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근로지원인 서비스 안내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블로그 캡쳐
최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 근로지원인 교육 과정 및 교재 개발을 위한 연구 용역 공고를 냈다. 용역의 목적은 근로지원인 전문성 제고, 발달장애인 등 특정 장애 유형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한 다양한 장애 유형에 적합한 교육 제공, 단순 집합교육 및 온라인교육에서 벗어나 작업장 현장 참관 등 근로지원인 실습을 통한 교육의 질제고 및 실무지원 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이다.
근로지원인 교육 및 교재 개발 연구용역 공고. ©배융호
문제는 이러한 교육과정과 근로지원인 양성 과정이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근로지원인의 경우 온라인 교육으로 10시차만 이수하고 교육완료증을 제출하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에 한번 3일의 무료로 진행되는 심화교육을 받으면 됐다.
반면에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활동지원사에 대한 교육 과정과 교재를 개발하여 실습 포함하여 최대 60시간까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을 위해 교육 위탁 기관을 선정하고 운영하면서 교육비가 책정이 되어 60시간 교육의 경우 15만원의 교육비를 납부해야 한다. 즉, 60시간의 교육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고, 15만원의 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만 활동지원사가 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러한 의무 교육에 대한 제약은 시간과 교육비 마련이 비교적 수월하고, 교육 이수 후 별도의 시험이 없어, 시험에 부담을 느끼는 장년층과 노년층에게 유리해졌으며, 결국 활동지원사의 고령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연구용역을 통해 기존의 온라인 교육을 대체할 활동지원사 교육과 같은 교육과정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온라인 교육과 무료 교육이라는 낮은 진입장벽 대신에 20시간 이상의 오프라인 교육과 이에 따른 교육비라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교육과 실습을 이수한 활동지원사의 전문성은 제고되었을까? 물론 훌륭하고 성실한 활동지원사들도 많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 인권 침해를 하고 장애인의 선택권과 결정권 무시하며, 미리 말도 하지 않고 당일에 그만두는 등 기본적인 근무 태도마저 갖추지 못한 활동지원사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모두가 60시간의 교육과 실습을 모두 이수한 활동지원사라는 점에서 과연 교육이 전문성을 제고하는가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런 활동지원사 교육 제도의 문제점에 비해 근로지원제도는 60시간의 의무 교육, 15만원에 달하는 교육비 지출 등의 진입 장벽이 없어 노년층 뿐 아니라 청년층도 쉽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발달장애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근로지원인이 발달장애인 등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근로지원인이 그러한 교육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다양한 장애유형에 대한 지원을 위해 문제가 많은 활동지원제도의 교육과정을 답습한다는 것은 일부 근로지원인의 교육을 위해 전체 근로지원인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일이 된다.
과업지시서의 필수과목 목록. ©배융호
먼저 교육 과정을 살펴보면, 이번 연구 용역의 과업지시서에서는 필수교육과 자율교육으로 구분하여 예시를 해주고 있다. 필수 과목은 모두 6과목으로 각각 2시간씩 12시간과 자율과목 5과목에 8시간 등 총 20시간이 배정되어 있다.
필수 과목은 장애인 인식개선 2시간(전체 장애 유형에 대한 이해, 장애인 고용 정책 및 제도 이해), 근로지원인 제도 2시간(근로지원인 사업 배경 및 제도와 이해, 근로지원인 제도 절차 및 근로지원인의 역할과 역량), 근로지원서비스 실제 2시간(근로지원인 서비스 이해 및 활동방법, 장애 유형별 서비스 이해, 활동일지 작성 및 출퇴근 시스템 이해 등), 효과적인 의사소통 2시간(이용자와의 소통 방법 및 갈등관리, 자기 관리), 근로기준법 이해 2시간, 안전 및 인권 교육 2시간(성교육 포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자율 과목으로 모두 5과목이 있는데, 여기에는 정당한 편의제공 및 보조공학의 이해 2시간, 장애유형별 심화교육 2시간(시각, 청각, 지체 및 뇌병변, 발달, 정신 장애의 특성 이해), 산업별 특성의 기본 이해 2시간, 장애인 자립생활 2시간, 직업재활 과정의 이해 2시간 등 총 8시간으로 되어 있다.
