 하는데, 편의증진법은 두 가지 모두를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절차를 의무화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접근성을 보장하라고는 할 수 있으나 인증 절차를 의무적으로 득하라고 하는 것은 차별금지가 아닌 비차별증진이나 차별해소법이 아닌 관계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지능정보화기본법에서 의무적으로 절차를 두어야 하는데, 절차는 두었으나 그 절차가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접근성 보장을 했다고 하면 그 접근성 보장을 알아볼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접근성을 보장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지침을 준수한 것을 증명하기 위한 인증절차는 의무화해야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 수준이니 절차는 만들어 두었으나 그 절차를 적극 활용할 방법이 없다.
이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보접근의 편의제공을 구체적으로 의무화한 이상 지능정보화기본법에서 권고 사항으로 둘 이유가 없다. 공공기관과 민간의 정보통신 접근성을 의무화하고, 인증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여야 하며, 접근성을 갖춘 개발업체에 우선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증진방안이 법 개정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의 모바일 앱의 접근성 지침을 보면, 웹접근성 지침과 거의 유사하다. 인식의 용이성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텍스트 제공과 자막과 수어, 색에 무관한 인식이나 명확한 색대비, 명확한 지시와 알림기능 등이 이에 속한다. 응용의 용이성에서는 인터페이스 조정의 가능, 누름과 응답시간의 조정, 컨트롤의 크기와 시간 조정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해의 용이성에서는 입력의 용이성과 인터페이스의 일관성, 깜빡거림의 제한, 화면전환이나 이벤트의 예측 가능성, 자동재생 금지 등이 이에 속한다. 견고성에서는 폰트 활용의 가능성 제공과 보조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살짝 들여다보면 시행령 개정을 통한 단계적 이행 방안을 알 수 있다. 단계적으로 적용하여 정보통신에서의 접근성 편의제공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22년 11월에 발표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입법예고이다.
이 입법예고에 의하면, 키오스크는 공공 교육 의료 금융 이동 교통시설은 2024년 1월 28일부터 접근성 편의제공을 의무화하고, 문화예술, 복지시설 100인 이상의 사업주에 대하여 2024년 7월 28일부터 적용하며, 관광, 체육, 100인 미만 사업주는 2025년 1월 28일부터 적용한다. 그리고 바닥면적 50제곱미터 이하의 시설은 보조적 수단으로 접근성을 조치하여도 편의제공을 한 것으로 하고 있다.
모바일 접근성은 공공 교육 의료 이동 교통수단은 올해 7월 28일부터 접근성 의무화를 적용하고, 복지시설 상시 100인 이상의 사업주에 대하여는 2024년 1월 28일부터 적용하며, 문화예술, 관광, 체육시설과 상시 100인 이하의 사업주에 대하여는 2024년 7월 28일부터 적용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이미 이렇게 의무화하고 있으므로 지능정보화기본법에서 노력한다는 식의 권고는 의미가 없다. 법 개정을 통해 공공과 민간의 의무조항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인증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여야 하고, 인센티브제로 접근성을 갖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우선구매제도를 실시하여야 한다. 접근성 인증을 받지 않은 모바일 앱은 클라우드 앱 소토어에 로드할 수 없도록 할 수도 있다. 마치 편의시설에서 적합성을 통과하지 않으면 준공허가가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
이미 구축된 물리적 환경을 후에 장애인 접근성을 위하여 수정하는 것보다 처음 설계단계에서 접근성을 고려하여야 비용도 절감하고 제대로 된 편의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이제 막 구축되고 있는 디지털 사회의 무장애를 위하여는 과감하게 편의 제공을 적용하지 않으면 후에 더욱 큰 비용부담이 발생하거나 디지털 사회에서조차 무장애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공공기관 웹사이트의 접근성 품질인증 심사를 득한 것은 8%대에 불과하다. 모바일은 더욱 열약하다. 모바일과 키오스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구체적으로 편의제공을 비록 단계적이기는 하지만 규정하고 있는데, 휍사이트의 경우는 차별금지 선언만 하고 편의 제공에 있어서는 규정이 미진하다.
시설물의 경우 차별금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그 인증절차는 편의증진법에서 다루고 있듯이, 인증 절차는 있지만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은 지능정보화기본법은 알맹이가 없는 식물법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는 즉시 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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