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3개 단체가 서울시청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해 ‘UN탈시설가이드라인 권고를 위반 오세훈 서울시장 고발대회’를 열었다. 발언 중인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사무국장.ⓒ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시민사회단체와 유럽 및 국제 시민사회단체가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한국의 반탈시설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하며 탈시설 원칙을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피력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한국장애포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등 한국의 장애·인권단체들을 비롯해 유럽자립생활네트워크, 오스트리아자립생활연대, 발리더티재단 등 유럽 내 장애인단체와 세계자립생활센터네트워크, 국제장애인권연대 등 국제 장애 단체들이 동참했다.
최근 한국에서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요구가 점점 강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백래쉬도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설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이를 보충하는 일반논평(General Comment) 및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협약 19조에 따른 자립생활은 “모든 종류의 거주시설 바깥에서의 생활"을 의미하며, “규모, 목적, 특성, 입소나 구금 기간에 관계없이 시설은 협약을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의 일환으로서의 시설 운영'은 어불성설이며, 그 자체로 심각한 왜곡이라는 것.
특히 유럽에서 활발히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을 하고 있는 장애계는 한국의 최근 동향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과 유럽 장애계는 최근 한국에서 유럽 장애인 거주 시설들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부합한다거나 좋은 사례인 것처럼 왜곡하는 실태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시설이 장애인의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보호주의적 시각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탈시설-자립생활은 일부 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기준이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전 세계 186개 국가가 비준했으며 정치적, 문화적 맥락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각국은 혁신이라는 구실로 다른 국가의 나쁜 관행을 도입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하였다.
이에 양측 시민사회는 “장애 차별을 철폐하고 완전한 평등은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할 때 도래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라며 “이러한 정신에 따라, 한국과 유럽 장애계는 앞으로도 더욱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네스 불릭 유럽자립생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시혜적 시각에 기반해 운영되는 유럽의 시설들이 ‘자립생활 모델'로 다를 국가에 소개되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라며 “당사자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싶다면, 지역사회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자원을 투입해야지, 시설을 ‘개선'하는 데 투입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 역시 “탈시설-지역사회 자립생활이 국제적 인권 원칙임에도, 여전히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왜곡하는 주장이 거듭되어 안타깝다"라며 “정부는 탈시설 원칙을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에 끌려다니지 않고 국제 규범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계획과 예산을 빠르게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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