과업지시서의 자율과목 목록 . ©배융호
이 교육 과정은 활동지원제도의 교육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활동지원사 교육 과정 60시간의 과정을 보면, 장애 8시간(사회복지와 장애인복지 제도 1시간, 장애 이해 2시간, 자립생활 3시간, 인권과 학대 2시간 등), 활동지원사 15시간(활동지원사 역할 1시간, 직업윤리 및 자기관리 2시간, 신체적 장애 활동지원 4시간, 정신적 장애 활동지원 4시간, 활동보조 실제 2시간, 보조기구의 이해 1시간 등), 실천-Ⅰ 9시간(건강 및 안전관리 4시간, 서비스 제공 기록 2시간, 사회활동지원 3시간 등), 실천-Ⅱ 8시간(일상지원 2시간, 의사소통 지원 6시간) 등 50시간에 현장실습 10시간을 더해 모두 60시간의 교육을 진행한다.
활동지원사 커리큘럼 . ©배융호
활동지원사 커리큘럼. ©배융호
물론 위 교육 과정 중에는 꼭 필요한 교육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활동지원은 지원을 받는 장애인의 장애 유형 및 정도에 따라 지원 내용과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며, 개인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모두 달라진다. 즉, 기본 교육 외의 전 장애 유형에 해당하는 보편적인 내용의 세부 교육은 개개인의 장애인의 활동 지원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지원제도가 바로 이 활동지원제도의 교육 과정을 답습하려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것은 결국 근로지원제도에 있어서도 보편적인 내용의 교육을 의무화하여, 청년층의 진입을 막고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시간과 교육비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장년과 노년층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근로지원인 구하기 어려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고 근로지원인도 빠르게 고령화 되고 있는 추세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
근로지원제도가 활동지원제도에 비해 청년층의 진입이 비교적 쉬웠고, 그것이 근로지원인을 구하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는데, 이러한 근로지원제도의 장점을 장애인 활동지원제도가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고령화와 구인난 그리고 효과가 적은 장시간의 교육과 교육비 부담까지 주는 활동지원제도 교육의 단점을 근로지원제도가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근로지원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교육의 강화가 가져 올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활동지원사와 근로지원인의 서비스제공의 질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교육의 강화만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시급 등 급여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노년층이 아닌 청년층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이 원하는 수준의 시급이 책정되어야 한다. 일반 아르바이트와 비교해 보더라도, 똑같은 최저임금을 받는 일인데, 근로지원인만 20시간이 넘는 교육도 받아야 하고, 그 교육을 위한 비용도 내야 한다면, 과연 청년층이 근로지원을 하려고 할까 의문이다. 근로지원인의 급여를 당장 높일 수 없다면, 급여 외의 다른 진입장벽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발달장애인 등에 대한 근로지원 교육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시급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 즉, 발달장애인 등에 대한 지원을 하기 원할 경우 관련 내용의 필수 과목을 추가로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대신에 시급을 더 높게 책정하여 추가 교육을 받더라도 발달장애인등에 대한 지원 업무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공모한 연구 용역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과업지시서의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최저임금 적용이라는 급여제도도 변함이 없다면, 연구 용역에 따라 교육이 강화되는 올 하반기부터, 근로지원인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고, 고령화는 가속화 될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인적 서비스 제도들이 점점 더 행정 편의적이 되고,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더욱 이용하기 어려운 제도로 가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금이라도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답습을 중단해야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문제점을 최대한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왜 고령화되고 있으며, 왜 청년층이 참여하지 않는지 분석해야 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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